말레이機 추락현장, 친러반군이 봉쇄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7월 2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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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보리 21일 ‘현장조사 촉구’ 결의… 반군 측 “블랙박스는 넘겨줄 것”

298명이 탑승한 말레이시아항공 MH17 여객기가 추락한 현장에 접근하려는 국제조사단을 친러시아 분리주의 반군이 차단하고 나섰다. 특히 지금까지 발견된 시신 196구도 모두 반군이 가져간 것으로 알려지면서 국제사회의 분노가 커지고 있다.

영국 BBC에 따르면 17일 MH17가 추락한 우크라이나 동부 도네츠크 주 그라보보 마을에는 기체 잔해와 승객들의 유류품이 어지럽게 흩어져 있다. 잔해가 흩어진 면적이 34km²에 이를 정도로 넓다. 더구나 현장 기온이 30도가 넘어 상당수 시신이 훼손되면서 악취까지 풍기고 있다. 시신의 신용카드나 소지품을 훔치는 도둑들까지 기승을 부리고 있다.

말레이시아 합동조사단 131명과 유럽안보협력기구(OSCE) 조사단원 30명은 반군의 감시 탓에 사고현장에서 제대로 된 조사를 하지 못하고 있다. 미 국무부는 성명에서 “반군들이 18일에는 단 75분, 19일에는 3시간밖에 접근을 허용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현장을 통제하는 반군은 공중을 향해 경고 사격을 하는 등 조사를 의도적으로 방해하고 있다는 비난이 일고 있다. 한 반군 지도자는 20일 발견한 MH17의 블랙박스를 국제민간항공기구(ICAO)에 넘기겠다고 밝혔다. 반군은 앞서 18일 블랙박스를 찾아 가져갔다는 보도는 부인했다.

이 때문에 자국민 193명이 희생된 네덜란드의 마르크 뤼터 총리는 “네덜란드 국민은 분노하고 있다”며 “신속한 수습과 조사 허용은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사태 해결 의지를 보여줄 마지막 기회”라고 경고했다. 로이터통신은 유엔 안전보장이사회가 푸틴 대통령에게 제한 없는 현장조사를 허용할 것을 요구하는 결의안을 21일 표결에 부친다고 보도했다.

파리=전승훈 특파원 raphy@donga.com
#말레이시아항공 격추#말레이시아항공 추락현장#친러시아 반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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