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경 해체…그래도 해양대 경찰학과는 동요가 없다, 왜?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7월 11일 15시 4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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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해양대 해양경찰학과 이은방 교수
한국해양대 해양경찰학과 이은방 교수

"30분만 대통령과 얘기했으면 좋겠습니다."

이은방 한국해양대 해양경찰학과 교수가 세월호 침몰에 따른 해난 구조 개선책을 열정적으로 설명하던 도중 한 말이다.
"해경을 해체하면 해양에 대한 몰이해가 심해지고 바다의 가치를 모르게 되는 상황이 올까봐 매우 우려하고 있습니다. 우리나라는 바다 없이 살 수 없습니다. 바다를 통해 많은 물동량이 오가고 바다가 수산과 광물 자원의 보고임을 감안하면, 바다에 가지 말라고 하는 것보다는 바다의 가치를 더 인식시키는 정책이 필요하다고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바다의 가치를 극대화하려면 해양안전을 강화해야 하는데 해양안전은 시간을 투자해야 되는 일이지 말로 하는 게 아닙니다."

이 교수는 제2, 제3의 세월호 참사가 일어나지 않으려면 바다의 가치를 이해하는 게 우선이라고 주장한다. 바다의 중요성을 알게 되면 장기적인 안목에서 바다를 활용하는 정책을 수립할 것이고, 그를 통해 국민들은 '바다는 준비하면 안전하다'는 인식을 갖게 될 것이라는 설명이다.

"그간 우리 해경은 주로 '경찰' 역할에 치중해 왔습니다. 경찰 역할도 중요하지만 코스트 가드(COAST GUARD) 관점에서 보면 경찰 역할은 부분에 불과합니다. 바다가 있는 나라 중 에 '연안경비대'로 불리는 '코스트 가드'가 없는 나라는 우리나라밖에 없습니다. 코스트 가드는 경찰 역할뿐 아니라 해상안전, 해상교통관리, 해양환경, 해양주권수호 등의 5가지 임무를 수행합니다. 다만 전제가 하나 있습니다. '코스트 가드'가 되는 사람은 '바다를 이해하고 사랑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이런 사람만이 바다를 위해 기꺼이 목숨을 바칠 수 있습니다. 지금까지 해경의 충원 방식을 보십시오. 학생들은 바다를 사랑해서가 아니라 그저 '공무원'이 되기 위해 해경이 됐습니다. 미국의 코스트 가드는 '코스트 가드 아카데미'를 졸업한 사람만 들어갈 수 있습니다. 필기시험으로 뽑지도 않습니다. 바다의 특수성을 감안한다면 시험을 통한 충원보다 바다를 이해하고 전문성을 갖춘 사람들을 특채했으면 좋았는데 형식적인 기준만 채우는데 급급했지요. 해경의 해체를 오히려 코스트 가드로 나아가는 환골탈태의 기회로 삼아야 합니다. 세월호 침몰에서 나타난 문제점을 고치고 새로운 시스템을 갖추는 노력을 하는 게 매우 중요한데, 그중 하나가 제대로 된 코스트 가드를 만드는 것입니다."
이 교수 주장의 요체는 해경의 해체는 안타깝지만 이번 기회를 통해 해경을 넘어 코스트 가드처럼 제대로 된 해양 관리시스템을 만들자는 것이다.

해양경찰학과 학생들이 한국해양대 해양실습선인 한바다호에서 항해술 실습을 하고 있다.
해양경찰학과 학생들이 한국해양대 해양실습선인 한바다호에서 항해술 실습을 하고 있다.
해양대 해양경찰학과는 1994년 해양경찰청으로부터 학과 개설을 요청받고 만들었다. 교육목표는 코스트 가드 아카데미의 전단계 역할에 맞췄다. 그래서 교과목은 모두 바다와 배를 이해하고 바다에서 생존하는데 필요한 것들이다. 커리큘럼의 반은 선박 운항과 항해 기술을 함양하는 데 맞춰져 있고 반은 해상안전, 해상보안, 해상교통관리, 해양환경, 해양주권수호 등과 관련된 과목들로 구성돼 있다.

선박 관련 과목을 제외하고 학과가 가장 많이 신경을 쓰는 분야는 해상안전. 바다의 가치를 제대로 향유하기 위해서는 먼저 안전을 확보해야 한다는 철학 때문이다. 해상안전, 수색구조, 재난통신과 상하급안전교육, 해상교통안전 등은 모두 전공필수과목이다. 3등항해사와 3등기관사 자격증을 따야 졸업할 수 있고, 남학생들은 3년 이상 상선(商船)근무로 군복무를 대체한 후에 사회로 진출한다.

해경학과 학생들은 세월호 침몰에도 전혀 동요가 없다고 한다. "신입생 중 매년 5명 정도 가 자퇴를 하는데, 올해는 오히려 한 명도 없었습니다. '바다가 없어지지 않는 한 코스트 가드가 없는 나라는 없다. 해경이 없어진다는 것은 진정한 코스트 가드로 나아간다는 의미이므로 여러분이 진출할 분야는 더 많아질 것'이라고 말해 왔는데 학생들이 이에 동의한 결과라고 생각합니다. 이번 기회에 코스트 가드 역할에 충실한 교육을 하고 있다는 사실을 더 잘 보여줄 수 있는 새로운 학과명을 찾고 있습니다." 이 교수의 말에서 '위기가 곧 기회'라는 말이 떠올랐다.

"지금처럼 국민과 여론이 해양에 대해 높은 관심을 가졌더라면 세월호 같은 사고는 나지 않았을 겁니다. 사건이 주는 교훈을 새기고 해양의 안전도를 올리는 기회로 활용했으면 합니다. 지금도 빨간색 계열의 넥타이는 매지 않을 정도로 해양인으로서 자숙하고 있습니다."

동아일보 대학세상(www.daese.cc)
부산=이종승 콘텐츠기획본부 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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