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횡설수설/고미석]문인들의 북한인권선언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7월 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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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5월 미국 펜클럽은 중국의 소수민족 정책을 비판한 위구르족 경제학자 일함 토티에게 ‘2014 펜클럽 저술자유상’을 수여했다. 투옥된 토티 대신 딸이 참석한 시상식에서 살만 루슈디 같은 저명한 작가들이 소리 높여 토티의 석방을 촉구했다. 위구르족과 아무 상관없는 미국 문인들이 그를 돕고자 나선 것은 인권 문제에는 민족이나 국경의 울타리가 있을 수 없기 때문이다.

▷터키 작가 오르한 파무크는 말했다. “한 명의 작가라도 자유롭지 못하다면, 그 어떤 작가도 자유롭지 못하다.” 한국 문단에선 통하지 않는 말이다. 북한은 얼마나 많은 작가들이 박해받고 투옥됐는지조차 알 수 없는 나라지만 우리 사회에서 진보적이라 자처하는 시인과 소설가들은 언급 자체를 금기시했다. 이 땅에서 벌어지는 소소한 인권 침해에 대해서는 ‘투사’로 나서면서도 북녘의 엄청난 인권 유린 앞에선 꿀 먹은 벙어리인 양 입을 닫았다.

▷문단의 긴 침묵이 깨지려는 조짐일까. 어제 열린 ‘탈북문학 세미나 및 남북 문인 시낭송회’에서 문학평론가 방민호 서울대 교수는 자신이 작성한 ‘문학인 북한인권 선언’ 초안을 낭독했다. 다들 모른 척하고 아무도 하지 않는 일을 시도한 것이다. 선언의 서두는 이렇다. ‘우리는 마침내, 문학인들이 북한에서 일어나는 일들에 관해 더이상은 침묵해서는 안 된다고 선언하지 않을 수 없다. 왜냐하면, 지금 이 문제를 외면하는 것은 말의 존재로 새로운 현실을 만들어 가야 하는 문학인의 의무를 무참히 저버리는 일이기 때문이다.’

▷북한을 방문했던 문인들이 많다. 이들은 사석에서 북의 비참한 현실을 개탄하면서도 공적으론 철저히 침묵한다. 문인들 사이에 북한 인권을 제기하면 왕따가 되는 것이 우리의 현실이다. 북한 인권을 언급하는데 정치적 진보와 보수가 무슨 구분이 있는 것일까. ‘지상의 지옥’에서 살아가는 북한 사람들을 외면하고 침묵하는 것은 문인으로서뿐 아니라 인간의 도리가 아니다. 통일 이후 북한 주민이 “우리의 고통에 왜 침묵했는가”라고 문인들에게 묻는다면 뭐라고 대답할 것인가.

고미석 논설위원 mskoh119@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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