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바마, 북핵 3각공조 위해 韓日 정상회담 설득할 것”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4월 25일 03시 00분


코멘트

[오바마 25일 방한/전문가 진단]
조지프 나이 美 하버드大 케네디스쿨 석좌교수에게 듣는다

조지프 나이 미국 하버드대 케네디스쿨 석좌교수는 한일 관계 개선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동아일보DB
조지프 나이 미국 하버드대 케네디스쿨 석좌교수는 한일 관계 개선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동아일보DB
《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박근혜 대통령에게 한일관계 개선을 강하게 주문하고 한일 단독 정상회담도 촉구할 것입니다.” 조지프 나이 하버드대 케네디스쿨 석좌교수(77)는 23일 한미 정상회담을 이같이 내다봤다. 그는 오바마 대통령의 한국 방문에 맞춰 진행한 동아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일본의 태도 변화가 중요하지만 미국은 한국의 유연한 대응도 원하고 있다”고 말했다. 나이 교수는 인터뷰 첫 질문을 받기도 전에 “세월호 침몰 사고 유가족에게 애도를 표하고 싶다”며 “9명의 손자 손녀를 두고 있어 어린 희생자가 많은 이번 사고를 보며 가슴이 아팠다”고 말했다. 오바마 대통령이 한국인들의 슬픔을 위로할 수 있다면 이번 방한의 가장 큰 임무를 완수하는 것이며 한미동맹을 한 차원 높이는 계기가 될 것이라는 점도 강조했다. 미국 외교학계의 대표적인 지일(知日)파로 통하는 나이 교수는 “최근 일본이 부추기는 역사 갈등이 우려스럽다”며 아베 신조(安倍晋三) 정권에 대해 일침을 놓기도 했다. 》

―한미 정상회담에서 어떤 얘기들이 오갈 것으로 보는가.

“최우선 의제는 북한 핵문제가 될 것이다. 오바마 대통령은 이와 관련해 북한 도발을 억제하기 위해 한일관계 개선이 필수적이라는 점을 강조하고 박 대통령이 조만간 아베 총리와의 단독 회담에 나서도록 설득하는 데 초점을 맞출 것이다. 올해 국방예산을 12% 늘리며 군사 강국화하고 있는 중국에 대응하려면 한일 양국의 화해가 절실하다는 점도 강조할 것이다.”

―오바마 대통령에게 일본 방문 중에 중국과 일본이 영유권 갈등을 빚는 센카쿠(尖閣) 열도(중국명 댜오위다오·釣魚島)가 미일 안보조약 적용 대상이라는 점을 분명히 밝힌 것을 어떻게 보나.

“놀라운 것은 아니다. 센카쿠 열도가 방위 대상이라는 것은 미국의 일관된 입장이었고 존 케리 국무장관, 척 헤이글 국방장관도 이미 언급한 바 있다.”

―아베 내각의 야스쿠니 신사 참배가 이어지고 있고 일본군 위안부 강제 동원을 인정한 고노 담화를 수정하겠다는 움직임도 끊이지 않는데….

“아베 정권이 고노 담화 수정 의지를 보이는 것은 매우 나쁜 조짐이다. 아베 총리의 야스쿠니 신사 참배도 현명치 못한 판단이었다. 개인 자격이든 총리 자격이든 1급 전범이 합사된 신사를 참배하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신사 참배 뒤 미국 정부의 실망감 표현은 당연했다.”

―아베 정권의 집단적 자위권 확대 추진도 비판적으로 보나.

“일본은 제2차 세계대전 뒤 60년 동안 국제사회에 많은 기여를 했다. 그러나 최근 군국주의적 움직임이 속속 가시화되면서 국제 평화에 기여한 것마저 헛된 것으로 돌아가고 있다. 집단적 자위권을 확대하려는 일본의 권리는 인정한다. 그러나 지금은 때가 아니다. 군사력 사용을 확대하는 방향으로 일본 평화헌법 9조를 개정하지 말고 평화유지군 활동에 주력하면서 주변에서 제기되는 군사대국화의 우려를 걷어내는 것이 우선이다.”

―주변국의 반발을 알면서도 아베 총리가 우경화를 멈추지 않는 이유는 무엇이라고 보나.

“나는 아베 총리가 제 발등에 대고 총을 쏘는 일을 계속하고 있다고 본다. 지금 일본을 보면 전후 60년을 거슬러 올라가 1930, 40년대 일본으로 다시 돌아간 듯하다. 안타깝다. 지금 일본의 젊은 세대는 군사 무장화한 일본을 원하지 않고, 역사 문제를 두고 주변국과 갈등을 일으키는 것도 바라지 않는다. 아베 총리는 지나치게 국내 보수 세력에 의존하며 그들을 의중에 두고 정책을 펴고 있다. 아베 총리가 집권 뒤 이뤄낸 많은 업적을 보면 자신의 지지 기반에 대해 좀 더 자신감을 가져도 된다.”

―북한 핵문제에 대한 중국의 역할을 어떻게 평가하는가.

“한미 정상회담에서 중국의 역할을 강화하는 방안이 논의될 것이다. 중국이 북한의 비핵화를 이끌어낼 수 있는 유일한 지렛대이기 때문이다. 지금까지 중국은 북한 문제에 대해 어정쩡한 태도를 보여 왔다. 북한 비핵화에 반대하지만 북한 붕괴 위험 때문에 너무 강한 압력은 넣을 수 없다는 자세였다. 북한과 중국은 ‘약자의 파워’ 관계라고 본다. 약자가 오히려 큰소리칠 수 있는 관계다. 중국의 이해관계가 북한에 너무 많이 노출돼 있어 중국의 압력도 북한에는 별로 먹히지 않는다. 하지만 이런 북한의 자신감이 언제까지 가겠는가. 지금 중국의 인내심은 한계점에 도달하기 직전이다. 내가 만난 중국 관리들은 북한에 대해 불만을 쏟아냈다. ‘북한이 중국 외교를 공중납치(하이재킹)했다’는 비난도 자주 듣는다.”

―김정은 북한 노동당 제1비서를 바라보는 중국의 시각을 평가한다면….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은 젊고 경험 없는 북한 지도자에 대해 신뢰를 갖고 있지 못하다. 김일성, 김정일 시대와 비교해 보면 지금 김정은을 바라보는 중국의 시각이 얼마나 냉랭한지 알 수 있다. 시 주석이 지난해 오바마 대통령과 캘리포니아 서니랜드에서 정상회담을 마친 뒤 바로 박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하고 공동성명까지 발표하는 것을 전 세계는 지켜봤다. 시 주석이 김정은과 아직 만나지도 못한 상태에서 박 대통령과 회담을 했다는 것은 중국 외교의 무게중심이 어디로 옮겨가고 있는지 보여준다.”

―미국과 중국 간에 북한 급변사태에 대한 논의가 진행되고 있다고 보는가. 커트 캠벨 전 국무부 동아시아태평양 담당 차관보는 2009년부터 그 같은 논의가 이미 시작됐다고 밝힌 적이 있는데….

“내가 알기로는 미중 간 북한 논의가 그 단계까지 가지 못했다. 미국이 조용하게 북한 비상사태 논의를 제안했을 때마다 중국은 이를 거부했다. 북한의 기분을 상하게 하지 않으려는 의도도 있고 북한 붕괴로 인한 대규모 난민 유입과 미국과 한국 병력의 접경지역 진출을 두려워하기 때문이기도 하다. 미국과 한국이 중국의 우려를 덜어주면서 급변사태 논의를 본격적으로 시작한다면 북한 핵문제에서 중국의 역할은 크게 달라질 수 있다.”

―오바마 행정부의 아시아 재균형 정책이 실속 없는 구호에 불과하다는 지적이 많았다. 이번 순방으로 그 같은 우려가 가셨다고 볼 수 있는가.

“아시아 재균형 정책은 실속 있는 정책이다. 미국이 아시아 재균형 정책을 계기로 처음 아시아에 관심을 돌린 것이 아니라 언제나 관심은 아시아에 두고 있었다고 보는 것이 옳다. 2000년대 들어 아프가니스탄, 이라크전쟁에 시간과 에너지를 허비하느라 미국의 관심사가 잠시 아시아에서 벗어났지만 다시 돌아왔다고 보는 것이 옳다.”

―일각에서는 오바마 대통령의 이번 아시아 순방을 ‘중국 봉쇄 투어’라고 보고 있다.

“미국은 중국을 봉쇄(containment)할 의도가 없고 그럴 필요도 없다. 중국의 부상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지만 미국은 중국에 비해 경제, 군사, 소프트파워 측면에서 월등한 위치에 있다. 굳이 봉쇄할 필요가 없는 것이다. 경제 규모에서 중국이 미국에 위협이 될지 모르지만 1인당 국내총생산(GDP) 등 질적인 측면에서 중국이 미국을 따라오려면 21세기 중반이 돼야 가능하다. 또 중국이 랴오닝함을 도입하는 등 국방 투자를 강화하고 있지만 아직 시작 단계다. 글로벌 군사력을 가진 나라는 아직 미국이 유일하다. 문화 교육 등 소프트파워 측면에서 중국은 미국에 한참 뒤진다. 중국을 고립시키기보다 국제사회에 적극 편입시키는 것이 미국의 이해관계에 맞아떨어진다. 1995년 국방부 차관보 시절에도 나는 의회 청문회에서 ‘중국을 봉쇄해야 되는 것 아니냐’는 질문을 받은 적이 있다. 당시 나는 ‘중국만이 중국을 봉쇄할 수 있다’고 답했다.”

○ 조지프 나이는…

△1937년 미국 뉴저지 출생

△프린스턴대 졸업, 하버드대 정치학 박사

△1964년 하버드대 교수

△1994년 국방부 국제안보담당 차관보(빌 클린턴 행정부)

△2004년 존 케리 민주당 대통령 후보 캠프 국가안보 고문

△현재 하버드대 케네디스쿨 석좌교수

△저서: 이끌고 나갈 의무(1990년), 제국의 패러독스(2002년), 소프트파워(2004년), 권력의 미래(2011년) 등

워싱턴=정미경 특파원 mickey@donga.com
#오바마 방한#북핵#조지프 나이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