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지통]140번째 빈차털이, 경찰 숨어있을 줄은…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4월 1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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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시간 이용 상습절도 40대… 48일간 잠복 경관에 딱 걸려

3일 오전 1시 50분 광주 광산구의 한 어학원 주차장. 한 40대 남성이 얼굴에 검은색 마스크를 쓰고 손에 장갑을 낀 뒤 주차장 입구에 세워진 승용차 안에 손전등을 비췄다. 순간 뒤로 젖혀진 앞좌석에서 사람 2명이 벌떡 일어나는 것을 보고 깜짝 놀라 달아나기 시작했다. 승용차에서 내린 2명은 “어이, 장○○ 씨” 하고 부르며 쫓아가 이 남성에게 수갑을 채웠다. 잡힌 사람은 상습적으로 차량에서 금품을 훔친 장모 씨(40)로 그를 잡으려고 잠복해 있던 광주 광산경찰서 형사과 김옥수 강력계장(51·경감)의 차량을 털려다 덜미를 잡혔다.

절도 전과 8범인 장 씨는 2012년 2월부터 광주 광산구, 경기 평택·화성시, 충남 당진시에서 139차례 차량털이를 해 1억2000만 원 상당의 금품을 훔친 혐의를 받고 있다. 기계부품 운송 트럭을 모는 장 씨는 새벽시간대에 병원, 대형 식당, 스크린골프장에 주차된 승용차의 유리창을 망치로 부수고 차량 내 금품을 훔쳤다.

경찰은 광산구 일대에서 차량털이가 빈번하게 발생하자 2월 10일 특별수사팀을 만들었다. 같은 달 15일 폐쇄회로(CC)TV 분석을 거쳐 장 씨를 용의자로 특정하고 5일 뒤 체포영장을 발부받았다. 김 계장과 김영식 경사(40)는 범행 현장에서 장 씨를 붙잡기 위해 48일째 잠복 중이었다. 김 계장은 “체포영장을 받았지만 결정적인 증거가 없어 잠복해 왔는데 장 씨가 우리 차로 다가오는 걸 발견하고 안 보이도록 뒤로 누웠다”며 “장 씨가 CCTV에 촬영된 수법대로 손전등을 비추는 순간 사건이 해결됐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광산경찰서는 9일 장 씨를 구속했다.

광주=이형주 기자 peneye09@donga.com
#잠복 형사#빈차털이#상습절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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