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 릴레이 특별기고/김종석]나쁜 경제민주화, 우리 경제 좀먹는다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1월 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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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한국경제 퀀텀 점프(대도약)를 위한 제언


김종석 홍익대 경영학과 교수
김종석 홍익대 경영학과 교수
경제민주화는 경제와 민주화를 합성한 단어다. 민주주의는 정치적 의사결정원리를 뜻하므로 경제민주화는 경제문제를 정치적으로 해결한다는 의미가 된다. 이는 불가피하게 경제정책을 인기몰이 영합주의로 흐르게 할 것이다.

여론을 존중하는 것과 여론에 영합하는 것은 다르다. 경제문제를 다수결과 영합주의로 해결하려는 것은 경제를 망치는 가장 확실한 방법이다. 기강 해이와 영합주의는 경제에 치명적인 독이 될 것이다. 최근의 그리스와 1970년대 남미의 경제 고통 뿌리가 무엇인지 우리는 잘 알고 있다.

민주주의와 시장경제는 유사점이 많다. 시장경제가 발전하면 독재정치가 지속되지 못한다. 독재정치를 하면 시장경제를 제대로 할 수 없다. 민주주의와 시장경제를 성공적으로 일군 대한민국이 그 증거다.

민주주의가 좋은 것은 정치권력을 분산해 독재를 방지하고, 권력의 상호견제를 통해 국민의 자유와 인권을 보장하기 때문이다. 마찬가지로 시장경제가 좋은 것은 시장경제가 관치 계획경제를 거부하고, 경쟁과 개방을 통해 시장 지배력을 견제하며 경제적 의사결정권을 분산함으로써 소비자 선택과 생활수준의 향상을 이룰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민주주의와 시장경제의 병행발전은 두 제도의 이런 장점을 잘 결합시킬 때 가능할 뿐만 아니라 매우 바람직하다. 문제는 경제와 민주화를 잘못 혼합해 정치논리와 경제원리가 충돌할 때 발생한다.

정치논리는 통합과 공존이 기본 원리이며 결과의 평등을 지향한다. 다수결과 타협이 원칙이다. 그러나 경제원리는 효율과 생산성이 기본 원리다. 경쟁과 차별적 보상이 원칙이고, 결과의 불평등이 불가피하다. 이렇게 볼 때 정치논리와 경제원리는 본질적으로 상충됨을 알 수 있다. 따라서 경제민주화는 ‘착한’ 경제민주화가 있고 ‘나쁜’ 경제민주화가 있다.

착한 경제민주화는 개방과 경쟁 촉진을 통해 경제권력을 견제하고 분산시켜, 시장지배력 남용과 불공정 거래 행위를 규제한다. 경제 권력화한 대형 노동조합과 이익단체의 경제권력 남용도 막아야 한다. 정부도 경제권력의 하나이므로 정부로의 경제권력 집중도 견제돼야 한다. 정부가 경제민주화의 명분으로 경제활동에 대한 간섭과 개입을 강화한다면 경제민주화가 아니라 경제관치화가 될 것이다.

나쁜 경제민주화는 경제활동에 대한 정부의 규제와 간섭으로 소비자의 선택을 제약하고, 정치인들이 권력기반을 확대하기 위해 특정 지역이나 산업, 계층에 특혜와 이권을 나눠주는 경제민주화다. 경쟁과 개방을 제한하고 조직화된 이익집단에 장악돼 그들의 조직 이익을 보호하는 경제민주화는 나쁜 경제민주화다. 반기업 정서를 부추기고, 일 덜하고도 더 많은 임금을 받게 해준다면서 경제주체들의 도덕적 해이와 게으름, 무책임을 유발하는 경제민주화는 나쁜 경제민주화다.

이런 경제민주화는 결국 이익집단과 떼쓰기가 득세하는 관치경제를 초래하고, 기업 활동과 투자를 위축시켜 한국경제의 생산성을 떨어뜨리고 일자리를 감소시킨다. 경기침체를 가속화해 세금 수입을 줄이고 복지재정의 확충을 어렵게 하는 악순환을 초래할 것이다.

그렇다면 2013년에 정치권에서 경제민주화의 이름으로 추진해온 경제민주화는 착한 민주화인가 나쁜 민주화인가.

재래시장을 보호하기 위한 대형 유통사업자에 대한 각종 영업규제는 소비자의 선택을 제약했다. 가격 상승을 초래했고, 정작 보호받아야 할 재래시장에 대한 혜택은 거의 없었다. 국민 생활의 불편을 초래했고 일자리를 줄였으며 경제활동을 위축시키는 부작용을 낳고 있다. 이미 여러 연구 결과를 통해 입증됐듯이 착한 경제민주화로 보기 어렵다.

중소기업 보호도 마찬가지다. 중소기업의 경쟁력과 수익성은 다른 것이다. 우리 경제에 필요한 것은 경쟁력 있고 역동적인 중소기업 생태계이지, 현재의 중소기업들이 현실에 안주하면서 편하게 돈을 벌 수 있도록 해주자는 것이 아니다. 중소기업 적합업종의 지정이나 타율적인 동반성장 요구는 중소기업의 수익성을 높일 수는 있겠지만 생산성과 경쟁력을 높이지는 못할 것이다.

국민이 원하는 것은 경제 활성화를 통한 소득과 일자리의 창출이다. 그러나 지금까지 정치권과 정부에서 추진한 경제민주화는 이런 국민적 기대와는 거리가 있다. 기업 규제와 증세로 경제를 살리는 것은 이론적으로나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착한 경제민주화는 우리 경제를 활성화해 일자리와 소득을 창출할 것이지만 나쁜 경제민주화는 우리 경제를 침체시킬 것이다. 경제민주화의 각론에 대한 면밀한 평가가 필요하다.

김종석 홍익대 경영학과 교수
#경제민주화#다수결#영합주의#독재#시장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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