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festyle]산도녀들, 가깝고 경치 좋은 성곽길서 가을을 껴안다

  • 동아일보

쉽게 떠나는 서울 북촌길∼북악산 하이킹

하이킹 초보자들은 부담 없이 걸을 수 있고, 적당히 운동이 되는 코스를 선택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전문가들은 조언한다. 특히 내려올 때는 앞쪽으로 무게가 쏠리지 않도록 사뿐사뿐 걸어야 무릎 부상을 막을 수 있다. 17일 직장인 이규리 씨(왼쪽)와 이유미 씨가 서울 종로구 부암동 북악산을 걷고 있다. 정철훈 사진작가 제공
하이킹 초보자들은 부담 없이 걸을 수 있고, 적당히 운동이 되는 코스를 선택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전문가들은 조언한다. 특히 내려올 때는 앞쪽으로 무게가 쏠리지 않도록 사뿐사뿐 걸어야 무릎 부상을 막을 수 있다. 17일 직장인 이규리 씨(왼쪽)와 이유미 씨가 서울 종로구 부암동 북악산을 걷고 있다. 정철훈 사진작가 제공
가을이다. 붉게 농익은 자연의 빛깔은 수시로 마음을 들었다 놨다 하고, 서늘한 바람이 아무렇지도 않게 생의 의미를 되새겨 보게 하는 계절이다. 이런 때는 몸과 마음을 다잡을 수 있는 하이킹이 제격이 아닐까. 걸으면서 깊은 사색도 할 수 있으니 말이다.

서울 같은 대도시에서 사는 사람은 하이킹을 부담스럽게 생각하기도 한다. 일단 서울을 떠나 산속 깊이 들어가야 할 것 같은 생각부터 들기 때문이다. 하지만 굳이 험하고 높은 산에 오르지 않더라도, 가을의 정취와 계절을 느낄 수 있는 곳이라면 어디든 좋다. 하이킹은 부담스러운 등산보다는 힘이 덜 든다. 하이킹은 기본적으로는 산책에 가깝다. ‘보통 걷는 것보다 조금 더 운동을 한다’는 마음으로 열심히 걸으면 된다.

서울에도 훌륭한 하이킹 코스가 많다. 특히 서울 종로구 삼청동을 지나 부암동 북촌길과 이어진 북악산 성곽길 코스는 가벼운 마음으로 가을과 서울을 동시에 누리고 싶은 젊은 여성에게 제격이다. 하산 이후 만나는 부암동 거리는 가볍게 커피나 맥주 한잔하기에 딱 맞는 매력적인 장소다.

힘든 등산코스를 걷기보다는 부담 없이 걸으며 사색을 즐기고, 걷고 난 뒤에는 고즈넉한 부암동 동네 산책을 즐겨 보는 것은 어떨까. 17일 직장인 이규리 씨(32·여), 이유미 씨(29·여)와 함께 북촌길에서 숙정문, 촛대바위, 창의문, 부암동으로 이어지는 성곽길을 걸어 봤다.

한옥의 정취에 성곽길 낭만까지

정철훈 사진작가 제공
정철훈 사진작가 제공
삼청동 북촌길을 지나 감사원 건물 옆으로 난 삼청공원 입구로 들어서면, 비로소 인적이 드물어지고 호젓한 숲길이 나타난다. 길을 잃을 염려는 없다. 이정표를 따라가는 외길이기 때문이다. 나무판자 등으로 잘 정비돼 걷기도 편하다.

종로구 부암동 북악산의 성곽길 코스를 걷기 전에 잊어서는 안 될 것은 복장이나 신발이 아니다. 바로 신분증을 꼭 챙겨야 한다는 점이다. 북악산 성곽길은 군사보호지역이기 때문에 신분증이 없으면 들어갈 수 없다.

신분증을 확인하는 ‘말바위 안내소’를 지나고 나면 군인을 종종 만나게 된다. 100∼200m마다 군복을 입지 않은 군인들이 한 명씩 서서 오가는 이를 눈여겨보고 있다. 하지만 하이킹을 하는 데 크게 거슬리지는 않는다. 오히려 여자 혼자 하이킹을 하는 경우라면, 안전하다는 느낌을 받을 수도 있다.

처음엔 오르막이 꽤 이어진다. 선선한 날씨를 벗 삼아 쉬엄쉬엄 걷는다. 걷다 보면 슬며시 체온이 올라가면서 땀이 흐른다. 하지만 9월의 한들거리는 바람이 이내 땀을 식혀 주고 기분 좋은 청량감이 스민다. 이것 또한 걷는 맛이다. 평지만 걸을 때는 잘 느끼지 못했던 뿌듯한 운동이다. 오르는 동안 내내 곁을 지키는 소나무의 기운도 한껏 받는다. 나무와 숲이 보내는 무언의 메시지를 온몸으로 느낀다. 건강한 삼림욕이다.

행여 신발에 흙이라도 묻을까 조심스레 걷지는 말자. 때때로 흙길 위를 걷는 발걸음에 ‘룰루랄라’ 콧노래가 절로 나오고, 에너지가 솟는다. 딱딱한 아스팔트 위만 걸어서 답답했던 발은 신발과 함께 슬며시 날개를 단다.

간간이 탁 트인 전망도 볼만하다. 몸의 땀은 물론이고 스트레스에 뜨거워진 마음까지 식혀 준다. 서울의 풍경들이 내 발 아래서 고개를 조아리는 듯한 느낌. 멀리 보이는 N서울타워도 탁 트인 하늘과 함께 시원한 느낌을 준다. 지척에 우뚝 솟은 북한산을 바라보기만 해도 마음이 벅차오른다. 오르막이 다소 힘들어도 몸이 지치지 않는 이유다.

▼치깅스 스타일로 폴짝폴짝… 부암동 동네산책도 즐거워▼
행동식은 간단하게, 내려올 땐 ‘조심조심’


17일 서울 종로구 삼청동 북악산 성곽길 중턱에서 이유미 씨(왼쪽)와 이규리 씨가 잠시 휴식을 취한 뒤 출발할 준비를 하고 있다. 두 사람은 처음엔 재킷을 입지 않았지만, 쉬면서 땀이 식자 체온을 유지하기 위해 재킷을 갖춰 입었다. 정철훈 사진작가 제공
17일 서울 종로구 삼청동 북악산 성곽길 중턱에서 이유미 씨(왼쪽)와 이규리 씨가 잠시 휴식을 취한 뒤 출발할 준비를 하고 있다. 두 사람은 처음엔 재킷을 입지 않았지만, 쉬면서 땀이 식자 체온을 유지하기 위해 재킷을 갖춰 입었다. 정철훈 사진작가 제공
함께 길을 걷던 이규리 씨는 얼마 전부터 하이킹의 매력에 빠졌다고 한다. 그는 “실내에서 하는 지루한 운동은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하이킹을 하다 보면 여행하는 기분이 들어서 좋다”며 “주말에 멀리 나가기보다는 서울 시내에서 좋은 코스를 찾아다니고 있다”고 했다. 옆에 있던 이유미 씨도 거든다. “운동도 되고, 다이어트 효과도 덤으로 얻을 수 있잖아요? 게다가 일주일 사이 뜨거워진 머리를 식힐 수도 있고요. 주말에 멀리 가려다 막히는 길 때문에 스트레스 받느니 서울이 낫죠.”

북악산 성곽길을 다 걷는 데는 약 2시간이 걸린다. 절반은 오르막이고 나머지는 내리막이다. 옆으로 성곽을 끼고 걷다가 전망 좋은 곳이 보이면 잠시 배낭을 내리고 쉬어 가면 된다. 간단한 과일과 샌드위치를 챙겨 가도 좋다. 크게 어렵지 않은 코스기 때문에 행동식으로는 초콜릿이나 오렌지 한 알 정도면 충분하다. 자연 속에서 먹는 간식의 재미도 하이킹의 큰 즐거움이다.

내리막은 계단으로 잘 정비돼 있어 누구나 쉽게 걸을 수 있다. 하지만 발 아래와 10m 전방을 함께 주시하며 걸어야 안전하다고 한다. 걸음을 내디딜 때는 딛는 발에 지나치게 무게를 주지 않는 게 좋다. 그래야 관절에 무리가 가지 않는다. 무릎을 살짝 굽히고 사뿐히 걸음을 내디뎌 보자. 내려오다가 다리가 후들거리는 느낌이 들면 잠시 쉬는 게 좋다. 쉬면서 평창동과 부암동 일대의 풍경을 감상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까다로운 그녀, ‘산도녀’ 스타일로

주말이면 산이나 둘레길로 트레킹이나 하이킹을 떠나는 인구는 이제 남녀노소를 가리지 않는다. 산을 즐기는 도시 여성들이 늘면서, 이를 일컫는 ‘산도녀(산을 즐기는 도시 여자)’라는 신조어까지 생겼다. 30대 도시 여성의 취미 활동이 아웃도어로까지 넓어지고 있는 것이다.

30대 여성들은 꼼꼼한 소비자다. 어디서 어떤 일을 하든지, 아름다움과 패션을 포기할 수 없는 사람들이다. 그러면서 기능성도 동시에 갖춘 제품이어야 이들을 만족시킬 수 있다. 아웃도어 브랜드들은 이 두 가지를 모두 만족시킬 수 있는 맞춤형 제품을 만들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하고 있다.

하이킹에 어려운 복장은 필요 없다. 활동하기 편한 옷과 신발이면 충분하다. 산도녀를 위한 대표적인 스타일링은 ‘치깅스(치마와 레깅스의 합성어로 레깅스와 랩스커트가 하나로 된 제품)’와 하이킹 전용 신발이면 충분하다.

치깅스는 일상 속이나 하이킹을 할 때나 두루 어울리는 패션이라는 점에서 산도녀들을 만족시킨다. 가볍고 신축성이 좋아 하이킹 복장으로 딱이다. 아웃도어 브랜드들이 내놓은 치깅스 제품은 일반 레깅스와는 달리 흡습, 투습, 방풍 같은 기능을 갖추고 있다. 동시에 일상복으로도 전혀 손색이 없는 실루엣을 자랑한다.

신발은 등산화보다는 운동화에 가까운 모양새의 하이킹 전용 신발을 고르면 된다. 신발 크기는 하루 중 발이 가장 커지는 저녁 때 등산용 양말을 신었을 때 딱 맞는 신발을 고르면 된다. 요즘은 신발 한쪽의 무게가 약 350g에 불과한 가벼운 신발도 나온다. 색상도 여성들의 취향에 맞게 다양하다. 노스페이스 ‘다이나믹하이킹’ 시리즈, 프로스펙스 ‘W 트레일 크로스 파워’, 센터폴 ‘플라이 라이트’ 등 다양한 제품이 나오고 있어 산도녀들의 다이내믹한 하이킹을 돕는다.

산에 간다고 패션을 포기할 이유는 없다. 패션 리더는 일상에서나 산속에서나 자신만의 감각을 잃지 않는 법이다.

▼이송이 작가가 추천하는 ‘하이킹 뒤 들러볼 만한 곳 3선’▼

자하미술관


자하미술관 제공
자하미술관 제공
2008년 6월 개관한 시민친화적 문화예술공간이다. 시민과 예술가가 소통하는 열린 공간으로 꾸민 것이 특징. 기성 작가와 더불어 신진 작가들의 다양한 기획전을 열고, 시각 예술의 다채로운 방향을 보여준다. 지금은 노세환 사진작가의 ‘자장면집 백자’ 전시회가 29일까지 열리고 있다. 개관 시간은 오전 10시∼오후 6시(매주 월요일 휴관)이며 관람료는 무료. 02-395-3222

세컨드 스토리

이송이 작가 제공
이송이 작가 제공
하이킹 뒤 가볍게 생맥주 한잔을 기울이기 좋은 곳이다. 다양한 칵테일과 커피 메뉴가 마련돼 있다. 특히 독특한 식감의 빙수인 ‘설빙’으로 유명하다. 여름에는 ‘망고설빙’을, 겨울에는 ‘팥설빙’을 내놓는다. 저녁 시간대에는 볶음밥, 우동 등 간단한 식사도 가능하다. 오후 2시부터 다음 날 오전 1시까지 운영한다. 문의는 홈페이지(www.second-story.co.kr)나 유선 전화(02-391-0710)로 하면 된다.

카페 유쾌한 황당

이송이 작가 제공
이송이 작가 제공
서울과 제주 지역 여행을 즐기는 여행 작가 박상준 씨가 운영하는 3평짜리 아담한 카페. 테이블이 두 개밖에 없을 정도로 작다. 덕분에 주인과 대화를 나누기에는 딱이다. 부암동 산책에 대한 안내도 받을 수 있다. 매달 마지막 토요일에는 관객 10∼15명과 함께 소규모 공연을 열고, 매달 첫째 주 일요일에는 벼룩시장을 연다. 단, 주인이 여행 작가인지라 가게를 비우는 일이 잦으니 미리 연락해보고 방문하는 게 좋다. 운영 시간은 오후 2시∼밤 12시(매주 월요일 휴무)이며 문의는 유선 전화(070-8658-3448)로 하면 된다.

이송이 여행작가 (‘여자 서른 산이 필요해’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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