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륜녀 3인, 中 반부패 아이콘으로 떴다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6월 2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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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정당국도 감지 못한 관료 부패… 자진폭로에 누리꾼들 열띤 환호
‘침대위 영웅’ ‘반부패 낭자군’ 호칭

시진핑(習近平) 체제 이후 중국에 강도 높은 사정(司正) 바람이 부는 가운데 관료들의 애첩이 반(反)부패 운동의 상징으로 떠오르고 있다. 사정당국도 감지하지 못한 부패사건이 이들을 통해 공개되면서 공분(公憤)을 사고 있기 때문이다.

19일 미국에 서버를 둔 중국권 인터넷 매체 둬웨이(多維)에 따르면 관료들의 축재와 축첩을 폭로한 일부 애첩이 ‘반부패 초병’ ‘침대 위의 영웅’ 또는 ‘반부패 낭자군(軍)’으로 불리고 있다. 중국에서 관료들의 애첩을 ‘얼나이(二내)’라고 얕잡아 부르며 가정파괴범 정도로 여겨온 것과는 대조적이다.

여론의 집중 조명을 받고 있는 주인공은 △웨이보(微博·중국판 트위터)에 중앙정부 부국장의 불륜과 사치행각을 폭로한 TV 앵커 지잉난(紀英男·26) △류톄난(劉鐵男) 국가발전개혁위원회 부주임의 부패 사실을 언론에 제보한 일본 거주 내연녀(신원 미상) △충칭(重慶) 시 베이베이(北B) 구 레이정푸(雷政富) 서기의 섹스 비디오에 등장하는 자오훙샤(趙紅霞·31) 등이다.

중국에선 과거에도 애첩들의 폭로 사례가 있었다. 2010년 자신을 기자라고 밝힌 한 여성이 인터넷에 “당신을 부숴 버릴 거야”라며 광둥(廣東) 성 마오밍(茂名) 시 천야춘(陳亞春) 부시장의 전횡을 공개했다. 2006년에는 산시(陝西) 성 정치협상회의 부주석 팡자위(龐家鈺)의 애인 11명이 공동으로 그의 축재 사실을 폭로해 낙마시켰다.

이 사건들은 대부분 단발성으로 끝났으나 새 정부 들어서는 크고 작은 폭로가 줄을 잇고 있다. 애첩들이 들고 나선 건 새 지도부의 사정 의지가 강경한 데다 당국의 처리도 신속하기 때문이다. 레이정푸의 경우 작년 11월 비디오가 공개된 뒤 63시간 만에 면직 처리됐다. 19일 충칭 시 중급인민법원은 수뢰 혐의로 기소된 레이정푸에 대한 공개 심리를 열었다.

애첩들이 반부패 전선을 이끌고 있지만 폭로의 배경이 순수한 것만은 아니다. 지잉난은 남자가 혼인을 빙자해 자신을 속여서, 류톄난의 내연녀는 돈 문제 때문에 애인의 비리를 공개했다. 자오훙샤는 섹스 비디오를 찍은 뒤 이를 매개로 레이정푸를 협박했다.

그럼에도 관료들의 부패에 질린 중국인들은 애첩들의 폭로에 쾌감을 느끼며 그들을 비호하고 있다. 실제로 인터넷에서는 공갈·협박 혐의로 구속된 자오훙샤에 대한 동정론이 급속히 확산되고 있다. 그를 처벌하기는커녕 관료들의 부패를 조사하는 중앙기율위원회가 월급을 줘야 한다는 말까지 나온다.

애첩들의 반란은 앞으로도 당분간 중국 사회의 주목을 끌 가능성이 크다. 지난해 11월 중앙기율위 보고에 따르면 당국이 조사 중인 대형 부패사건에 연루된 관료의 95%가 정부(情婦)를 두고 있다. 이들 중 창을 거꾸로 돌릴 수 있는 낭자군이 적지 않다는 것이다.

베이징=고기정 특파원 koh@donga.com
#중국#불륜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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