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BR칼럼]말춤 하나로… 강남스타일과 글로벌 고객들의 랑데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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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3년 1월 1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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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수 싸이. 동아일보DB
가수 싸이. 동아일보DB
‘강남스타일’의 성공이 한국 문화 산업계, 나아가 경영계에 세운 이정표는 무엇일까. 유튜브 최다 조회수, 미국 빌보드 차트 2위라는 기록도 있지만 기자는 강남스타일이 ‘글로벌 세그먼트(global segment·글로벌 고객군)’에서 인기를 끈 한국 최초의 대중음악이라는 점을 꼽고 싶다. 글로벌 세그먼트는 여러 나라에 걸쳐 유사한 소비 성향을 보이는 동질적인 소비자군을 의미한다. ‘국제가수’ 싸이는 말춤 하나로 엔터테인먼트 산업의 중심인 미국은 물론이고 유럽과 아시아를 열광시켰다.

지금까지 한류를 연구한 국내외 경영학자들은 대부분 케이팝의 성공이 아시아에 국한된 현상이라고 봤다. 미국, 유럽, 남미에도 케이팝을 즐기는 팬이 있긴 하지만 이들은 기존 주류 대중음악과는 다른 뭔가 독특하거나 새로운 것을 찾는 취향을 가진 일부 사람이라고 설명했다.

이런 시각은 경영학계에서 일반적으로 받아들여지는 국제화(해외진출) 이론과 궤를 같이한다. 국제경영 분야의 많은 학자는 세계 시장을 선진국, 개발도상국, 저개발국의 피라미드 형태로 단순하게 구분한다. 해외에 진출하려는 기업은 경제발전 단계나 문화적 배경이 유사한 인접 국가에서 먼저 경험을 쌓은 후 점차 지리적, 경제적, 문화적 거리가 먼 나라로 나가야 한다는 ‘단계적 진출 모델’이 바람직하다는 견해가 널리 받아들여져 왔다. 또 해외 진출 방법과 관련해 간접수출에서 시작해서 직접수출과 해외 물류 거점 확보 단계를 거쳐 해외 직접 생산을 하는 게 바람직하다는 단계적 접근법이 타당하다고 믿는 전문가도 많다.

이와 달리 전 세계를 하나의 시장으로 보는 글로벌 세그먼트 개념은 부유층을 대상으로 하는 명품회사 또는 일부 다국적기업에만 어울리는 것으로 여겨졌다. 그러나 정보통신기술과 교통의 발달, 이에 따른 국제적 교류와 커뮤니케이션 활성화로 글로벌 세그먼트의 범위와 크기가 확대되고 있다. 이는 중소기업이 이전보다 쉽게 해외 시장을 공략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기회 요인들이다.

창업 초기부터 글로벌 시장을 노리는, 즉 ‘본 글로벌(born global)’을 표방하는 기업들도 등장하고 있다. 정보기술 기업들은 물론이고 온라인·모바일 공간에서 소비될 수 있는 음악, 영상, 게임, 지식 등 문화 콘텐츠 산업에서도 본 글로벌 기업들이 성장할 수 있는 여건이 마련됐다.

본 글로벌 전략을 성공적으로 실행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거대 다국적기업들은 인수합병(M&A) 또는 현지법인 설립을 통해 글로벌 시장 공략에 필요한 역량 및 자원을 자신의 것으로 ‘내부화’함으로써 경쟁력을 갖춘다. 예를 들어 외국에서 구매하던 핵심 부품을 직접 만들면서 생산 비용을 줄이고 품질과 수급 안정성을 꾀하는 게 대표적인 내부화 방법이다. 그러나 자원이 부족한 벤처기업이나 중소기업이 이런 시도를 하기는 힘들다. 벤저민 오비애트, 퍼트리샤 맥두걸 등 이 분야를 연구한 경영학자들은 ‘일부 내부화’를 본 글로벌 기업의 성공 조건으로 제시했다. 신생 벤처기업들이 해외에서 성공하기 위해 필요한 역량·자원을 전략적 제휴, 합작법인, 라이선싱, 네트워크, 플랫폼 참여 같은 하이브리드 형태로 갖추는 게 일부 내부화다. 자체적으로 필요한 역량을 보유할 수 없다면 제휴 등을 통해 외부 자원을 확보할 수 있으며 이를 토대로 본 글로벌 전략을 성공적으로 수행할 수 있다는 의미다.

물론 사업의 성패를 좌우하는 고유한 기술과 핵심 아이디어는 자체적으로 보유해야 한다. 이때 특허, 상표권 등 지식재산권을 보유하고 있으면 제휴 파트너로의 기술 유출 위험을 줄일 수 있다. 글로벌 플랫폼에 참여한 기업들 중 지식재산권을 보유한 기업의 성과가 더 높았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특히 신생기업, 중소기업일수록 기술과 콘텐츠 측면에서 핵심 인력에 대한 의존도가 높기 마련이다. 따라서 창업자와 그 주위의 핵심인력이 글로벌 시장에서 통할 만한 지식과 역량, 글로벌 마인드를 개인적으로 갖춰야 성공할 수 있다.

초기부터 글로벌 세그먼트를 타깃으로 하는 본 글로벌 기업들은 자국 시장에서의 오랜 성공으로 굳어진 타성(inertia) 때문에 해외 시장에서 어려움을 겪는 기존 기업들의 문제를 답습하지 않아도 된다는 장점이 있다. 이처럼 ‘본 글로벌’은 21세기 창업가들에게 매우 매력적인 개념이다. 세계 시장을 누비는 더 많은 본 글로벌 기업의 등장을 기대한다.

한인재 미래전략연구소 경영교육팀장 epicij@donga.com
비즈니스 리더를 위한 경영저널 DBR(동아비즈니스리뷰) 120호(2013년 1월 1일자)의 주요 기사를 소개합니다.



“고객의 인식까지 값을 매겨라”

▼ 가격 책정 전략


제품의 가격은 기업의 수익성에 막대한 영향을 끼친다. 그러나 주먹구구식으로 가격을 정하는 기업이 많 다. 가격은 어떻게 정해야 할까? 기업의 가격책정 능력은 여러 단계로 구분이 가능하다. 가장 가격책정을 못하는 기업은 물건이 안 팔리면 가격을 낮추고 잘 팔리면 가격을 올리는 행태를 반복한다. 이는 수동적인 대처방법이다. 일정 수준 이상의 가격책정 능력을 갖춘 기업은 ‘고객의 가치’까지 추구한다. 초우량 기업은 과학적인 방법을 이용해 가격 탄력성을 분석하고 최적의 가격을 설정한 다. 또 이런 방법을 지속적으로 유지한다. 같은 가격이라도 고객이 인식하는 가치가 다르다는 점을 고려해 제품의 가격을 책정한 기 업의 사례를 제시했다. 이른바 인지가치 접근법의 주요 내용을 소개했다.


랭킹경쟁서 승자가 되려면

▼ Theory
& Practice

오디션 열풍이 거세다. 사회 각 분야에서 다양한 랭킹도 발표되고 있다. 이런 순위 책정은 승자에게 유 리한 제도다. 후발 주자들에게는 불리하다. 그러나 달리 생각하면 랭킹 경쟁이 역전의 기회도 제공할 수 있다. 소수나 약자가 세상 에 자신의 존재를 알릴 수 있는 기회이기도 하다. 1991년 설립된 홍콩과학기술대는 세계 유수의 경영대학원과 겨루기에는 힘이 약했 다. 그러나 랭킹의 중요성을 전략적으로 파악했고 제한된 자원을 효율적으로 사용했다. 해외 유수의 대학과 전략적 제휴를 맺어 학 위과정 프로그램을 운영하기도 했다. 그 결과 각종 경영대학원 집계에서 홍콩과학기술대의 순위는 크게 올랐다. 랭킹 경쟁에서 승자 가 되기 위한 방법을 제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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