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2]선조들의 항일정신 잊지 않으려고 전통 활-칼 지니고 다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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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년 10월 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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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디그족 전통잇는 와탄 텐무 씨

현재 시디그족 120여 가구, 500여 명이 사는 칭류 마을에서도 시디그족의 전통은 끊기고 있다. 고령자 일부는 전통의상을 만들어 명절 때 간혹 꺼내 입지만 이들은 500여 명 가운데 손에 꼽을 정도로 소수다.

취재진은 런아이 향 지역을 방문하기 전 우서 사건을 담은 사진에서 봤던 것처럼 시디그족 전통의상을 입고 활이나 칼을 찬 ‘무지개 전사’를 곳곳에서 쉽게 만나볼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그곳엔 우리나라와 다를 바 없는 현대 복장을 한 사람들만 있을 뿐이었다.

좌절하고 있을 때쯤 한 남자가 눈에 띄었다. 시디그족 전통의상을 입고 활에 칼까지 차고 다니는 남자. 와탄 텐무 씨(46·사진)였다. 그는 자신의 키만 한 활을 차고 시디그족의 전통문신인 원(文面)까지 하고 있었다. 사실 문신은 적의 목을 벤 사람만 새길 수 있다. 지난해 대만에서 개봉해 흥행한 웨이더성 감독의 영화 ‘시디그 발레’ 촬영 당시에는 시디그족 역사에 대한 고문 역할도 톡톡히 했다. 이 영화는 상영시간만 4시간이 넘는 대작이다.

“요즘이 정말 가장 기쁜 나날인 것 같아요.” 그는 시디그 발레 개봉 이후 우서 지역을 찾는 사람이 늘고 있고 시디그족에 대한 관심도 조금이나마 생기고 있다며 기뻐했다. 현재 시디그족을 알리는 강의를 하고 있는 그에 따르면 대만 내 원주민 14개 부족 중 일제 때 가장 격렬하게 투쟁했고 가장 많은 희생자를 냈던 시디그족은 2008년까지만 해도 부족으로 분류되지 못하고 타이야족으로 묶여 있었다. 이 때문에 시디그족은 시간이 갈수록 잊혀져갔다. 그나마 2008년 대만 정부가 시디그족을 공식 부족으로 인정하면서 상황이 다소 나아졌다.

그는 우서에 찾아오는 사람들을 자신의 집으로 초대해 부족에 관해 설명하고 사건에 대해 소상히 이야기해주는 일을 마다하지 않는다. 대만 전역에 흩어진 3만여 시디그 부족 중 이런 일을 하는 사람은 5명도 채 되지 않는다.

그는 “나의 삶을 온전히 시디그족과 조상들을 위해 쏟아 붓는 것에 행복을 느낀다”고 했다. “저처럼 시디그족의 문화를 기억하고 이어가려는 사람이 있어야 일본에 항전하면서 죽어간 수천 명의 희생도 헛되지 않겠죠. 기억되게 하는 일, 무지개 전사들을 위해서라도 평생 하고 살 겁니다.”

난터우=손효주 기자 hjson@donga.com  

▼ 바로잡습니다 ▼

◇본보 6-7일자 B2면 ‘선조들의 항일정신 잊지 않으려고 전통 활-칼 지니고 다녀’ 기사 본문 중 ‘와탄톈무’를 ‘와탄 텐무’로 바로잡습니다.  
#와탄 텐무#시디그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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