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툭 터놓고 톡]<6> 이명박 정부 대북원칙 고수,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 동아일보
  • 입력 2012년 5월 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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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北도발 → 보상 악순환 끊어” vs “北 관리할 전략 안보여”

《 이명박 정부에서 남북관계는 순탄치 않았다. 북한은 2008년 금강산 관광객 피격 사망사건과 2010년 천안함, 연평도 도발을 저질렀고, 최근엔 ‘최고 존엄 모독에 대한 보복 성전’ 개시를 선언했다. 이에 한국은 ‘나쁜 행동에는 보상 없다’는 원칙 아래 제재조치를 취해왔고, 이명박 대통령은 최근 북한의 자유와 민주화를 거론했다. 마주 달리는 열차가 충돌하기 직전의 형국이다. 이처럼 남북 간 긴장이 높아지면서 현 정부의 대북정책 원칙론에 대한 평가는 극단적으로 갈린다. 찬성자들은 “과거 정부의 잘못된 대북정책을 바로잡고 북한을 변화시켜 가는 과정”이라고 설명하는 반면 비판자들은 “현 정부가 북한을 자극하면서 북한의 붕괴만 기다리고 있다”고 주장한다. 찬반 전문가들을 통해 이명박 정부 대북정책의 속살을 들여다봤다. 》
■ “이래서 찬성한다”

이명박 정부의 대북정책 원칙론을 긍정적으로 평가한 전문가들은 현 정부가 일관되게 북한의 협박과 도발에 강력 대응함으로써 ‘도발→대화→보상…’의 악순환을 끊었다고 평가했다. 과거 정부의 잘못된 대북정책을 현 정부가 바로잡으려다 보니 남북 간 긴장이 높아진 것이지 현 정부의 책임이라고 비판하는 것은 부당하다는 게 찬성자들의 시각이다.

○ “나쁜 행동에는 보상 없다” 원칙 지켜


현 정부의 대북정책은 북한이 핵을 폐기하면 경제발전을 지원하겠다는 ‘비핵·개방·3000’으로 출발했다. 여기에 2008년 7월 금강산 관광객 피격 사망사건이 발생하면서 ‘국민의 안전’을 중요한 정책 목표로 삼았고, 2010년 3월 천안함 폭침사건이 발생하자 5·24 제재조치를 단행했다. 김태우 통일연구원장은 현 정부의 대북정책 원칙을 “대북지원의 투명성, 남북거래의 국제관례 준수, 국민의 신변보장, 핵문제 해결에 대한 성의 있는 태도 등 네 가지”라고 요약했다.

김 원장은 “모든 정부 대북정책의 궁극적 목표는 ‘평화적 분단 관리’와 ‘북한의 변화’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는 것”이라며 “현 정부는 두 번째 토끼를 잡는 데 초점을 맞추면서 ‘북한이 국제기준이나 규범을 지나치게 어기면 도움을 줄 수 없다’는 메시지를 일관되게 줬다”고 분석했다. 이어 “그 결과 북한에서 시장이 활성화되는 등 북한의 변화에 기여했다”며 “북한이 원칙을 지키면 과거보다 더 폭넓게 교류하겠다는 ‘조건부 접촉유지’ 기조를 유지했기 때문에 결코 강경기조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김석우 전 통일부 차관(현 21세기국가발전연구원장)도 “북한이 나쁜 일을 하는 데에는 도와줄 수 없고, 좋은 방향으로 나아가면 협력할 수 있다는 합리적인 논리가 적용된 것”이라며 “북한의 잘못된 행동에 보상하지 않는다는 원칙을 일관되게 유지한 것은 긍정적으로 평가할 만하다”고 말했다. 홍관희 고려대 북한학과 교수(안보전략연구소장)도 “북한에 현금과 쌀, 비료 등 전략물자의 유입이 중단된 것은 현 정부 대북정책의 성과”라고 분석했다.

○ “남북관계 악화는 이전 정부의 책임이 커”


이들은 현 정부 들어 남북관계가 악화된 것이 현 정부의 대북정책이 잘못됐다는 점을 보여주는 것은 아니라고 입을 모았다. 오히려 김대중, 노무현 정부가 ‘햇볕정책’을 바탕으로 북한에 대규모 지원을 해줬던 부작용이 지금 나타나고 있다는 것이다.

김 전 차관은 “상대에게 뭔가를 주면서 관계를 유지하는 것은 쉽지만 주던 것을 안 주면서 관계를 제대로 설정하는 것은 쉽지 않다”고 지적했다. 이어 “이전 정부가 북한에 대규모 지원을 해줘서 주민 생활이 개선됐다면 의미가 있지만 실제로는 북한 정권만 도와준 결과가 되지 않았느냐”고 반문했다.

홍 교수는 “지난 정부 10년 동안 북한을 잘못 길들인 상태에서 엄격하게 정책을 구사하려다 보니 문제가 생기는 것은 당연하다”며 “현 정부가 북한의 도발에 대해 보다 확고하게 스탠스를 취하지 않은 것도 잘못”이라고 말했다. 김 원장은 “북한을 변화시키겠다는 대북정책을 놓고 통일을 막는다고 하는 것은 궤변”이라며 “통일은 북한이 수령 독재체제를 버리고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를 받아들이는 변화가 있어야 가능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 “관계 개선 위해 원칙 후퇴는 안 된다”


남북관계 개선 방안에 대해 이들은 대북정책의 원칙은 유지하면서 해법을 찾아야 한다고 제언했다. 홍 교수는 “지금 와서 대북 제제를 해제한다는 것은 굴욕적인 것”이라며 “평화를 애걸하면 북한이 더 호전적으로 나온다”고 주장했다. 이어 “북한의 도발을 강력히 저지할 의지와 힘을 행동으로 보여줘야 북한이 대화로 나온다”며 보다 강경한 대응을 주문했다. 김 전 차관도 “햇볕정책식 유화정책으로 돌아간다면 과거의 실패를 반복하겠다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반면 김 원장은 “평화적 분단 관리와 북한의 변화를 동시에 추구한다는 측면에서 정부가 유연성 발휘를 통해 물꼬를 틀 필요는 있다”며 유연한 접근의 필요성을 인정했다. 그러면서도 “정부가 기존의 대북정책 원칙에서 후퇴한다면 북한에 우스갯거리가 될 것”이라며 원칙 유지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장택동 기자 will71@donga.com  
■ “이래서 반대한다”


이명박 정부의 대북정책을 비판적으로 보는 전문가들은 현재의 남북관계가 악화된 것은 전략 부재 탓이라고 지적했다. 북한의 붕괴가 임박했다는 ‘북한 붕괴론’을 믿는 현 정부 정책 당국자들이 북한의 잇단 도발에 ‘역시 북한은 안 돼’라는 신념만 더욱 굳히면서 기다리는 것 외엔 별다른 전략도 없이 ‘북한 관리’마저 실패한 결과라는 게 비판론자들의 시각이다.

○ ‘나쁜 정권, 붕괴 임박’ 인식이 밑바탕


이봉조 전 통일부 차관은 “남북관계 파탄의 근본 배경은 정책의 단절에 있다”고 말했다. 그는 “지난 정부 10년간 북한의 변화를 유도하기 위해 화해협력을 추진했는데, 이명박 정부의 대북정책은 그 화해협력에 대한 부정에서 출발했다”며 “북한이 잘못된 체제를 갖고 있는 한 화해협력은 불가능하다는 인식이 기저에 깔려 있었다”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북한이 붕괴될 때까지 기다리는 것을 전략이라고 부를 수나 있겠느냐”며 “그것 외엔 전략이 없다 보니 우리가 갖고 있던 남북관계의 주도권을 북한에 내주는 결과가 돼 버렸다”고 지적했다.

백학순 세종연구소 수석연구위원은 “이명박 정부는 겉으로는 ‘상생·공영’을 말하면서 실제로는 북한 붕괴론을 유지해 왔다”며 “정권 초기부터 ‘급변사태 준비’를 얘기해 왔고 2010년부터는 통일세로 대표되는 ‘통일준비론’으로 북한을 자극해 왔다”고 말했다. 이수훈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장도 “이명박 정부의 ‘비핵·개방·3000’이라는 용어를 찬성하지 않았지만 최소한 남북경협 등에서는 괄목할 만한 성과를 낼 줄 알았다”며 “이제 와서 보면 통일부를 없애려던 이 정부가 과연 북한과 진지한 협상을 해볼 생각이나 있었을까 의심이 든다”고 말했다.

○ “북한 왜 도발했는지 생각했어야”


북한의 천안함·연평도 도발을 두둔하는 전문가는 없었다. 하지만 비판론자들은 “현 정부의 대북정책 당국자들이 마치 조지 W 부시 전 미국 행정부의 네오콘(신보수주의자) 외교팀처럼 확신과 신념에 사로잡혔던 것 아니겠느냐”고 반문했다. 부시 행정부 당시 미국은 북한 등을 ‘악의 축’으로 규정하고 체제 변화(레짐 체인지)의 대상으로 삼았다.

백 연구위원은 “북한의 행동이 실망스러웠던 적이 한두 번이 아니었다”면서도 “이 정부는 북한이 강경 행동으로 나오면 원인은 무엇인지, 우리 쪽에서 고칠 일은 없는지 생각하기보다 ‘역시 못 믿을 놈들’이라는 확신만 되풀이했다”고 말했다. 그는 “정책 집행자가 이념에 사로잡힌 이데올로그가 되면 미리 해답을 갖고 있기 때문에 모든 토론을 무의미하게 만든다”고 말했다. 이 전 차관도 “도발을 저지른 것은 명백히 북한의 잘못”이라며 “하지만 북한은 체제 속성상 ‘우리를 압박하든 말든 대화로 나가겠다’는 정책은 펼 수가 없다”고 말했다.

○ 현 정부에선 관계 개선 어려울 듯


그렇다면 어떻게 남북관계를 바꿀 수 있을까. 비판론자들은 “이미 늦었다”며 남북관계의 극단적 악화를 막기 위해 북한을 자극하는 언사나 삼가는 게 좋겠다고 지적했다. 이 소장은 “이명박 정부 임기 내에는 관계 개선이 불가능해진 것 아니냐”며 “특히 측근 스캔들로 인해 레임덕(권력누수 현상)에 들어간 이 정부에서 할 수 있는 일이 많지 않다”고 말했다.

백 연구위원은 “선거정국에서 정치공학적으로 남북관계를 작동하려는 유혹을 크게 받을 것이고 북풍(北風), 역북풍 가능성이 모두 열려 있다”며 “차라리 아무 정책도 하지 않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그는 “북한의 언어폭력이 소름 끼칠 정도지만 최소한 우리는 품격을 갖춰야 한다”며 “최근 (북한의 민주화와 자유를 거론한) 이명박 대통령의 대북 발언에서 보듯 사석에서나 할 법한 얘기들이 자꾸 나오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 전 차관은 “남북관계가 긴장 완화로 재설정되려면 정치가 바뀌지 않고서는 어려운 만큼 새 정부가 들어서야만 가능하다”며 “북한도 그 사실을 잘 알고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명박 정부가 어설프게 대북정책을 바꾸면 일관성조차 지킬 수 없다”며 “차라리 이 정부가 대북정책을 유지해 다음 정부가 누가 되든 그 교훈을 잘 반성함으로써 남북관계 개선을 모색하는 데 소재로 쓰는 게 낫다”고 말했다.

조숭호 기자 shcho@donga.com
#북한#이명박#청와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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