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어버린 연아 “13개월 공백… 다리가 후들거렸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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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5월 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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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연아 점프 실수… 日 안도에 1.29점차 2위
완벽하게 뛴 점프에선 가산점 제대로 못받아

한 번 터진 눈물은 멈출 줄 몰랐다.

세계피겨선수권 여자 싱글 프리스케이팅 경기가 열린 지난달 30일 러시아 모스크바의 메가스포르트 경기장. ‘피겨 여왕’ 김연아(21·고려대)가 시상대에 올랐다. 가장 높은 곳은 아니었지만 표정은 밝았다. 하지만 곧 하염없이 눈물을 흘렸다.

김연아는 이날 프리스케이팅에서 128.59점을 받아 전날 쇼트프로그램 점수(65.91점)를 합해 종합 194.50점을 기록했다. 프리스케이팅 130.21점으로 합계 195.79점을 기록한 안도 미키(일본)에 1.29점 차로 밀려 종합 2위에 머물렀다.

두 번의 점프 실수가 아팠다. 전날 실수했던 트리플 러츠-트리플 토루프 콤비네이션 점프(기본점수 10.1점)를 완벽하게 뛰며 가산점 1.6점을 받았지만 트리플 살코-더블 토루프 콤비네이션 점프(기본점수 5.6점)에서 후반 점프가 1회전에 머물러 기본점수가 4.6점으로 깎였다. 트리플 플립 점프(기본점수 5.3점)도 1회전에 그쳐 기본점수 0.5점밖에 얻지 못했다.

좀처럼 하지 않는 점프 실수는 13개월 동안의 공백이 원인인 듯하다. 김연아는 경기 뒤 “긴장했다. 다리가 후들거려 플립 점프 때도 주춤했다”며 “공백이 영향이 있을지 모르겠다. 하지만 정확하지는 않다”고 말했다.


프로그램을 처음 공개한 것도 불리하게 작용했다. 심판들은 다른 선수들과 달리 김연아의 프로그램을 올 시즌 처음 봤다. 심판들은 대체로 선수들의 시즌 첫 경기를 판정의 기준으로 삼는다. 그 경기를 기준으로 이후 대회 때 가산점과 감점 판단을 한다. 김연아의 경우는 기준으로 삼을 만한 연기가 없었다. 한 피겨 관계자는 “보통 선수들의 첫 경기에선 점수를 짜게 주는 편인데 김연아가 이런 면에서 불리하지 않았나 싶다”고 말했다.

완벽하게 뛴 점프에서 가산점을 제대로 받지 못한 것도 아쉬웠다. 보통 1점 이상, 높게는 2점의 가산점을 받는 김연아는 프리스케이팅에서 1점 이상의 가산점을 세 번 받는 데 그쳤다. 반면 안도는 가산점 1점 이상을 네 차례 받았다.

김연아는 이번까지 3번 시상대에서 눈물을 흘렸다. 2009년 세계선수권과 2010년 밴쿠버 겨울올림픽 때 흘린 눈물은 기쁨과 감격의 눈물이었다. 이번 대회는 공백에 대한 긴장감, 심판들의 편견, 브라이언 오서 코치와의 결별로 인한 구설수 등으로 김연아에게 쉽지 않은 복귀전이었다. 김연아는 “힘든 시간을 보낸 뒤 오랜만에 시상대에 섰다는 느낌에 눈물이 났다”고 말했다.

한편 김연아는 동일본 대지진 피해 어린이들을 돕기 위해 은메달 상금 2만7000달러(약 2886만 원)를 유니세프에 기증하기로 했다.

김동욱 기자 creati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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