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27 재보선 후폭풍]‘풍비박산’ 한나라당 24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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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4월 2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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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상집 한나라 “누구 때문이냐” 고성

10개월 만에 막 내리는 안상수 체제 한나라당 안상수
대표(왼쪽)가 28일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를 마친 뒤 “4·27 재·보궐선거 결과에 대해 지도부 모두 책임을
통감한다”며 당 지도부의 총사퇴 결정을 밝히고 있다. 오른쪽은 홍준표 최고위원. 양회성 기자 yohan@donga.com
10개월 만에 막 내리는 안상수 체제 한나라당 안상수 대표(왼쪽)가 28일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를 마친 뒤 “4·27 재·보궐선거 결과에 대해 지도부 모두 책임을 통감한다”며 당 지도부의 총사퇴 결정을 밝히고 있다. 오른쪽은 홍준표 최고위원. 양회성 기자 yohan@donga.com
28일 오전 7시 30분. 해뜨기가 무섭게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 회의실에 성난 표정의 한나라당 소장파들이 종종걸음으로 모여들었다. 김세연 김성태 의원 등 개혁성향의 초선 모임인 민본21 소속 의원들이었다. 의원들은 오래 참았다는 듯 4·27 재·보선 참패의 책임을 들어 당 지도부와 청와대를 향해 직격탄을 날렸다. 이재오 특임장관을 향한 비판도 거리낌이 없었다.

비공개로 진행된 회의에서 한 수도권 의원은 “선거를 앞두고 이 장관은 계파모임을 자주 열었다. 이것이 선거대책회의로 비쳐 논란이 되기도 했다”면서 “이런 식의 정치 행태가 국민에게 ‘구태’처럼 보여 당을 이 지경으로 만든 원인이 됐다”고 비판했다.

‘친이재오계’ 의원들은 당초 이날 서울 마포의 한 호텔에서 모일 예정이었으나 ‘당이 어려운 상황에서 불필요한 오해를 살 수 있다’며 부랴부랴 모임을 취소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성식 의원은 “주류의 아바타들로 원내대표 경선이 치러진다면 국민은 더는 한나라당을 믿지 않게 될 것”이라며 다음 달 2일로 예정된 원내대표 경선 연기를 주장했다. 의원들이 앞 다투어 여러 차례 발언하는 바람에 오후에 다시 모여 논의를 계속했다.

이날 오전 8시 반 여의도 당사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도 진풍경이었다. 안형환 대변인은 과로로 눈 주변의 실핏줄이 터지는 바람에 퉁퉁 부은 오른쪽 눈을 부여잡고 회의실로 들어갔다. 심재철 정책위의장은 “선거가 끝난 뒤 험한 세상 보기 싫어 한쪽 눈을 아예 감아버렸느냐”고 애써 농담을 던졌지만 별로 웃는 사람은 없었다.

공식 회의 직전에 열린 비공개 티타임에서 최고위원들이 모여 앉기가 무섭게 문 밖으로 고성이 새어 나왔다. 안상수 대표가 “원내대표 경선을 예정대로 다음 달 2일 하고 그 이후 비상대책위원회 구성을 하자. 비대위 구성 권한은 나에게 위임해 달라”고 말했다. 이에 정두언 서병수 나경원 최고위원이 “원내대표 경선을 연기하자”며 반대 의견을 밝혔다. 안 대표는 “왜 마지막까지 내 발목을 잡으려 하느냐”고 화를 냈다. 그러자 정 최고위원이 “절차를 거쳐서 해야 하는 것 아닙니까”라고 쏘아붙였다. 그러자 안 대표는 벌게진 얼굴로 문을 박차고 나와 최고위원회의실로 직행했다. 그러고는 곧바로 ‘지도부 총사퇴’를 선언했다. 정 최고위원은 자신의 트위터에 “정부와 여당이 제2의 6·29선언을 해야 한다”며 여권의 혁신을 촉구했다.

이날 오후 4시경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회의실에서 열린 의원총회에서도 ‘초상집 멱살잡이’ 분위기가 이어졌다. 172명의 소속 의원 중 137명이 모였다. ‘연기금의 주주권 행사’ 발언을 한 곽승준 미래기획위원장을 ‘잘라야 한다’는 소리도 나왔다.

의총에서 정태근 의원이 중심이 된 소장파 의원들은 다음 달 2일로 예정됐던 원내대표 경선 연기에 찬성하는 의원 74명의 서명안을 내놓으며 연기론을 주장했다. 격론 끝에 2일 경선을 의원연찬회로 대체해 ‘처절한 토론’을 벌이자는 데 의견이 모아졌다.

결국 4시간의 의총에서 아무 결론도 내리지 못한 채 의원들은 뿔뿔이 흩어졌다. 이렇게 지난해 7월 14일 전당대회에서 선출된 안상수 대표 체제는 10개월 만에 막을 내렸다.

최우열 기자 dnsp@donga.com▼ 잔칫집 민주당 “국민 덕분이다” 덕담…‘환호작약’ 민주당 24시

9년 만에 다시 다는 의원 배지 민주당 박지원 원내대표(오른쪽)가 28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서 경기 성남 분당을 국회의원 보궐선거에서 당선된 손학규 대표에게 국회의원 배지를 달아주고 있다. 박영대 기자 sannae@donga.com
9년 만에 다시 다는 의원 배지 민주당 박지원 원내대표(오른쪽)가 28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서 경기 성남 분당을 국회의원 보궐선거에서 당선된 손학규 대표에게 국회의원 배지를 달아주고 있다. 박영대 기자 sannae@donga.com

“국회의원이 다시 되면서 이 ‘빠찌(배지)’가 얼마나 소중한지를 느꼈습니다. 소중한 국민이 달아준 것이어서 책임감을 느낍니다. 결코 이 ‘빠찌’를 떼지 않겠다는 게 제 마음입니다.”

민주당 손학규 대표는 28일 의원총회에 참석해 당선 소감을 밝히면서 시종 양복 상의 왼쪽에 달린 배지에서 손을 떼지 않았다. 전날 경기 성남 분당을 국회의원 보궐선거 당선의 벅찬 감정이 여전한 듯했다. 1994년 경기 광명을 보궐선거에서 처음 국회에 들어온 그는 15, 16대 총선에서 연속 당선했고 2002년 5월 경기도지사 선거에 출마하면서 국회를 떠났다가 9년 만에 다시 의원이 됐다.

민주당 의원총회가 열린 국회 246호실은 말 그대로 잔칫집이었다. 손 대표가 회의장에 들어서자 자리에 앉아 있던 의원 60여 명은 개선장군을 맞듯 일제히 일어나 박수를 치며 손 대표를 환영했다. 손 대표가 활짝 웃으며 한 사람씩 악수를 청하자 의원들도 “너무나 기쁜 날이다” “웃음이 절로 나온다” 등의 덕담을 건넸다. 당내 비주류 강경파인 문학진 의원은 “손학규 파이팅!”을 외치기도 했다.

박지원 원내대표는 손 대표에게 국회의원 배지를 직접 달아줬다. 박 원내대표는 배지를 달아준 뒤 “손학규 의원님, 앞으로 의원총회 잘 나오셔야 한다”며 좌중을 웃긴 뒤 “이 배지는 국민의 힘이 달아준 것”이라고 말했다. 손 대표가 배지를 ‘빠찌’라고 발음하자 김유정 의원은 “저게 옥스퍼드대 정치학 박사의 발음”이라며 웃음을 터뜨렸다.

손 대표는 “이번 승리는 온전히 당의 승리이자 야권연대의 승리”라며 “우리의 목표는 이제 정권교체다”라고 강조했다. 그러나 “정말 아쉽게도, 대단히 아쉽게도 김해에서는 야권 단일후보의 당선이 좌절됐다”며 경남 김해을 선거 결과에 대한 아쉬움을 감추지 못했다.

의원으로서의 첫날, 손 대표는 선거운동 때보다 바쁜 일정을 소화했다. 오전 5시 분당 순복음교회에서 새벽예배를 보고 오전 6시 반부터 2시간여 동안 분당 지하철 미금역에서 시민들에게 당선 인사를 한 뒤 곧바로 당직자들과 함께 서울 동작동 국립현충원으로 향했다. 이후 국회에서 최고위원회의와 의원총회에 참석한 뒤 다시 분당으로 가 시민들을 만났다.

민주당 곳곳에서는 손 대표의 급격한 위상 상승을 보여주는 풍경이 관찰됐다. 당내 비주류 결사체인 쇄신연대는 다음 달 3일 모임을 열어 해체 문제를 논의할 것으로 알려졌다. 문학진 의원은 이날 평화방송 라디오 인터뷰에서 “손 대표가 십자가를 지는 지도자의 이미지를 각인시켰기 때문에 당 안팎의 입지가 매우 강화될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이번 재·보선 과정에서 지나친 막말로 눈총을 산 민주당 최종원 의원은 이날 의원총회에서도 “내가 막말을 했다고 하는데 난 그저 조용히 얘기한 것이다. 국회의원은 인간이 아닌지, 말 좀 하고 살자고 했는데…”라고 말해 다시 구설에 올랐다. 그는 24일 강원도지사 선거 지원유세에서 “대통령은 돈 훔쳐 먹고, 그 마누라도 돈 훔쳐 먹으려고 별짓 다 하고 있는데 국정조사 깜(감)이다. 우리가 승리하면 김진선(전 강원지사)도, 엄기영(한나라당 강원지사 후보)도 다 깜방(감옥)에 간다”고 폭언을 했다.

조수진 기자 jin0619@donga.com
이유종 기자 pe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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