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2/커버스토리]이상윤 “‘짝패’ 찍으며 연기 밑천 드러났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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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4월 7일 14시 0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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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젊은 배우들 사극 기피? 사극이어서 '짝패' 선택했다"
●받아들일 수 없으면 안하는 성격, 대본 완벽히 이해해야 촬영 시작
●'짝패' 끝나면 당분간 휴식 "나를 채울 시간 가질 것"

초승달 같은 눈웃음이 매력으로 꼽히는 배우 이상윤(30). 카메라를 들이대자 웃음기를 싹 거두며 "그동안 너무 웃은 것 같다. 이젠 진지한 모습도 보여주겠다"고 말했다. 사진=변영욱기자 cut@donga.com
초승달 같은 눈웃음이 매력으로 꼽히는 배우 이상윤(30). 카메라를 들이대자 웃음기를 싹 거두며 "그동안 너무 웃은 것 같다. 이젠 진지한 모습도 보여주겠다"고 말했다. 사진=변영욱기자 cut@donga.com

MBC '짝패'에서 귀동은 거지 소굴에서 태어났지만 친모인 막순(윤유선 분)에 의해 양반집 아들 천둥(천정명)과 맞바뀌어 양반으로 살게 된다. 한 마디로 태어나자마자 인생이 뒤바뀌었다.

귀동 역을 맡은 배우 이상윤(30)도 마찬가지다. '뺑뺑이 안경'을 쓰고 학교 집만 오가던 모범생이었던 학창 시절. 덕분에 서울대 물리학과에 가뿐히 합격했고 탄탄한 미래를 보장받았지만 아르바이트 삼아 광고 CF를 찍고 연기자로 데뷔하며 인생이 뒤바뀌었다.

최근 서울 종로구 동아미디어센터에서 만난 그는 "연기자로 데뷔한 게 '인간 이상윤'의 전환점이라면 '짝패'는 '배우 이상윤' 인생의 전환점"이라고 말했다.

▶"'짝패' 중반부 넘어서니 이제 조금 알겠다"

-드라마가 중반부를 넘어섰습니다. 소감은?

"많이 공부하고 있어요. 처음에는 사극이라고 해서 기대 반 걱정 반이었는데 정작 감독님은 사극인 걸 생각하지 말라고 하셨어요. 소위 말하는 사극 말투도 신경쓰지 말고 편하게 실생활에서 말하듯 하라는 거예요. 처음에는 그 말이 어떤 의미인지 파악을 못했어요. 대본은 사극의 고어체인데 실생활에서 말하듯 하라는 게 어색하잖아요. 그런데 15부 정도 지나니 조금 알겠어요. 사극이라고 해서 너무 딱딱한 말투를 치중할 필요가 없다는 말씀이셨던 것 같아요. 그렇게 시행착오하면서 배우고 있어요."

-'짝패'에 출연한 이유는?

"사극이어서 끌렸어요. 평소에 사극을 해보고 싶었어요. 주위에서도 사극이 잘 어울릴 거라고 하시고 조언을 해주신 분도 있었고요. 나중에 기회가 된다면 전통사극도 해보고 싶어요. 극 중 아버지인 최종환 선배님이 왕(王)은 재미없다고 하시니 문관이나 무관이요. 무관은 전쟁신이 많아서 재밌을 것 같고 문관은 궁중에서 두뇌싸움 하는 게 재밌을 것 같아요."

-젊은 배우들은 사극을 기피한다고 하던데요.

"제 주변에는 기피하는 사람 없는 것 같은데…. 하하. 확실히 사극을 하면 연기의 밑천이 드러나는 것 같아요. 사극을 하려면 호흡 발성 등 기본기가 있어야 하거든요. 기본기가 있는 상태에서 하는 것과 없는 상태에서 하는 것은 차이점이 확연히 드러나요. 저 또한 '내가 가진 게 이 정도였구나' 느껴요. 선배님들은 워낙 연기 내공이 있으시니 그냥 말하셔도 대사에 힘이 느껴지는 데 저는 온 힘을 다해야 그게 나타나거든요."

-거지로 태어났지만 양반과 바뀌며 양반으로 살고, 그러다 자신이 원래는 거지라는 것을 알게 되는, 귀동은 복잡한 인물입니다.

"어려운 캐릭터죠. 양반으로 살면서 자신이 원래는 거지였다는 것을 알게 된 지금은 감정이 깊어져서 어렵지만, 아역에서 성인으로 바뀐 시점은 더 어려웠어요. 아역 귀동은 굉장히 유들유들한 성격이었는데 성인 귀동은 유들유들한 동시에 진지해요."

'짝패'는 8회까지 아역들이 끌었고 9회부터 성인 배우들이 나왔다. 그 사이 10년이 흘렀다. 이상윤은 "10년 동안 귀동에게 무슨 일이 있었는지 설명 없이 변한 모습만 보여주니 연기자 입장에서 굉장히 헷갈렸다"고 말했다.

사진=변영욱기자 cut@donga.com
사진=변영욱기자 cut@donga.com

▶아역에서 성인까지 훌쩍 뛰어버린 귀동 "저도 그 '10년'이 궁금해요"

-10년사(史)는 시청자들 사이에서도 아직도 논란거리입니다. 연기자로서 가장 궁금했던 것은 무엇인가요?

"사람들과의 관계요. 우선 귀동과 아버지와의 관계가 변했죠. 어린 시절 귀동은 아버지인 김진사(최종환)를 탐관오리라고 싫어했는데 커서는 속마음까지 다 내보이고 의지해요. 그게 이해가 안됐어요. 그래서 감독님에게 조언을 구했지만 '일단 덮어두고 가자'고 하셨어요. 그래서 제 스스로 많이 생각해서 내린 결론은 천둥과 동녀(한지혜)였어요. 아버지가 10년 동안 의지할 곳 없는 천둥과 동녀를 보살펴 줬잖아요. 그래서 아버지에 대한 미움과 고마움이 희석이 된 것 아닌가 싶어요."

천둥은 귀동이 신분을 뛰어 넘어 우정을 나누는 '짝패(짝을 이루는 패)'이고 동녀는 귀동이 어린 시절부터 사랑하는 여인이다.

-어린 시절에는 귀동이 동녀를 짝사랑하는데 성인이 되니 오히려 동녀가 고백해도 귀동이 외면하죠.

"동녀의 아버지를 죽인 원흉이 귀동의 아버지니까요. 귀동은 동녀에 대한 마음을 접어야 하는데 아버지가 또 동녀를 돌봐주니, 그걸 보는 귀동의 마음이 복잡했을 거예요. 동녀를 좋아하지만 좋아하면 안되고, 동녀가 고백해도 마음을 받을 수 없고요. 그렇다고 멀리할 수도 없겠죠."

-동녀가 아버지 원한을 갚으려고 귀동을 좋아하는 척 할 수도 있어요. 귀동은 동녀의 마음을 의심하지 않을까요.

"10년이라는 세월을 생각해야 해요. 귀동이가 아버지에 대한 미움과 고마움이 희석되는 동안 동녀도 동일한 마음을 가졌을 거예요. 그리고 정말 자기 아버지에 대한 원수를 갚는다면 10년을 참고 기다렸을까요? 설마 그러고 있는 걸까요? 그 '10년'이 참 애매해요."

-어린 시절 귀동은 글공부를 싫어해 서당도 빼먹었습니다. 그런데 성인이 되니 포도청 포교가 되었더군요.

"하하. 어린 귀동인 뛰어놀기를 좋아했으니 무술은 누구보다 잘 했을 것 같은데 공부는…. 아마 '아버지 백'으로 들어가지 않았을까요?"

한 번 봐달라는 듯 애교섞인 눈웃음을 짓더니 "그보다 더 궁금한 건 포교가 된 뒤 귀동의 행동"이라며 말을 이었다.

"그렇게 바라던 무관이 됐는데 귀동이 툭하면 술 마시고 비번(당번)을 바꾸죠. 그러다 수사할 때는 굉장히 진지해져요. 귀동이 성격 상 수사할 때도 건성건성 할 것 같은데 말이죠. 아마 작가님이 캐릭터에 힘을 실어주려고 그렇게 하신 것 같아요. 선배님들은 편하게 연기하셔도 연기에 힘이 느껴지지만 저는 그렇지 않으니까 일부러 진지한 모습, 힘있는 모습을 넣어주신 것 같아요."

-15회에서 귀동은 '출생의 비밀'을 알아냈습니다. 그런데 누구에게도 말하지 못하죠. 시청자들 사이에서는 친모인 막순을 걱정해서 일 것이라는 추측이 나왔어요.

"아마 자기 자신 때문이었겠죠. 자신이 가진 것이 모두 없어진다는 것이 무섭고 싫을 거예요. 귀동은 아직 막순을 엄마라고 부르고 싶어 하지도 않는 걸요. 천둥이가 마음에 많이 걸리지만 아마 앞으로 당분간 말하지 않을 것 같아요. 그러니까 천둥이에게 미안해서 동녀에 대한 마음도 접을 것 같고요."

-귀동을 연기하면서도 이해되지 않는 점들이 있을텐데 연기하기 힘들지 않나요?

"그래서 촬영장에서 시간이 걸리는 편이에요. 해석의 여지가 많은 부분은 감독님과 상의하고 내 것으로 받아들이는 데까지 시간이 걸리거든요. 전 제가 받아들일 수 없으면 안하는 편이에요. 받아들이고 연기해도 미흡한데 받아들이지도 않고 연기하면 더 거짓이니까요."

사진=변영욱기자 cut@donga.com
사진=변영욱기자 cut@donga.com

▶"대본을 분석하는 게 아니라 느끼는 연기자가 되겠다"

-'짝패' 포스터에 '다시 태어나도 너를 택할 것'이라는 문구가 있어요. 귀동의 너는 누구인가요?

"그 문구 자체는 막순의 입장에서 '다시 태어나도 아기를 바꿀 것이다'는 의미인 것 같아요. 귀동이 입장에서 '너'를 고른다면 아직은 천둥일수도 있고 동녀일 수도 있을 것 같고요. 귀동에게 사랑이 얼마나 큰 지, 짝패 천둥이와의 우정이 얼마나 소중한지 아직은 잘 모르겠거든요. 24부쯤 되면 알 것 같아요. 하하"

-'짝패'가 민중사극이다보니 등장인물이 모두 주인공 같습니다. 첫 주연작인데 상대적으로 주인공 분량이 적어요,

"요즘들어 촬영이 조금 널널하긴 해요. 하하. 귀동은 많이 나오지 않는 게 복잡한 심경을 표현하는 방법인 것 같아요. 계속 나와서 힘들다 힘들다 하는 것보다 오랜만에 나와서 술에 취해 있고 괴로워하는 모습을 보여주는 게 더 효과적이니까요."

-귀동은 인생이 반전된 인물이죠. 이상윤 인생의 반전이 있다면?

"연기를 시작한 게 '인간 이상윤' 인생의 전환점이라면 '짝패'는 '배우 이상윤' 인생의 전환점인 것 같아요. '짝패'를 찍기 전까지만 해도 저는 다양한 역을 소화하는 연기자가 되고 싶었어요. 발성 호흡법 등 연기자가 갖춰야 할 객관적이고 기본적인 것들만 생각했죠. 그런데 '짝패'를 찍으며 충분히 느끼는 사람이 되어야 연기가 깊어질 수 있다는 것을 깨달았어요."

'느끼는 사람'이 되고 싶어진 이유는 귀동이 큰 갈등에 처하는 상황이 많아 "감정을 터트려야 하는 순간"이 많기 때문.

"한번은 감독님께서 느끼는 대로 자유롭게 표현해보라고 하셨는데 전 평소에도 느끼는 게 적으니 표현도 적더라고요. 그 때 선배님들의 '많이 돌아다녀라, 많이 봐라. 더 큰 사람이 되어야 한다'는 조언이 떠올랐어요. 그동안은 대본을 분석하는 편이었어요. 감정신에서 충분히 감정을 끌어내지 못하다 보니 부족한 부분을 이성적인 노력으로 채우려는 노력이었죠. 앞으로는 평소에도 많이 느끼는 훈련을 하려고요."

-연기를 시작하고 "밖으로 나왔다"고 한 적이 있어요. 나와보니 어떤가요?

"재밌어요. 이해할 수 없는 일들도 많고 혼란스럽기도 했어요. 그더라 어느 틈엔가 그럴 수도 있겠구나 싶기도 해요. 그렇다고 받아들이려고 하는 건 아니에요. 그냥 인정하려고요. 아직 밖으로 반도 못 나왔고요. 연기자로 사회인으로도 좋은 면만 본 것 같아요. 다 볼 때까지 계속 밖으로 나가야죠."

2007년 영화 '색즉시공2'로 데뷔해 쉴 틈 없이 활동한 그는 '짝패'를 끝으로 당분간 휴식기를 갖는다. 대학으로 돌아가 남은 2학기를 채워 졸업부터 할 생각이다.

"공부하면서 1년을 '이성적인 활동'으로 채워야 하는 게 아쉽긴 하지만 어서 졸업하고 대학원에 진학해 연기를 전공하고 싶어요. 또 쉬는 동안 여행도 다니고 사람들하고도 부대끼면서 제 자신을 많이 채우고 싶고요. 그래서 대본을 분석하는 게 아니라 느끼는 연기자가 되겠습니다."

김아연 기자 aykim@donga.com@@
동아닷컴 조유경 기자 polaris27@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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