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2/집중분석] ‘아테나: 전쟁의 여신’, 미끄러지는 시청률의 비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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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12월 27일 14시 3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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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히 한국 TV드라마와 형식적으로 가장 흡사한 것은 일본 TV드라마라고들 한다. 그러나 막상 그 시장구조를 살펴보면 같은 점보다는 오히려 다른 점이 더 많다. 그 중 가장 극명한 차이를 보이는 게 시청률 추이다.

일본 TV드라마는 웬만한 주목작들의 경우 첫 회 시청률이 가장 높다. 이후 하강곡선을 그리다 어느 정도 반향을 일으킬 경우 중반부부터 다시 반등, 마지막 회 시청률로 정점을 치게 된다.

큰 반향을 일으키지 못했다면 그대로 첫 회 시청률이 최고 시청률이 된다. 그래프로 그려보면 양 극점 사이 중간 부분이 푹 꺼져있는 우물 형이 된다.

\'아이리스\'의 뒤를 잇는 블록버스터로 화제를 모은 ‘아테나: 전쟁의 여신’이 \'용두사미\' 시청률을 기록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사진제공=태원엔터테인먼트.
\'아이리스\'의 뒤를 잇는 블록버스터로 화제를 모은 ‘아테나: 전쟁의 여신’이 \'용두사미\' 시청률을 기록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사진제공=태원엔터테인먼트.

▶ '일드'는 우물형, '한드'는 미끄럼틀형

그러나 한국 TV드라마는 대개 첫 회 시청률이 가장 낮다. 초반 이후 계속 상승곡선을 그리다 마지막 회에서 정점을 치게 된다. 드라마 구성이 늘어지기 시작하면 전체 회차의 3분의 2지점 정도, 극적 클라이맥스 부분에서 시청률이 최정점을 맞는다. 그래프로 그려보면 왼쪽 끝에서 오른쪽 끝으로 계속 올라가는 미끄럼틀 형이 된다.

이런 차이를 보이는 이유는 크게 두 가지다. 먼저 드라마 사전홍보의 정도 차다. 일본의 경우 새 드라마가 시작되기 전 펼치는 홍보의 양이 어마어마하다. 자사 아침 와이드쇼, 저녁 버라이어티쇼, 밤 토크쇼에 이르기까지 모든 예능 및 생활정보 프로그램에 드라마 출연진을 계속 밀어 넣는다. 밤9시 메인뉴스 앞뒤로도 CF를 끼워 넣는다. 이러니 새 드라마에 쏠리는 시청자들의 관심이 고조될 수밖에 없다.

그러나 한국은 상황이 다르다. 비슷한 식으로 새 드라마를 자사 버라이어티쇼 등을 통해 홍보해본 적이 있으나 곧바로 거센 비판을 받았다. 그래서 곧 관뒀다. 지상파 민영방송시장이 활성화된 일본에 비해 한국은 5개 지상파방송 채널 중 4개가 공영이기 때문이다. 이런 식의 자사 홍보성 구성이 비판받기 쉬운 환경이다. 그래서 새 드라마에 대한 사전 홍보가 잘 안 이뤄진다.

또 다른 이유로는 일본의 분기 편성 구조가 꼽힌다. 일본은 미국의 사례를 본떠 드라마도 약 3개월씩 총 4분기로 1년 치 방송 분을 채운다. 그래서 NHK를 제외한 민영 방송사들의 대부분 드라마들은 거의 같은 시기에 시작해 같은 시기에 끝난다.

그리고 다음 분기를 맞아 또 다시 같은 시기에 일제히 첫 회를 방영한다. 그러다보니 시청자들도 새 드라마 첫 회가 어느 때쯤 시작하는지 딱히 홍보하지 않아도 대부분 인지하고 있다. 첫 회에 쏠리는 관심도가 높을 수밖에 없는 것이다.

이 역시도 분기 편성을 택하고 있지 않은 한국 방송 상황에서는 불가능한 효과다. 각 방송사 스케줄대로 드라마가 진행되고 있어 모두 같은 선상에서 뛰는 100m 달리기가 아니라 각자 조깅 코스에 가깝다. 더군다나 한국 TV드라마는 어느 때 시작해서 어느 때 끝나는지 며느리도 모른다. 50부작으로 시작했어도 시청률이 좋으면 곧바로 10~15회씩 늘려버린다. 반응이 안 좋으면 조기 종영도 시킨다. 동시제작을 택하고 있는 한국 드라마 환경 탓이다.

결국 한국 TV드라마는 홍보가 아니라 100% 입소문에 의해 흥하고 망하는 구조가 성립될 수밖에 없다는 얘기다. 어찌 보면 일본보다 실제 대중 취향과 성향을 더 잘 알 수 있는 결과가 나오는 셈이다. 그리고 그만큼 드라마 패인은 곧바로 드라마 제작진 및 출연진의 몫으로 고스란히 돌아오게 된다. 마케팅 팀은 상대적으로 죄가 없다.

드라마 '아테나:전쟁의 여신'에서 수애와 정우성의 베드신. 여러가지 면에서 '아이리스'와 비교하게 하는 이 드라마의 마케팅 포인트가 잘못됐다는 지적이다. 사진제공=태원엔터테인먼트.
드라마 '아테나:전쟁의 여신'에서 수애와 정우성의 베드신. 여러가지 면에서 '아이리스'와 비교하게 하는 이 드라마의 마케팅 포인트가 잘못됐다는 지적이다. 사진제공=태원엔터테인먼트.

▶ '용두사미' 드라마 속출, 그 까닭은?

그러나 최근 들어 한국 TV드라마계에서 기묘한 흐름이 포착되고 있다. 일본식으로, 이른바 첫 회 시청률이 가장 높은 드라마들이 속출하고 있는 것. 더 신기한 점은, 방송 환경은 이전이나 지금이나 달라진 게 없다는 점이다.

그럼에도 이 같은 현상이 극명하게 드러나는 드라마가 근 3개월 동안에도 2편 등장했다. KBS2 '도망자 Plan.B'와 현재 방영 중인 SBS '아테나: 전쟁의 여신'이다. 둘 다 첫 회 시청률이 20%를 뛰어넘는 어마어마한 성공을 거뒀음에도 이후 서서히 폭락한 뒤 제대로 튀어 오르지 못한다는 공통점이 있다.

먼저 '도망자 Plan.B'부터 살펴보자. 지난 9월29일 첫 방영을 시작한 '도망자 Plan.B'는 첫 회 시청률 20.7%(AGB닐슨)라는 어마어마한 기록을 세워 세간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그러나 '도망자 Plan.B'는 바로 다음날인 30일부터 17.9%로 폭락, 15.1%를 기록한 5회 이후로는 한 번도 15%를 넘지 못했다.

10~14%대에서 오락가락하다 12월8일 20회 마지막 회에서 12.7%로 마무리됐다. 평균 시청률 13.6%. 시작은 창대했는데 그 끝은 미미했다.

아직 시작한지 얼마 안 됐지만, '아테나: 전쟁의 여신'도 '도망자 Plan.B'와 유사한 곡선을 보여주기 시작했다. 첫 회 22.8%를 기록, '도망자 Plan.B'조차도 뛰어넘는 어마어마한 성과를 거뒀다. 그러나 2회 21.1%, 3회 18.5%, 4회 19.4%로 점차 하강기미를 보여주고 있다.

'도망자 Plan.B'처럼 낙폭이 가파르진 않지만, TNms 기준으로는 1회부터 4회까지 꾸준한 하강곡선이 나오고 있다.

어째서 이런 현상이 나오고 있는 걸까. 단적으로 말해 '블록버스터 현상'이 새롭게 일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1~2년간의 시청률 기록만 봐도 쉽게 알 수 있다. 기존 트렌디 드라마들은 대부분 '첫 회 최저-마지막 회 최고'의 시청률 고정 공식을 고스란히 따르고 있다.

KBS2 '솔약국집 남자들' 최저 1회 18.0%-최고 54회(마지막 회) 44.2%, '제빵왕 김탁구' 최저 1회 14.2%-최고 30회(마지막 회) 49.3%, MBC '에덴의 동쪽' 최저 1회 10.9%-최고 56회(마지막 회) 29.8%, '보석비빔밥' 최저 2회 6.2%-최고 50회(마지막 회) 25.1%, SBS '찬란한 유산' 최저 1회 15.9%-최고 28회(마지막 회) 45.2%, '자이언트' 최저 1회 10.0%-최고 60회(마지막 회) 38.2% 등이다.

그러나 거대 제작비를 들인 블록버스터 드라마들의 경우 이런 공식이 딱 들어맞질 않고 있다. 오히려 반대로 가는 경우도 많았다. MBC '로드 넘버 원'은 2회 시청률이 가장 높았고, 최종 20회에 가까운 17회 시청률이 가장 낮았다. '신이라 불리운 사나이'도 1회 시청률이 15.8%로 가장 높았고, 이후로는 이를 극복한 예가 없다.

TNms 기준으로는 일본식으로 양 끝이 가장 높은 우물 형이다. '돌아온 일지매'도 최고 3회 17.0%-최저 23회 7.8%이며, KBS로 넘어가도 '천추태후'는 최고 2회 23.1%에서 최저 59회 8.6%까지 떨어졌다가 마지막 78회에서 다시 21.0%까지 반등, 일본식 우물 형을 그렸다.

이유는 단순하다. 블록버스터 드라마들의 경우 자사 홍보 없이도 충분히 사전홍보 효과를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포털사이트를 중심으로 수없이 기사를 쏟아내는 연예미디어들이 신작 드라마에 있어 가장 기사가치가 높다 판단하는 부분은 바로 '규모'다.

스타의 출연에도 물론 큰 의미를 두지만, 근래 들어 스타 출연 드라마들이 약세를 면치 못하자 전반적 초점이 규모로 옮겨간 분위기다. 이들이 일으키는 블록버스터 드라마들의 사전홍보는 사실상 TV의 홍보성 프로그램 이상의 효과를 낸다. 일단 관련 기사가 첫 회 방영 전 수백 개 이상씩 쏟아진다. 거기다 기사 말미에는 항상 첫 회 방영일시가 정확히 적혀있다. 첫 회에 관심이 쏠릴 수밖에 없는 이유다.

결국 규모로 밀어붙인 블록버스터 드라마들의 경우 연예미디어들의 사전홍보 효과로 첫 회에 가장 높은 시청률을 올린 뒤, 드라마 자체가 시청자들로부터 반향을 일으킬 경우 중반 이후 반등을 시작해 우물 형을 그리게 된다는 것이다. '신이라 불리운 사나이', '천추태후' 등을 그렇게 볼 수 있다. 여타 블록버스터 드라마들은 그대로 첫 회가 최고치로 남는다.

'도망자 Plan.B' 그리고 '아테나: 전쟁의 여신'도 많건 적건 이 같은 '블록버스터 효과'에 지배 받는다 볼 수 있다. 두 드라마에 치러진 '알아서 사전홍보'는 어마어마한 수준이었고, 20%대 이상의 화려한 첫 회 시청률로 그 대가를 얻었다.

그 중 이제 막 방영을 시작한, 그러나 조금씩 시청률 하강이 벌어지기 시작한 '아테나: 전쟁의 여신'으로선 어떻게든 나머지 회차 들에서 시청자 반향을 일으켜 우물 형으로 복귀하는 게 관건인 셈이다.

그러나 '아테나: 전쟁의 여신'과 '도망자 Plan.B'의 경우 그대로 '블록버스터 효과'에만 가둬놓고 생각할 수는 없다. 첫 째, 두 드라마는 이제 막 태동하기 시작한 액션스릴러 장르 드라마다. 젊은 층 호응률이 여타 블록버스터 사극 등에 비해 크게 높아 전반적 시청률 추이를 다르게 바라봐야 할 필요가 있다.

또한 두 드라마는, 이른바 동종 장르 '선배' 격인 KBS2 드라마 '아이리스'와 비교해 전혀 다른 양상을 보여주고 있다. 그 점을 다시 한 번 짚을 필요가 있다.

지난해 11월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진행된 '아이리스' 촬영 현장. 이 드라마가 '블록버스터의 저주'에서 자유로울 수 있었던 것은 오리지널리티 덕분이다. 연합.
지난해 11월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진행된 '아이리스' 촬영 현장. 이 드라마가 '블록버스터의 저주'에서 자유로울 수 있었던 것은 오리지널리티 덕분이다. 연합.

▶ '아이리스의 아류작' 피해야

지난해의 KBS2 '아이리스' 역시 시작은 대단히 창대했다. 첫 회 20.3%의 시청률을 기록하며 일대 화제를 모았다. 그러나 '아이리스'는 이후 시청률이 하강곡선을 그리지도 않았고, 심지어 우물 형을 그리지도 않았다. 그대로 계속 상승세를 탔다.

그러다 마지막 회에 이르러 35.5%의 최고시청률을 올리며 막을 내렸다. 평균 시청률은 28.3%. 창대한 시작보다도 더 화려한 끝을 보여준 셈이다.

같은 '블록버스터 현상'을 뒤집어쓰고, 똑같이 젊은 층 호응률이 높은 액션스릴러 장르인데 어째서 이런 차이를 보이게 된 걸까. 어째서 '아이리스'의 시청 층은 불법 다운로드 등으로 빠지지 않고 본방 시청을 고스란히 유지했으며, 어째서 그 뒤 동종 장르 드라마들은 그런 수혜를 누리지 못한 걸까.

단순히 드라마의 질적 차이를 논하기 시작하면 이야기가 복잡해진다. 대중은 질적으로 크게 떨어지는 드라마, 영화들도 얼마든지 즐기고 있기 때문이다. 애초 질적 차이라는 것 자체가 보는 시각마다 다른 것이다.

그보다는 '아이리스'가 가졌고, '도망자 Plan.B'와 '아테나: 전쟁의 여신'이 가지지 못한 부분을 찾는 것이 빠르다. 눈에 확 들어오는 차이는, 바로 오리지널리티다.

'아이리스' 등장 당시만 해도 '아이리스' 같은 드라마는 한국에서 등장한 일이 없었다. MBC '개와 늑대의 시간', '히트' 등을 유사하게 놓고 볼 수도 있겠지만, 애초 규모 면에서 차이가 많이 나 시청자들도 유사 드라마라 생각하기 힘들었다.

그래서 일종의 '오리지널'로서 효과가 났다. '처음 시도되는, 처음 만들어진, 처음 경험하는' 콘텐츠 특유의 효과가 나온 것이다. 영화계에서 '여고괴담', '쉬리', '괴물', '해운대' 등이 얻었던 어드밴티지를 얻었다.

그러나 그 이후부터는 다르다. 이미 한 번 시도된 장르, 어느 정도 대중으로부터 인정을 받은 콘텐츠 이후에 등장하는 동종 또는 유사 장르 콘텐츠들은 '오리지널' 효과가 빠지고 대신 '속편' 효과를 얻게 된다.

그리고 속편 흥행의 기본은 '폭발적인 첫 회'와 '수그러드는 이후'로 규정된다. 속편 특유의 높은 기대치와 그 기대치에 제대로 부응하지 힘든 콘텐츠 현실 때문이다.

2006년 대대적 반향을 일으킨 MBC '궁'의 속편인 2007년작 '궁S' 사례가 대표적이다. 10%대 시청률로 시작해 20%대 중반까지 꾸준한 상승세를 보여줬던 '궁'과 달리 속편 '궁S'는 첫 회에 15.3%라는 성공적인 시작을 알린 뒤 꾸준히 추락 곡선을 그렸다.

그러다 6회부터는 10%대 이하로 떨어지기 시작했고, 최저 시청률은 마지막 19회가 보여준 4.2%였다. 높은 기대치를 채워줄 수 없었던 속편의 현실이었다.

굳이 속편이라 보긴 힘들지만 속편과 유사한 효과를 내는 리메이크작들도 마찬가지다. KBS2 '2009 전설의 고향'은 TNms 집계에서 1회와 2회 모두 6.8%의 시청률을 기록한 뒤 추락, 최저 시청률은 마지막 회인 10회 4.5%였고, '미워도 다시 한번 2009' 역시 AGB닐슨 기준으로 3회에서 20.4%의 최고시청률을 기록한 뒤 다시는 20%대를 넘지 못했다. 총 24회 중 21회에 기록한 15.4%가 최저 시청률이 됐다.

그렇다면 향후 등장하게 될 블록버스터급 액션스릴러 드라마들, '아이리스' 속편 효과를 보게 될 드라마들은 모조리 이 같은 공식에 지배받을 수밖에 없는 걸까. 불행히도 그럴 가능성이 대단히 높다. 특히 '아이리스'와 비슷한 부분이 많을수록 그렇게 될 가능성이 높다.

애초 '아이리스 2'처럼 홍보된 '아테나: 전쟁의 여신'이 그 분수령을 알려줄 것이고, 추후 등장하게 될 '진짜 아이리스 2'는 더더욱 그럴 것이다.

이런 주박에서 풀려나려면, 오히려 정반대로, '아이리스'와 다른 부분을 더 강조해야 할 필요가 있다. 어차피 한국 TV드라마의 주류는 트렌디 드라마다. 거기에 중장년 남성용으로 사극이 하나 더 끼는 구도다.

10년이 지나도 20년이 지나도 이와 유사할 가능성이 높다. 전반적 한국 대중정서는 지난 30~40년 동안 크게 변한 것이 없고, 앞으로도 그럴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나머지 장르 드라마 시도들은 사실상 그 참신함을 무기로 자기 터전을 만들어왔다. 장르가 팔린 게 아니라 참신함이 팔린 것이다.

결국 향후 등장할 동종 또는 유사 장르 드라마들은 모조리 '아이리스'의 뒤를 잇는' 따위의 홍보문구에 벗어나 이미 언급했듯, '처음 시도되는, 처음 만들어진, 처음 경험하는'을 팔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어떻게든 다르게 보여야 하고, 신선하게 느껴져야 한다. 추후 시청자들이 그 유사성을 스스로 간파하고, 궁극적으로 해당 장르 자체에 신뢰감을 얻게 되기 전까지, 새롭게 시도되는 각종 장르 드라마들은 어떻게든 기존 성공사례에서 벗어나 보이도록 마케팅 방향 자체를 이동시켜야 할 필요가 있다.

끝으로 블록버스터 드라마들, 특히 젊은 층을 타깃으로 삼는 액션스릴러 장르 드라마들이 동일하게 갖는 일종의 강박증이 있다. 영화계 또는 여타 대중문화 분야에서 한 획을 그은 이른바 '대어'급 출연진을 고집한다는 점이다. '아이리스'는 이병헌, 김태희, 정준호, T.O.P. 등을 구비했었고 '도망자 Plan.B'는 비와 이나영, 이정진 등을, '아테나: 전쟁의 여신'은 정우성, 차승원, 수애 등을 그러모았다.

스타 마케팅으로 단박에 이목을 집중시키며 '급'이 다르다는 점을 강조하려는 의도인 듯한데, 스타 마케팅이 TV드라마에서 맥을 못 추고 있다는 건 이미 공공연한 사실이다. 지금만 그런 게 아니라 애초 TV는 스타를 만들어내는 곳이지 만들어진 스타를 가져다 쓰는 곳은 아니었다.

그런 의문을 직접 표하면 대부분 돌아오는 건 '한류 마케팅'을 염두에 두고 있다는 답이다. 더 말이 안 된다. '아이리스'가 일본 TBS에서 프라임타임에 방영돼 어떤 결과를 낳았는지 다들 지켜본 뒤에도 이런 답들이 돌아온다.

한국이 아시아 시장에서 강점을 보인 것은 언제나 트렌디 드라마들이었고, 블록버스터 드라마들의 경우 항상 기대 이하의 반향만을 일으켰다. 당연한 일이다. 이미 미국 등지에서 '꽉 잡고' 있는 전형적인 레드 오션에 한국 장르 드라마가 설 자리가 있겠느냐는 것이다.

블록버스터급 장르 드라마는 역설적으로, 전형적인 내수용 드라마들이다. '처음 시도되는, 처음 만들어진, 처음 경험하는'이라는 캐치프레이즈가 먹히는 국내용이라는 것이다. 그리고 TV는 앞서 언급했듯, 스타를 만들어내는 곳이지 만들어진 스타를 가져다 쓰는 곳은 아니다.

어쩌면 향후 등장할 블록버스터급 액션스릴러 장르 드라마들이 '변별성'을 강조하기 위해서는, 과감하게 스타 캐스팅을 시도하지 않는 것도 도움이 될 수 있다는 얘기다. 그러면 적어도 "'아이리스', '아테나: 전쟁의 여신'과 비슷하네"라는 얘기는 안 나올 수도 있다.

드라마는 둘째 치고 근래 규모를 강조한 할리우드 블록버스터 영화들, '아바타' '트랜스포머' '2012' 등에 이렇다 할 특A급 스타들이 출연한 적이 있는지부터 살펴볼 필요가 있다.

불필요한 낭비부터 줄이고 난 뒤 '변별성' 중심으로 판을 새롭게 짜볼 필요가 있다는 얘기다. 블록버스터급 드라마들은 상황이 안 풀릴 경우 블록버스터급 재앙을 부를 수도 있다는 점에서 더더욱 그렇다. '제2, 제3의 아이리스' 소리를 절대 안 듣도록 총력을 기울여야 한다.

이문원 대중문화평론가 fletch@empas.com

※ 오·감·만·족 O₂는 동아일보가 만드는 대중문화 전문 웹진입니다. 동아닷컴에서 만나는 오·감·만·족 O₂!(news.donga.com/O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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