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밀의 문’ 열쇠 쥔 王상무와 가신 3인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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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10월 2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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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광그룹 비자금 조성 의혹의 중심에는 이호진 그룹 회장(48)이 있지만 그 못지않게 비자금 조성 과정을 꿰뚫고 있을 것으로 확실시되는 4명의 핵심인물이 있다. 이 회장의 어머니인 태광산업 이선애 상무(82)를 비롯해 박명석 대한화섬 대표(61), 오용일 태광산업 부회장(60), 김영식 고려상호저축은행 감사(63) 등 4명은 그룹의 비자금 조성 전말을 알고 있을 것으로 검찰은 보고 있다. 박 대표 등 핵심 임원 3명은 모두 60대로 고 이임용 선대 회장 때부터 그룹 내 재무 분야에서 일한 ‘가신’이라는 공통점이 있다.

이 상무는 그룹 내에서 ‘왕할머니’로 불리며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한 것으로 알려졌다. 공무원이던 이임용 선대 회장을 기업인으로 이끈 것도 이 상무였다. 태광산업 본사 유료주차장 매출까지 챙길 정도로 그룹의 자금 관리는 그의 손에서 이뤄진 것으로 보인다.

이 상무는 수천억 원의 현금과 부동산을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는데, 검찰이 이날 서울 중구 장충동 이 상무 자택을 압수수색한 것도 선대 회장 때부터 만들어져온 그룹 비자금의 규모와 조성 과정 등을 파악하기 위한 것으로 추정된다. 검찰 관계자는 “(이 회장과 이 상무의 비자금은) 한덩어리로 보면 된다”고 했다.

이 상무의 친척으로 알려진 김 감사는 그룹 내 비자금 창구로 지목된 고려상호저축은행 감사를 맡으면서 비자금 형성에 깊숙이 간여한 것으로 의심된다. 검찰은 수사 초기 이 회장의 자택과 사무실, 고려상호저축은행 외에도 김 감사가 대표로 있는 골프연습장인 가야골프센터를 압수수색한 바 있다. 다른 인사들에 비해 도드라지는 외부 활동이나 직함은 없지만 이미 두 차례나 검찰 소환조사를 받을 만큼 비자금 조성 과정의 ‘열쇠’를 쥐고 있는 것으로 검찰은 보고 있다.

19일 검찰에 소환돼 12시간 이상 조사를 받은 대한화섬 박 대표는 태광산업 재무관리실 상무를 지내는 등 20여 년간 태광그룹의 재무 분야에 있으면서 비자금 조성에 상당부분 기여했을 것이라는 관측이 많다. 그는 2007년 금융감독원이 태광그룹 오너 일가의 쌍용화재 인수 전 미공개 정보 이용 의혹을 조사할 때 차명계좌 명의자였던 그룹 직원들을 회유·협박하는 등 비자금 조성 과정에서 ‘행동대장’ 역할을 해왔던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에 의해 출국 금지된 태광산업 오 부회장은 1975년 태광산업에 입사해 자금부장, 경영지원실장 등을 지냈다. 금융감독기관의 특혜 의혹이 제기된 쌍용화재(현 흥국화재) 인수 단장을 맡는 등 그룹 내 요직을 두루 거쳤다. 오 부회장도 조만간 검찰 소환조사를 받을 것으로 보인다.

박진우 기자 pjw@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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