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2/커버스토리] 데뷔 3년만에 ‘김정은의 남자’가 된 이준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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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8월 26일 14시 1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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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BS 드라마 \'나는 전설이다\'에서 기타리스트이자 작곡가인 천재 뮤지션 장태현 역으로 출연 중인 이준혁. 양회성 기자 yohan@donga.com
SBS 드라마 \'나는 전설이다\'에서 기타리스트이자 작곡가인 천재 뮤지션 장태현 역으로 출연 중인 이준혁. 양회성 기자 yohan@donga.com
● '천재 뮤지션' 연기하느라 불면증까지 생긴 '나는 전설이다'
● 열 손가락 손톱 기르고 밤낮없이 기타 연습에 노래 연습
● 10살 많은 누님들이 상대역, "늙어 보이려 6kg 살찌워"
● 이준혁의 '전설'은 현재 진행형

"삼십대 중반의 천재 뮤지션 역할을 하느라고 불면증까지 걸렸어요."

배우 이준혁(26)은 아줌마 록 밴드의 사랑과 성공을 다룬 SBS '나는 전설이다'에서 남자 주인공 장태현 역을 맡고 있다. 상대역은 8세 연상의 톱스타 김정은(34)이다. 전작인 KBS2 주말드라마 '수상한 삼형제'에서 경찰서 형사팀장인 막내아들 김이상 역으로 인기를 끌더니 미니시리즈 주인공으로 '신분'이 상승했다. 하지만 그는 기쁨보다는 부담이 더 크다고 말했다.

"수상한 삼형제를 끝내고 쉬려고 했는데, 곧바로 캐스팅 제의가 왔어요. 연기의 외연을 넓히는 일이라 하겠다고 했죠. 하지만 막상 촬영까지 한 달밖에 남지 않은 거예요. 노래 연습할 시간도 기타를 칠 시간도 너무 부족했어요. '잘 하겠다' 보다는 '욕먹지 말아야지' 하는 마음이 더 커요."

인터뷰를 한 날도 새벽 2시까지 촬영하고 잠깐 눈을 붙였다가 오전 5시부터 11시까지 다음 촬영을 강행한 뒤 오는 길이었다. 인터뷰 약속 시간까지는 2시간의 여유가 있었지만 쪽잠을 자는 대신 미용실에서 머리를 만졌다고 했다.

잦아드는 목소리, 반쯤 감긴 눈, 듬성듬성한 수염, 그리고 온화한 미소…. 그는 마치 고행 중인 수도승 같은 모습으로 광화문 동아미디어센터에 나타났다.

그는 "꼴이 말이 아니죠? 밤을 꼬박 새웠어요. 정은 누나가 당당하게 인터뷰하고 오라고 화이팅까지 해줬는데"라며 멋쩍게 웃었다. 하지만 그는 배우였다. 카메라 앞에 서자 졸음에 잠겨있던 눈에 특유의 페이소스가 감돌기 시작했다.
지난달 열린 SBS 월화드라마 '나는 전설이다' 제작보고회. 이준혁(왼쪽), 김정은이 포토타임을 갖고 있다. 사진제공 SBS
지난달 열린 SBS 월화드라마 '나는 전설이다' 제작보고회. 이준혁(왼쪽), 김정은이 포토타임을 갖고 있다. 사진제공 SBS

▶"9시 뉴스 시청률 이겨 기뻐"

이준혁이 연기하는 태현은 한때 잘나가던 록그룹의 리더로 변호사 아내(장영남 분)와 남부럽지 않게 살았지만, 지금은 이혼 후 7세 아들 누리를 혼자 키운다. 기타리스트이자 작곡가로서 천부적인 재능은 여전하지만 까칠한 성격 탓에 누구와도 일하지 못한다. 그러다가 보컬 전설희(김정은)가 이끄는 '컴백 마돈나 밴드'와 인연을 맺는다.

-최근 9시 뉴스 보다 시청률이 더 높게 나왔어요.

"시청률이 잘 나와서 팀 분위기는 좋아요. 지금까지 했던 드라마 중 가장 좋아요. 모든 스태프가 따뜻하게 환영해 주고, 배우나 스타일리스트가 실수를 해도 감독님이 '내 실수'라면서 감싸줍니다. 대본이 빨리 안 나오는 것만 빼고는 좋아요."

-박신양(42), 이서진(37), 정준호(40)로 이어지는 '김정은의 남자' 대열에 연기 경력 4년차 배우가 합류했어요. 부담감은 없나요?

"수상한 삼형제때 파트너인 오지은 씨는 신인이라 솔직히 부담됐어요. 하지만 정은 누나는 '날 많이 안아주겠구나, 편하다' 이런 생각밖에 안 들어요. 정은 누나는 정말 맑고 순수한 사람이에요. 촬영하면서 많은 얘기를 나누는데 정말 '동화 속 공주님'처럼 순수하다고 느꼈어요."

-20대 중반 나이에 30대 백수 이혼남을 연기하는 기분은 어떤가요?

"초롱초롱하던 제가 지금은 많이 늙었어요. (11세 연상인) 장영남 씨 같은 누님들과 애정 연기를 해야 하니 나이 들어 보이는 게 중요하죠. 드라마 초반에는 6kg 정도 찌웠고, 목소리 톤도 차분하게 바꿨어요. 의상도 밝거나 스키니 한 건 입지 않습니다."

-7살 아이 아빠는 처음인 것 같아요. 아역배우와의 연기는 어떤가요?

"아이가 워낙 밝아요. 저한테 '아빠 사랑해요'라고 하고. 보기만 해도 웃음이 나와요. 얼마 전 자는 신을 찍었는데 그냥 자더라고요. 정말 귀여운 친구죠."

▶"내 노래 드라마 OST로 나와 신기해"

-기타 연주 때문인가요? 열 손가락 손톱을 길게 길렀어요. 생활하는 데 불편하지 않나요?

"기타 주법 중에 손톱으로 튕겨 줘야 하는 주법이 있거든요. 실제 기타리스트 중에는 열 손가락을 다 기르는 사람도 많아요. 불편하지만 참아야죠. 손톱 관리는 따로 안 받아요."

-천재 음악가 역할을 하기 위해 어떤 준비를 했나요?

"심적 부담이 컸죠. 처음 기타를 잡아보는데 타고난 '박치'입니다. 드라마 방영 한 달 전에 급하게 캐스팅된 탓에 급하게 밤낮 가리지 않고 죽어라 연습했죠. 홍대 뮤지션 윤진에게서 기타 레슨을, 영화 '미녀는 괴로워'에서 김아중의 보컬 트레이너였던 가수 유미로부터 특별 훈련을 받았어요. 정은 누나도 많이 도와주었고요. 드라마 오리지널 사운드 트랙 앨범에 실린 '그대가'라는 곡이 제가 기타를 치고 노래한 거예요. 그거 하나만 죽어라 연습했어요. 사람이 닥치면 어쩔 수 없이 하는 것 같아요."

-제일 자신 있게 노래 부르고 연주할 수 있는 곡은?

"그것 한 곡밖에 없어요. 한 달 만에 뭘 더 해내겠어요."

-'컴백 마돈나 밴드'와 연습을 같이했나요?

"사실 저는 열외였어요. 늦게 캐스팅돼서 어쩔 수 없죠. 일찍 합류했다면 보여줄 게 더 많았을 텐데 즐기면서 했을 텐데 하는 아쉬움은 커요. 마돈나 밴드가 록 페스티벌 무대에서 공연하는 장면을 봤는데 부러웠어요."

이준혁(가운데)이 '컴백 마돈나 밴드'와 함께 화이팅을 외치고 있다. 사진제공 SBS
이준혁(가운데)이 '컴백 마돈나 밴드'와 함께 화이팅을 외치고 있다. 사진제공 SBS

▶이번에는 '부부 바꾸기' 막장 코드?…"시청자가 판단해 줄 것"

-아직은 드라마 초반이라 설희와의 사랑도 아직 화학적 반응을 일으키지 못했어요. 설희의 남편 차지욱(김승수)과 태현의 전 부인이 불륜 관계여서 설희와 태현이 연인이 된다면 '부부 바꾸기' 막장 코드로 내달을 수 있는데요.

"쪽 대본으로 촬영하다 보니 한 치 앞도 내다볼 수 없어 스릴을 느껴요. 설희와 저 둘 다 록을 좋아하고 배우자의 배신으로 이혼한 아픔이 있으니 공감대가 있겠죠. 참 지독한 인연입니다. 어떻게 흘러갈지 모르지만 아직 부부 바꾸기까지는 안 나왔으니까 좋게 봐주세요."

-전작인 '수상한 삼형제'나 '조강지처 클럽'(SBS)도 막장 비난을 많이 받았어요. 막장을 세 번이나 했다는 얘기를 들을 수도 있잖아요?

"막장이라는 비난도 있지만 할머니가 되게 좋아하세요. 유일한 취미가 드라마 보기인데 거기 손자가 나오니까 행복해하세요. 주말드라마에 자주 출연한 이유 중에는 할머니도 있어요. 그런 드라마를 좋아하는 분들의 취향이나 의견을 무시할 순 없는 것 같아요."

-최근 문제작 '악마를 보았다'에서 이병헌을 돕는 요원 역으로도 잠깐 출연했어요.

"네, 우정출연이에요. 재밌잖아요. 평소에 존경하던 김지운 감독의 영화라 기꺼이 응했죠. 논란이 많지만 잘 만든 영화에요. 저는 엄청 잔인하다는 느낌은 없었어요. 영화가 판타지 랄까, 현실 공간이 아닌 것 같았거든요. 비현실적이고 몽환적이죠. 또 다 아는 사람들이 출연해서 무섭다는 생각이 덜할 거예요."

-요원이 중요한 단서를 '나불대서' 범인(최민식) 손에 여럿이 더 죽었어요.

"사건의 원흉이죠. (웃음). 저는 좋던데요. 절대 편집될 수 없는 캐릭터였어요. 큭큭."

-'나는 전설이다' 태현 말고 가장 마음에 드는 역할은?

"음~ 요원? 시나리오에도 그냥 '요원1'이라고 나와 있더라고요. 배역마다 배울 게 있고 그 느낌이 다 다르니까 하나를 꼽을 수가 없어요. 이번에도 이 드라마하면서 배운 게 많아요. '스타의 연인'(SBS)에서는 쌍절곤을 해봤고, '시티홀'(SBS) 하면서는 신문 정치면을 열심히 읽었고, 이번에는 음악을 하는 친구가 생겼어요. 삶이 풍요로워진 느낌입니다."
'컴백 마돈나 밴드'의 공연 모습. 왼쪽부터 홍지민, 김정은, 쥬니. 사진제공 SBS
'컴백 마돈나 밴드'의 공연 모습. 왼쪽부터 홍지민, 김정은, 쥬니. 사진제공 SBS

▶"신나는 아줌마 밴드 성공기, 시청률 30% 넘겼으면"

-원래 연기 전공이 아니더군요. 학부 때 광고를 전공했어요.

"학부는 한신대 광고홍보학과를 나왔어요. 그림 그리는 걸 좋아하고 광고기획이나 연출 같은 무대 뒤에서 남을 지켜보는 것에 관심이 있었지 직접 하는 건 쑥스러워하던 편이었죠. 연출을 배우다가 우연히 소속사를 소개받게 됐어요. 원빈 씨의 스승인 신용옥 선생에게 연기를 배우게 됐는데 쉽지 않더라고요. 자꾸 '깨지니까' 오기가 생기고, '내가 저 사람한테 잘한다는 말을 듣고야 말겠다'고 한 거죠. 재미도 느꼈고."

-외아들이 연예인 한다니까 집안 반응이 어땠나요?

"집안이 워낙 자유방임주의라서요. 어머니가 스카프 디자이너를 하고 아버지는 사업하세요. 두 분 다 바쁘셔서 방목하고 키우셨죠.(웃음) 부모님도 제가 예술 방면으로 갈 거란 건 짐작하고 있어서 크게 놀라지는 않으셨어요."

-앞으로 하고 싶은 역할이 있을 텐데요.

"'가타카'라는 영화가 있는데 거기 나온 에단 호크의 역할을 해보고 싶어요. 열성 유전자로 태어나 자신의 한계를 넘어서는 영화 내용이 좋았어요. 전 항상 어딘가 결여된 캐릭터에 매력을 느껴요. 희망을 주거든요. 그리고 20대 중반에 할 수 있는 연애 영화도 하고 싶고, 최근 '낙하하는 저녁'(에쿠니 가오리 저)이라는 소설을 읽었는데 영화화되면 해보고 싶더라고요."

-함께 연기하고 싶은 여배우는?

"마리온 꼬띠아르. 인셉션에 나왔었죠. 제일 꽂힌 배우예요. '라비앙 로즈' '퍼블릭 에너미' 때부터 좋아했는데 정말 매력이 넘쳐요. 그전에는 에바 그린을 좋아했었고. 영화를 재밌게 보면 그 배우가 좋아지는 것 같아요."

이준혁은 데뷔 후 3년 동안 KBS2 '그들이 사는 세상' SBS '스타의 연인' '시티홀' 등 여덟 작품에 출연했다. '수상한 삼형제'를 끝내고는 3개월 동안 무조건 쉴 계획을 세우고 미국 여행 상품을 예약해 두었다. 하지만 갑작스럽게 '나는 전설이다'에 투입됐고, 3년을 벼르던 휴가를 포기한 만큼 각오도 크다.

"신나는 음악이 나오는 데다 30대 주부 록 밴드가 자기 의지로 꿈을 이루는 감동적인 모습이 그려지죠. 시청률 30%를 넘었으면 좋겠어요."
최현정 기자 phoebe@donga.com

※ 오·감·만·족 O₂는 동아일보가 만드는 대중문화 전문 웹진입니다. 동아닷컴에서 만나는 오·감·만·족 O₂!(news.donga.com/O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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