벽 앞의 한국 수재들… “美취업 별따기, 돌아오자니 아까워”

동아일보 입력 2010-07-16 03:00수정 2010-07-16 09: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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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원외고 해외유학반 2004년 졸업생 현주소 아이비리그까진 잘 갔다
“시민권 없이 취업은 기적
이방인이라는 장벽 느껴”
대학원 진학자도 같은 고민

한국 U턴해도 문제
“유학생은 오래 못버틸것”
국내 대기업서 기피 분위기
글로벌 기업으로 눈돌려


대원외국어고는 1998년 해외유학반(SAP)을 처음으로 꾸려 미국 대학 입시를 준비하는 학생들을 집중적으로 지원해왔다. 2000년 2월 SAP 1기생 9명이 미국 명문대 진학에 성공한 것을 시작으로 최근까지 600여 명의 학생들을 미국 아이비리그를 포함한 외국 명문대에 진학시키는 성과를 일궜다. 대원외고의 성과는 미국 현지에서도 화제가 되어 뉴욕타임스가 2008년 4월 ‘아이비리그 입학 기술을 연마하는 한국의 엘리트 학교들’이라는 머리기사에서 대원외고를 집중 조명한 적도 있다.

본보가 전수 조사 대상으로 삼은 대원외고 2004년 SAP반은 졸업생 61명 전원이 미국 명문대에 합격해 대원외고 ‘성공신화’를 널리 알리는 계기가 됐던 기수. 연락이 닿은 50명(여자 26명, 남자 24명)은 올해로 고등학교를 졸업한 지 6년째가 된다. 여학생은 이미 학부를 졸업하고 대학원 진학과 사회진출을 놓고 ‘중대 결정’을 하는 과정을 거쳤다. 다만 남학생들은 군 복무 문제가 남아있어 시기적으로 이들의 진로에 대해 평가하는 것은 아직 이른 면이 없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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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만만치 않은 미국 취업문

“시민권 없는 외국인 신입사원을 뽑는 것 자체가 기업에는 귀찮고 소모적인 일이에요. 당연히 같은 ‘스펙’이라면 미국인이나 시민권자를 뽑죠. 우리 선배 기수들도 대학은 다들 잘 갔는데 졸업 이후 잘됐다는 얘기는 거의 못 들어봤어요.”

지난해 귀국해 국내에서 미국 대학원을 준비하고 있는 김모 씨는 “시민권 없이 미국에서 취업하는 일은 거의 기적에 가깝다”고 주장했다. 유학생 신분일 때 받는 학생비자는 학업을 마치는 동시에 유효기간이 끝나기 때문에 현지에서 취업을 하지 않는 이상 한국으로 돌아올 수밖에 없다. 대학 졸업 후 현장실습(OPT) 차원에서 전공과 연계된 직장에서 근무할 수 있지만, 이 역시 유효기간은 1년뿐이다. 미국에서 취업을 하려면 고용하려는 기업이 별도 비용을 들여 미연방 노동부에 취업허가서를 제출해야 한다. 이는 미국 자국민 고용 보호를 위한 장치로, ‘해당 신입사원은 우리 회사에 꼭 필요한 인재’라는 내용이 들어간다. 취업허가서가 발급되면 귀국해 전문직 취업비자(H-1B)를 추가로 받아야 한다. 주한 미국대사관 관계자는 “글로벌 위기 이후 미국에도 일자리가 많이 줄어든 상황”이라며 “기업들이 외국인을 채용할 경우 이 사람이 회사에 꼭 필요하다는 이유를 적시해야 한다”고 말했다.

귀국 후 국내 대학원에 재학 중인 이모 씨는 ‘문화적 차이와 외로움’을 또 다른 장벽으로 꼽았다. “처음 한국을 떠났을 때의 욕심과 달리 미국 생활 내내 느꼈던 이질감이 싫어 꼭 한국으로 돌아오고 싶었어요. 미국에서 태어나거나 가족까지 모두 이민을 떠난 게 아닌 이상 이방인이라는 느낌을 떨쳐내기가 쉽지 않아요.”

성적이나 실력이 아무리 좋아도 외국인이란 한계 때문에 미국 주류사회에 진출하는 것은 하늘의 별따기 만큼이나 힘들다는 게 공통적인 반응이다. 언어 능력의 한계도 취업의 제약요인이다. 외국기업 전문취업사이트 피플앤드잡의 이정환 이사는 “어느 시기에 유학을 떠났는지에 따라 영어 능력은 현저한 차이를 보인다”며 “고교까지 한국에서 나온 뒤 대학 때 유학을 떠난 사람이라면 언어에 한계를 느껴 귀국하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미국 브라운대를 졸업하고 시민권 없이 세계적인 투자회사 모건스탠리의 뉴욕 본사에 취직한 김윤하 씨는 “정말 특출한 인재임을 보여주면 미국 회사도 서로 입사를 권유하려고 한다”며 “영어를 조금 못하더라도 기죽지 말고 당당하게 말하고 학교생활을 충실하게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 한국으로 돌아와도 문제

한국으로 돌아온다고 당장 취업 문제가 해결되는 것은 아니다. 국내 대기업들은 공식적으로는 ‘능력 있는 인재는 해외 유학과 상관없이 뽑는다’고 하지만 실제 면접을 본 유학생들이 체감한 분위기는 사뭇 달랐다.

“한국 채용담당자들은 유학생은 오래 못 버티고 금방 그만둔다는 고정관념을 갖고 있는 것 같아요. 경험한 적 없는 한국 사회생활을 견뎌낼 수 있겠냐 이거죠.” 아직 일자리를 찾지 못한 김모 씨는 “최근 한 대기업 입사 면접에서 ‘처음에는 복사 업무만 맡게 될 텐데 잘할 수 있겠냐’는 질문을 받았다”고 털어놨다. 실제로 한 대기업 인사팀 관계자는 “국내 학생들도 어학능력이 크게 뒤지지 않기 때문에 외국 명문대 출신이라고 유리한 것은 아니다”라며 “업무능력과 네트워크, 힘든 일도 참아낼 수 있는 마인드를 갖추고 있느냐가 중요하다”고 전했다.

이 때문에 아예 일본이나 홍콩 등 아시아권의 글로벌 기업을 선택하는 유학생도 있다. 최근 미국계 투자은행 일본지사에 취업한 최모 씨는 미국 회사 면접에도 합격했지만 일부러 일본행을 고집했다. 그는 “일본은 고용만 되면 취업 비자는 쉽게 받을 수 있는 편”이라며 “조직문화도 위계질서가 강한 한국과는 차별화되면서도, 같은 아시아권 문화여서 미국에 있을 때보다 훨씬 마음이 편하다”고 했다. 이어 “유학을 준비하는 후배들은 앞으로 진짜 자기가 어떤 일을 하고 싶은지, 그걸 위해 무엇을 준비할지도 미리 생각해보고 가는 게 좋을 것 같다”고 충고했다.

김지현 기자 jhk85@donga.com

강경석 기자 coolup@donga.com

나윤석 인턴기자 서강대 국문학과 4학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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