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2/전영록의 OST]C.C.R (Creedence Clearwater Revival)의 수지큐(Susie Q)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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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6월 7일 17시 4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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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설의 록그룹 CCR
전설의 록그룹 CCR
● 전쟁의 광기를 잘 보여준 '지옥의 묵시록'의 대표곡
● 우리에게는 고 이주일 선생의 코믹 댄스로 더 유명한 노래


매년 6월이 되면 내가 직접 전쟁에 참여했던 것도 아닌데 괜스레 심장이 뜨거워질 때가 있다.

필자의 세대(1955년생)는 한국전쟁, 월남전, 걸프전, 이렇게 세 가지 큰 전쟁을 운 좋게도 요리조리 피해 살아왔다. 한국전쟁이 끝난 이듬해부터 태어나 월남전이 시작될 즈음엔 중학생, 끝날 즈음엔 고등학생이었고, 1990년대 초반 걸프전이 터졌을 땐 이미 마흔살을 바라보고 있었으니 말이다.

그럼에도 우리는 1970년대 군대, 바로 냉혹한 '유신정권'하에서의 군 생활 3년을 통해 나름 전쟁 아닌 전쟁을 겪어야 했다. 그러니 비록 전쟁은 치러보지 않았을지라도 우리 몸 속엔 항상 무언가가 뜨겁게 끓어오르고 있었다.

전편에서도 언급했듯 C.C.R의 음악들을 선호하고 사랑했던, 1960~70년대에 청년기를 보냈던 많은 영화인들은 자신들의 작품에 배경음악으로 C.C.R의 명곡들을 삽입하기 시작했다. 그 중에서도 가장 많이 사랑받았던 곡은 바로 수지큐(Susie Q)다.
지옥의 묵시록 포스터
지옥의 묵시록 포스터

■ 전쟁과 군대에 대한 트라우마를 가진 우리 세대

1979년!

거장 '프란시스 포드 코폴라' 감독의 불후의 명작 '지옥의 묵시록(Apocalypse Now)'이 탄생한 해로 기억된다.

월남전의 참상을 그린 이 작품은 한국에서는 당시 '엿장수'들에 의해 가위질을 심하게 당하게 된다. 3시간이 넘는 대장편 영화임에도 불구하고 마구 잘려나가 앞뒤가 맞지도 않는 이해하기 힘든 줄거리 탓에 졸작으로 평가 절하되고 말았다.

'마니아'들은 이에 더 없이 실망하고 외국에서 흘러들어온 '비품'들을 구하려 뛰어다녔다. 나 또한 외국 공연을 갈 기회가 생겨 원본을 구입해 보았으나, 원본 역시 국내 상영 시 보았던 '장애 필름'에 불과하였다.

대부(GodFather) 시리즈로 세계적인 명성을 얻은 '프랜시스 포드 코폴라'가 차기 프로젝트로 야심있게 만든 '지옥의 묵시록'!

당대 최고의 연기자와 스태프가 뭉친 이 블록버스터 프로젝트에는 '대부'를 함께 찍었던 '말론 브란도'와 '로버트 듀발', 그리고 제작자 겸 연기자이자 감독인 '데니스 호퍼', 젊은 날의 '해리슨 포드'와 '윌라드' 역을 맡은 '마틴 쉰', '매트릭스'에서 히어로 역을 맡았던 흑인 연기자 '로렌스 피쉬번'이 어린 나이에 출연해 물의를 빚기도 하였다.

조감독은 직접 월남전 경험이 있었던 인물이자 시나리오 작가이고 현재 최고의 블록버스터 흥행감독으로 알려져 있는 '올리버 스톤'이 맡고 있었다.

"실제로 전쟁과 같은 여정을 걸으며 최악의 조건을 겪어야 했던 '지옥의 묵시록'은 그 어느 전쟁 영화와도 비교할 수 없는 살아 있는 광기와 웅장한 리얼리즘을 담아내는데 성공한 작품이다"라고 많은 비평가과 평론가들이 칭송을 아끼지 않았다.

그러나 이 영화는 흥행과 비평의 성공을 떠나 완성되지 못한 미완성 대작으로 평가받게 되었다. 1979년 당시, 세계적으로 가위질을 맛보아야만 했던 탓에 감독이 전달하고자 했던 메시지를 불과 절반 밖에 담지 못했던 것이다.
지옥의 묵시록에 등장하는 수지큐는 전쟁의 참혹함을 아이러니 하게 보여준다
지옥의 묵시록에 등장하는 수지큐는 전쟁의 참혹함을 아이러니 하게 보여준다

■ "지옥의 묵시록을 보지 않고 전쟁영화를 말하지 말라"

그리고 22년이 흐른 2001년 5월, 마침내 이 영화는 새로운 장면들의 추가와 재작업을 거쳐 '지옥의 묵시록:리덕스 (Apocalypse Now: REDUX)' 라는 제목으로 칸 영화제에서 상영됐다. 이해하기 힘들었던 부분들이 완전해지면서, 주제도 명료해졌다. 재편집과 다양한 에피소드의 강화로 영화를 더욱 도발적이고 로맨틱하며 초현실적인 작품으로 거듭났다.

1979년 당시의 '마니아'들이라면 2001년 '지옥의 묵시록:리덕스'를 놓쳐서는 안 될 것이다. 당시의 '버전'과는 완전히 다른 영화이고, 장장 3시간22분 동안의 차원이 다른 강렬한 주제의식과 스타일리시한 영상이 진정한 전쟁 블록버스터의 감동을 선사할 터이니 말이다.

대략적인 스토리는 다음과 같다.

미 특수부대 요원인 '윌라드' 대위(마틴 쉰)는 베트남전에 회의를 느끼면서도, 무언가 새로운 임무를 맡길 원한다. 그런 그에게 떨어진 비밀스러운 임무는 미국의 전설적인 전쟁영웅인 '커츠' 대령(말론 브란도)을 제거하라는 것. '커츠' 대령은 이미 군의 통제를 벗어나 '캄보디아'에서 독자적인 부대와 왕국을 거느리고 있는 불가사의한 인물이다.

'윌라드' 대위와 전쟁의 실체를 경험해 본 적이 없는 4명의 병사들은 대령을 찾기 위해 험난한 여정을 시작한다. 그러나 처참한 전투와 보이지 않는 적의 습격은 '윌라드' 일행에게 두려움과 공포를 가져오고, 그들은 점차 이성을 잃기 시작한다.

마침내 '윌라드' 일행은 생사를 뛰어넘어 최종 목적지에 도착한다. 잘려진 머리와 썩어가는 몸뚱이들이 산재한 곳, 일행은 이 잔혹스러운 왕국의 신으로 군림하는 '커츠' 대령을 만나게 된다. 그리고 '윌라드' 대위는 그들을 통해 베트남 전쟁의 도덕적인 딜레마와 악몽을 들으며 점점 미쳐가는 자신을 발견하는데…
CCR의 명곡 수지큐는 한국에서 이주일의 코믹한 이미지와 겹쳐지기도 한다.동아일보 DB
CCR의 명곡 수지큐는 한국에서 이주일의 코믹한 이미지와 겹쳐지기도 한다.동아일보 DB

'지옥의 묵시록 : 리덕스'의 사운드 트랙은, '코폴라'의 아버지이자 작곡가인 '카마인 코폴라'가 작곡 및 편곡했다. 전쟁의 광기가 펼쳐지는 정글과 완벽한 조화를 이뤄 듣는 이들을 전율시킨다. 이런 가운데 '커츠' 대령을 찾아나선 일행들이 한 부대에서 머물 때, 위문 공연을 온 본토 플레이걸들이 병사들과 함께 온몸을 흔들 때 흐르던 곡이 바로 C.C.R의 수지 큐(Susie Q)다. 이 역시 전쟁터에 내던져진 미국 병사들의 광란을 적절히 표현해 주었던 최고의 명장면으로 꼽히고 있다.

잠깐 옆길로 새면, 이와 정 반대로 우리에겐 '수지 큐'하면 떠오르는 인물은 정작 따로 있다.

"뭔가 보여드리겠습니다", "못 생겨서 죄송합니다"라며 늘 서민에게 웃음을 주던 '스탠딩 코미디언' 고 이주일 선생이 바로 그 주인공이다. 이 곡에 맞추어 온 무대를 휘젓고 다니던, 그 우스꽝스러웠던 몸짓을 우리는 지금도 생생하게 기억하고 있다.

■ C.C.R의 명곡이 불쑥 떠오르는 6월의 어느 밤

이렇게 새롭게 복원되고 편집된 '지옥의 묵시록 : 리덕스'는 2001년 칸 영화제 비 경쟁부문에 정식 초청돼 지구촌 영화 마니아들에게 엄청난 찬사를 받게 된다. 1979년 원작을 완전히 복구하는 과정에서 필름을 디지털로 재편집하고 사운드를 디지털 리마스터링 했으며, 새로 복원되는 장면의 더빙을 위해 당시의 배우들도 모두 다시 불러모았다.

요즘 우리의 록커 종진이(봄여름가을겨울의 리드싱어)가 "나는, 야한 여자가 좋다"고 외치며 불러주는 'Susie Q'가 C.C.R이 아닌 '봄여름가을겨울'의 대표곡으로 각인되곤 하는 것을 보면 C.C.R을 잊을 만큼 세월이 많이 흘러버린 게 아닌가 싶다.

하지만 가끔은 C.C.R의 음악에서 탁월한 점을 발견하게 된다. 멜로디 라인이 귀에 들어오는 듯 싶다가, 바로 상상의 나래가 펼쳐지게 되는데,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의 내 모든 것을 찾아볼 수 있기 때문이다. 그 때문인지 음악가들은 유독 그들의 음악이 좋다고 한다.

"Oh~ Susie Q~ Oh~ Susie Q~
Oh~ Susie Q~ Baby I love you my Susie Q~
2010년 6월
유난히 눈꺼풀이 무거운 날에…
전영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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