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2뮤직/커버스토리] 4년 만에 돌아온 착한 발라드 듀오 ‘바이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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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6월 3일 15시 3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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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군 대체 복무 마치고 4집 앨범 발표, 콘서트 준비
● '신'적인 존재 보이즈 투 맨과 합동 공연
● 4집 녹음한 체코 프라하, 그리고 딱딱한 친구들
● 수록곡 '숭례문' '마이 스타' 저작권료는 전액 기부


제공 태일런스미디어
제공 태일런스미디어
'모든 걸 다 주니까 떠난다는 그 여자, 내 전부를 다 가져간 그 여자, 한때는 내가 정말 사랑했던 그 여자, 다 믿었었어 바보같이. 여자는 다 똑같나 봐….'

4년 전 선배 가수 장혜진과 호소력 짙은 창법으로 막 이별한 남녀의 마음이 절절하게 담긴 곡 '그 남자, 그 여자'를 불러 큰 반향을 일으켰던 남성 듀오 바이브. 그들이 최근 4집 '바이브 인 프라하'(VIBE IN PRAHA)를 들고 돌아왔다.

짧지 않은 공백기가 있었지만, 발매 전부터 오프라인에서 선주문 10만 장을 기록하는가 하면 각종 음반차트 3위 안에 자리매김하는 등 만만치 않은 저력을 보여주고 있다. 아이돌 그룹 일색인 가요계에서 어른들이 들을만한 감성적인 발라드가 선전한다는 것은 반가운 일이다.

바이브는 18, 19일 올림픽 공원 올림픽 홀에서 콘서트를 연다. 이번 공연에는 클래식과 크로스오버를 연주하는 팝스오케스트라 '어반 팝스 오케스트라'가 함께 해 감성적인 무대를 선사할 예정이다.

4집 발매 기념 콘서트를 앞두고 구슬땀을 흘리는 바이브의 두 남자, 류재현(30), 윤민수(30)를 만났다.

■ "오케스트라와 함께 하는 18, 19일 콘서트 기대해도 좋아"

- 3집 발매 후 4집이 나오기까지 4년이라는 시간이 걸렸어요. 그동안 무슨 일을 하셨나요?

"4년이라…. 신인가수들은 우리가 신인인 줄 알더군요. 내년부터는 창법을 바꿔 볼까. (웃음) 저나 재현 씨나 산업기능요원으로 IT기업에서 군 대체복무를 했습니다. 평생에 한 번 해볼까 말까한 출퇴근을 했어요. 인터넷 전화 아시죠? 제가 만들었어요. 야무지게 복무했어요." (윤민수)

- 연예인 생활을 하다가 갑자기 일반인으로 돌아간 셈인데요.

"그때 당시는 어려웠는데 조직생활을 경험했다는 건 여러모로 유익했어요. 참는 것도 많이 배우고. 저도 지금 회사를 하나 가지고 있는데, 많이 도움이 되는 것 같아요. 조직이란 게 계급사회라는 게 그런 거잖아요." (윤)
"직장 생활하는 사람들하고 똑같아요. 퇴근해서 9시면 아무 것도 하기 싫고 그냥 졸리죠." (류재현)

활달한 성격의 윤민수는 태일런스미디어 소속 가수이자 그룹 포맨이 소속된 연예기획사 와이후엔터프라이즈의 대표이다. 포맨은 최근 장혜진과 SBS 수목극 '나쁜남자'의 삽입곡 '웃지마 울지마'를 불러 화제가 되기도 했다. 반면 류재현은 앨범의 작사 작곡과 프로듀싱을 하는 등 창작자로서의 면모를 보이고 있다.

- 콘서트 준비는 잘 되고 있나요?

"공백 기간이 길었잖아요. 그래서 콘서트 연습 시간 자체도 많이 잡아 놓았어요. 오케스트라 콘서트라서 바쁘게 움직이고 있어요." (윤)
"앨범을 그대로 옮긴 느낌이랄까. 무대위에 올라와서 공개 사랑 고백하는 이벤트도 생각 중이에요." (류)
"올라오셔서 노래도 같이 하고." (윤)

- 최고의 무대를 보여주기 위해 최근 체력 관리에 돌입했다고 들었어요.

"등산도 하고 헬스장에서 근력 운동도 해요." (윤, 류)

- 4월에 윤민수 씨는 포맨과 함께 세계적인 팝스타 '보이즈 투 맨'과 합동 공연을 했죠.

"보이즈 투 맨은 저희에겐 신적인 존재잖아요? 같이 무대에 선 자체가 가문의 영광이죠. 데뷔한 지 20년 이상 된 가수들인데도 무대에서 끝까지 긴장을 놓지 않더라고요. 인상적이었어요. 저희 공연을 보면서 '멋지다'고 엄지손가락도 올려주고, 동영상 카메라로 직접 촬영해 갔어요." (윤)
제공 태일런스미디어
제공 태일런스미디어

■ "4집은 다양한 사랑의 노래, 더 성숙해져서 돌아왔다"

- 4집 앨범 저작권료로 착한 일을 많이 한다고 들었어요. 숭례문 복원사업에 '숭례문' 저작권료 전액을 기부하고 '마이 스타(My star)' 저작권료는 심장병 수술 관련단체에 기탁한다죠?

"숭례문이라는 타이틀을 걸고 노래를 부르면서 그걸로 저작권을 챙기고 수익금을 갖는 게 우스워 보이더라고요. 숭례문은 전액 복원기금에 내고 마이 스타는 심장병 어린이 돕는데 다 주자, 어설프게 중간다리 걸치는 것도 어설프다, 이렇게 된 거죠." (류)
"숭례문은 재현이가 숭례문 방화사건 이후 자꾸 노래 가사가 떠오른다고 해서 만들라고 했어요. 싱글 앨범으로 내고 싶어서 병무청에 신고도 했는데 안됐죠. 판소리를 넣으면 좋을 것 같아서 SBS '놀라운 대회 스타킹'에 나온 국악 신동 박성렬이라는 친구를 섭외했어요. 숭례문은 지금 들어도 눈물이 나고 마음이 짠해요. 마이 스타는 캄보디아에서 사업하는 지인이 거기 어린이들이 큰 병이 아닌데 약값이 없어서 죽어가는 걸 보고 안타까워해서 기증을 생각하고 만든 곡이고요." (윤)

- 이번 음반의 특색을 설명한다면?

"사운드적인 측면도 보강했지만 1, 2, 3집에 비해 다양한 사랑을 담았어요." (윤)
"모든 곡들이 정확한 동기가 있어요. 이별의 이유, 사랑의 시작이랄까 그에 관한 동기가 자세히 얘기돼 있죠." (류)
"예를 들어 '결혼했다고' 같은 경우는 사랑하는 여자가 결혼한 것을 상상하게 되는, '동거'는 동거를 했다가 헤어지는 경우 그 사람이 느끼게 되는 감상, '별이 빛나는 밤에'는 예전에 이문세 씨가 로고를 하고 사연을 읽고 그걸 들으면서 그런 추억을 연상할 수 있도록 했죠. 꼼꼼하게 들어갔어요." (윤)

- '다시 와 주라' 등 여러 곡이 14일 발매하자마자 각종 차트를 점령했어요.

"발매 2시간 만에 1위를 하더군요. 뭐 당연하게 생각했어요. 하하. 농담입니다. 사실 앨범이 나오기 전날 굉장히 긴장했어요. 4년 만이니까요. 발매일 전날 부산 단편영화제 무대에 서게 됐는데 우연히 그 무대가 '다시 와주라' 쇼 케이스 현장이 됐죠. 공연을 마치고 자다가 오전 11시쯤에 일어나니 전화가 빗발치는 겁니다. '민수야, 검색어 1위야, 인터넷을 봐'라고. '그래서 어쩌라고?'라고 건방 떨었지만 속으론 안심했죠." (윤)
"수능 시험 쳐 놓고 합격자 발표 기다리는 심정이었어요. 대입 합격자 조회를 했는데 '합격입니다'라는 말을 들은 기분이랄까. 안도의 한숨을 쉬었죠." (류)

- '바이브 인 프라하'라고 앨범 타이틀을 잡았지만 수록 곡 가운데 '동거'가 제일 프라하적인 분위기가 느껴져요. 아코디언 연주도 그렇고 음악도 약간 집시풍인 것이 동유럽적 감성을 잘 담아냈다고 봐요.

"그런 느낌이 있죠? 이번 앨범을 연주한 체코 심포니 오케스트라도 동거를 제일 잘 연주했어요. 그 사람 취향에 맞아서 그런지 아주 깔끔하게 녹음을 끝냈죠. 듣기에 따라선 약간 동화적인 느낌도 나지 않나요?" (윤)

-체코 오케스트라와는 처음 일한 셈인데 한국 연주자들의 차이가 있었나요?

"차 마시는 시간이 꼭 있어야 하고 녹음시간도 칼같이 지켜요. 여기서 조금만 더 하면 다 끝날 분량인데 녹음 시간 넘기면 아무리 사정해도 안 먹힙니다. 하프를 들고 그냥 쌩하니 나가 버려요. 하는 수 없이 그 다음날 추가 비용을 내고 나머지를 녹음했어요. 거기 분들은 워낙 무뚝뚝해서 말을 잘못 걸면 때릴 것 같아요. (웃음) 심지어 호텔에서도 그렇게 친절하지가 않아요. 택시 불러달라고 몇 번씩 말해도 못 들은 척 하고, 비싼 호텔 택시 타라고 무심하게 말하고." (윤)
"아직 사회주의적인 분위기가 있어서 딱딱한 것 같아요." (류)

- 프라하에서 녹음을 할 생각은 어떻게 했어요?

"슬픈 집시풍의 느낌을 담고 싶기도 했고 역시 이 사람들이 사회주의 체제였으니까 상당히 시크할 것이란 예상을 했어요. 러시아인들의 연주는 굉장히 차갑잖아요? 어떻게 보면 우리나라 '한'이랑 맞을 것 같달까. 슬픔, 우울함이 묻어 있는 사람과 해보자 이런 거죠." (류)
"그래서 우울하게 녹음했어요." (윤)

■ 남자 나이 서른, 그리고 음악적인 성장…

- 두 사람 모두 1980년생, 만 나이로 서른이죠. 이십대와는 다른 느낌일 텐데, 스스로 달라진 점을 느끼나요?

"왜 그러세요. 마음은 항상 똑같아요!" (윤)
"그런 부담은 있었어요. 한두 살 더 먹었으니까 음악적으로 성숙하고 나이에 맞는 음악도 하고 이런 고민을 했었어요. 어느 순간에 나이를 생각하는 것 같아요. 내 나이가 서른 넘었는데 이런 노래를 해도 되나? 어른인데 어른 옷을 입어야 하는 게 아닌가 하는 고민." (류)

- 바이브가 추구하는 음악은 어떤 것인가요?

"대중적인 음악 기본 틀 안에서 조금만 더 새로운 것을 얹는 것이랄까. 그런 음악적인 연구를 앞으로 해보고 싶어요. 변하거나 그러진 않을 겁니다. 일상에서 느낄 수 있는 감정, 일상 대화에서 나오는 주제를 다루고 싶어요." (류)

- 밝은 노래는 안 하나요?

"저도 고민이 돼요. '너였으면'(밝은 분위기의 남녀 듀엣곡)은 밝게 불러야 하는데 우리 목소리가 슬프게 나오니까 재녹음을 3번이나 했어요. '샤방샤방'한 발라드곡은 동료 가수 성시경 씨나 알렉스 씨에게 드려야 할 것 같아요." (윤)

인터뷰를 마치면서 앞으로의 계획을 묻자 두 남자는 음악적인 공부를 더 해보고 싶다는 말을 했다. 국방의 의무를 다했으니 홀가분하다면서.

"종합예술학교 같은 곳에 다녀보고 싶어요. 영상도 다루고 여러 가지 예술을 경험하면서 음악에 접목시킬 수 있는 그런 데에 가서 다양한 경험을 해 보고 싶은데요." (윤)
"저는 유학을 생각하고 있어요. 미국 버클리나 다른 대학도 좋고. 학교에 다니면서 음악에 대해 더 깊이 있게 배우고 방학 때는 우리나라에 들어와서 앨범 작업을 할 생각입니다." (류)

최현정 기자 phoeb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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