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일 오후 6시 서울 중구 태평로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제40회 동아무용콩쿠르 시상식이 열렸다. 앞줄 왼쪽부터 금상 수상자인 김하서(학생부 한국무용창작) 양지연(〃현대무용) 한선천(일반부 현대무용남자), 대상 수상자인 김명규(〃발레 남자), 금상 수상자인 채지영(〃발레 여자) 엄예나(학생부 한국무용전통) 맹지은(〃한국무용전통) 유지숙(일반부 한국무용전통 여자) 정한솔(학생부 발레), 윗줄 왼쪽부터 금상 수상자인 박혜지(일반부 한국무용창작 여자) 이재화(〃〃남자) 김진우(〃한국무용전통남자) 김민아(학생부 한국무용창작) 조혜원(일반부 현대무용 여자). 원대연 기자 yeon72@donga.com
《“동아무용콩쿠르가 없었다면 우리나라 무용계의 발전도 없었습니다.”(김혜식·세계무용센터 회장) 동아무용콩쿠르가 1964년 출범한 이래 올해 40회를 맞이했다. 1970년부터 82년까지 격년제로 열린 때를 제외하면 매년 한 회씩 열렸다. 세계의 국제무용콩쿠르 중 가장 역사가 오랜 불가리아 바르나 콩쿠르와 창설 연도가 같다. 동아무용콩쿠르는 700여 명의 입상자를 배출하며 발레리노 이원국 김용걸, 발레리나 김주원, 안무가 홍승엽 차진엽 씨 등 스타 무용수와 안무가의 산실이 돼 왔다.》
○ “국내 무용콩쿠르 제도화에 선구모델”
1일 오후 2시 서울 중구 태평로 한국프레스센터에서는 동아일보와 한국춤평론가회 공동 주최로 동아무용콩쿠르 40회를 기념하는 심포지엄 ‘한국 춤의 발전과 무용콩쿠르의 역할’이 열렸다. 국내 무용콩쿠르의 역사와 역할을 짚어보고 해외 무용콩쿠르 현황을 살펴보는 자리였다.
‘동아무용콩쿠르 제도의 성립과 무용사적 의의’를 발표한 성기숙 한국예술종합학교 교수는 “동아무용콩쿠르는 6·25전쟁을 겪고 최승희 같은 유명 무용가가 월북하는 등 국내 무용계가 황무지 상태였을 때 창설됐다”며 “동아무용콩쿠르는 국내 무용콩쿠르의 생성과 제도화에 선구적 모델”이라고 말했다.
성 교수는 △심사표 공개, 심사위원 과반수 매년 교체 등 공정성 추구 △언론사 주최로 공익적 성격 △기본기 별도 평가 등으로 남성 무용수 기량 향상에 기여 등을 동아무용콩쿠르의 성과로 꼽았다. 특히 그는 동아무용콩쿠르의 변천사는 한국 무용계의 발전상을 반영한다고 설명했다. 서양무용과 한국무용으로만 나뉘어 있던 부문이 1982년 제12회 콩쿠르에서 발레, 현대무용, 한국무용으로 나뉜 점을 대표적 사례로 들었다. 이는 한국무용, 현대무용, 발레로 나눠 교육하는 제도가 정착되고 현대무용 전공자가 늘어나던 시대상을 반영했다는 것. 이어진 토론에서 박인자 숙명여대 교수(한국발레협회장)도 “동아무용콩쿠르의 역사는 우리나라 무용계의 역사와 함께한다”고 말했다.
김순정 성신여대 교수는 ‘해외 무용콩쿠르의 현황과 운영사례’ 발표에서 “콩쿠르는 적극적인 사고능력을 지닌 국제적인 예술가로 성장하도록 도와주는 순기능이 있다”고 설명했다.
콩쿠르 입상을 무조건 금과옥조로 여겨서는 안 된다는 지적도 있었다. 문훈숙 유니버설발레단장은 토론에서 “콩쿠르는 페어플레이 정신, 담대한 자세 등을 배울 수 있는 좋은 기회지만 테크닉만을 중시하는 역효과를 낳을 수도 있다. 직업발레단에서 성공하기 위해서는 해석과 표현력도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국내 무용콩쿠르가 나아가야 할 방향에 관한 발표도 이어졌다. 김긍수 중앙대 교수는 발표 ‘국내 무용콩쿠르의 현황과 발전방향’에서 “일본이 보수적이고 전통적인 성향의 콩쿠르를 지향한다면 중국은 다양성과 전문성을 추구한다. 한국은 그 중간으로 다소 색깔이 불투명하다”고 지적했다.
○ “국제콩쿠르만 병역 혜택은 문화사대주의”
2008년 국내 무용경연대회 입상자들의 병역특례가 없어진 데 대한 지적도 이어졌다. 김긍수 교수에 따르면 한 해 배출되는 발레리노는 30여 명이며 발레리노의 평균 활동 기간은 약 10년이다. 이 같은 상황에서 발레와 현대무용 부문에서 국제무용콩쿠르 1, 2위 수상자로 병역특례 혜택을 한정시키면서 남자 무용수 기근 현상이 빚어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토론자로 나선 정의숙 성균관대 교수는 “병역특례를 국제콩쿠르로 한정하면서 다른 콩쿠르를 상대적으로 위축시켜 불균형이 발생하고 국외 콩쿠르에 참가하기 위해 경제적 부담감이 가중된다”며 “동아무용콩쿠르 같은 공신력 있는 국내 콩쿠르 입상을 국제콩쿠르의 하위에 두는 것은 그동안의 대회 업적을 인정하지 않는 사대주의적 사고”라고 말했다.
심정민 동덕여대 강사는 ‘한국 춤의 발전과 무용콩쿠르의 역할’ 발표에서 “한국에서도 국제적으로 주목받는 무용수가 속속 배출되지만 창작자인 안무가로서의 평판은 그에 미치지 못한다”며 “국내 콩쿠르들이 2001년부터 동아무용콩쿠르와 함께 개최되고 있는 무용스타 초청공연처럼 입상자들의 창작적 역량을 고취하는 기회를 확장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김혜식 세계무용센터 회장은 종합토론에서 “제1회 수상자로 동아일보 장학금을 받아 유학을 갈 수 있었다. 동아일보와 동아무용콩쿠르가 아니었으면 현재의 나도, 여러분도 없었고 우리나라 무용계의 발전도 없었다”라고 말했다. 제24회 금상 수상자인 김용걸 한국예술종합학교 교수는 “금상 수상으로 받은 병역특례가 국제대회 입상, 파리 오페라발레단 입단 등으로 이어졌다. 콩쿠르 심사 기준을 좀 더 세밀하게 만들어 앞으로도 동아무용콩쿠르가 내실을 다져갔으면 한다”고 밝혔다. 이날 토론에는 정승희 전 한국예술종합학교 무용원장, 정재만 숙명여대 교수(승무 인간문화재), 이원국 이원국발레단장 등도 참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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