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김영길]연구-교육 중심대학 함께 육성을

  • 입력 2009년 9월 9일 02시 5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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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세기를 맞아 국내외 대학은 엄청난 도전에 직면해 근본적인 변화를 요구받고 있다. 미국 예일대 리처드 레빈 총장은 “연구를 통한 지식기반의 확장이 중요한 만큼, 대학은 교육을 통하여 학생에게 창의적이며 유연한 사고역량과 리더십을 길러줘야 하며 전 지구적인 문제에 대한 해결책을 제시할 수 있는 글로벌 시민의식을 키워줘야 한다”고 말했다. 유네스코(UNESCO)도 가치관 상실의 위기를 심각하게 겪는 오늘의 사회에서는 고등 교육이 단순한 경제적 발전을 위한 필요를 초월하여 더욱 높은 차원의 도덕적 윤리적 영성적 교육을 구현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21세기 지식기반사회에서 세계 경제의 중심에 서게 된 우리나라의 대학은 지난 세기와는 다른 지향점을 가져야 한다. 알려진 지식을 전달하는 교육보다 새로운 문제를 발굴하고 그 해결책을 제시하는 교육이 필요하다. 주입식 암기교육과 점수 위주의 교육에서 벗어나 문제 제기, 분석 및 토론, 해결책 도출을 지향하는 교육적 부가가치를 만들어 내야 한다. 전공 역량은 물론이고 바른 가치관과 공동체 의식에도 관심을 가져야 하며 변화를 이끌어 갈 리더십과 세계를 품을 글로벌 역량을 길러줘야 한다. 창의성을 북돋우고 바른 인성을 심어 주는 대학교육이 되어야 한다는 말이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전 세계 대학교육의 성과를 측정하는 고등교육 학습성과평가(AHELO) 프로그램을 실시할 예정이다. 기존의 연구업적 중심 평가지표는 사실상 대학원 평가여서 적절한 대학평가가 이루어지기 어렵다는 것이 새 평가를 도입한 이유다. OECD의 바버라 이싱거 고등교육국장은 “기존의 대학평가 방식은 마땅히 반영해야 할 교육성과 관련 지표를 간과함으로써 대학교육 현장에 도움을 주기보다 오히려 해를 끼칠 수 있다”고 비판했다. OECD는 AHELO를 통해 대학원 연구성과를 기준으로 대학을 서열화하지 않고 대학이 학생교육을 위해 어떤 부가가치를 창출했는가를 평가하는 데 목적을 둔다고 한다. 분석적 사고력, 문제해결능력, 의사전달능력을 대학 입학 시와 졸업을 앞둔 시점에 비교평가해서 학생이 대학을 다니는 동안 얼마나 성장했는지를 가늠하겠다는 취지다.

프랑스 파리에서 7월에 개최된 유네스코 고등교육세계학술대회에서 세계은행의 고등교육관 자밀 살미 박사는 소위 세계수준대학(World-Class University)이 우수 연구중심대학과 동등하게 여겨지는 문제점을 제기하면서, 연구중심대학 이외에 우수한 교육중심대학도 세계수준대학으로 폭넓게 포함해야 한다고 말했다. 결국 최우수대학이란 연구를 통해 새로운 지식을 창출하여 인류사회 발전에 공헌하며, 혁신적인 교육과정과 교육방법으로 학생을 교육하여 국가 사회발전에 기여하는 인재교육을 수행하는 대학이다.

우리 대학생의 70∼80%는 학부를 졸업한 후 사회에 진출한다. 따라서 대학은 학부생의 교육에 우선순위를 둬야 한다. 이제 학생 개인의 발달과 성장에 초점을 맞춰 대학교육의 좌표를 새롭게 설정할 때가 됐다. 미국의 대학을 평가하는 ‘유에스뉴스 앤드 월드 리포트’는 연구중심대학과 교육중심대학을 별개의 영역으로 구분하여 서로 다른 평가기준을 적용한다. 우리나라도 이제 연구중심 세계수준대학 육성과 더불어 21세기 글로벌 지식기반 시대에 부응하는 혁신적 교육중심 세계수준대학을 육성하기 위한 정책을 정부 차원에서 추진할 시점이다. 폭넓은 이해와 균형 잡힌 가치관을 기반으로 연구를 통한 지식의 창출을 적극 장려하고, 교육을 통해 글로벌 역량과 창의적 인성을 바르게 겸비한 새로운 인재를 배출하도록 대학의 지평이 넓어지기를 기대한다.

김영길 한동대 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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