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둑]제53회 국수전…배부른 자의 여유

  • 입력 2009년 8월 13일 02시 59분


프로기사들도 축머리 활용은 쉽지 않다. 우하 축은 한 번 잘못 두면 그대로 낭떠러지에 떨어진다. 백 30으로 축을 방지하자 31로 따라붙어 축을 만든다. 백 32, 33, 34가 모두 같은 맥락. 흑백이 번갈아 둘 때마다 축이 됐다 안 됐다를 반복한다. 백 34까지가 축이 되는 마지노 선. 이젠 흑이 같은 방식으로 한 번 더 밀면 축이 안 된다.

안형준 2단은 축을 더는 활용할 수 없다면 실리를 챙기자는 생각에 흑 35로 젖혔다. 검토실 기사들은 이 수를 보고 안 2단이 참고도 흑 1을 미처 생각하지 못한 것 같다며 아쉬워한다. 흑 1은 교묘한 축머리. 백이 3의 곳으로 빠졌다간 바로 축이다. 따라서 백 2로 축을 해소할 수밖에 없는데 흑 3으로 넘어가면 충분하다. 백 4 때 흑 5로 벌려 이건 흑이 한 발 앞선다는 느낌이다. 흑이 한 템포 늦추자 백은 재빨리 44까지 선수한 뒤 백 46으로 패를 해소했다. 지금 당장 해소하지 않아도 되지만 앞으로 모든 행마에 장애가 될 수 있으니 미리 화근을 뽑자는 뜻이다.

흑 47 때 ‘가’로 젖혀 바로 싸우나 싶었는데 백 48로 부드럽게 갈라친다. 배부른 자의 여유가 느껴지는 행마.

해설=김승준 9단·글=서정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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