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황규인]또 거짓으로 드러난 ‘학교공개’

  • 입력 2009년 6월 6일 02시 56분


“이미 수정을 마쳤습니다. 더는 드릴 말씀이 없습니다.”

충남 천안북일고는 4일 학교 정보를 공개하는 ‘학교알리미’(www.schoolinfo.go.kr) 사이트에 올해 졸업생 전원이 4년제 대학에 진학했다고 올렸다. 그런데 이날 저녁 천안북일고는 “진학률 100%는 입력 착오”라며 “담당 교사가 입력 방법을 착각해 4년제 대학에 원서를 낸 학생 모두 대학에 진학한 것으로 입력한 것 같다”고 해명했다. 다음 날 오전 100%였던 이 학교 4년제 대학 진학률은 70.6%로 바뀌었다.

지난해 12월 1일 학교 정보 공시제가 처음 시행됐을 때도 ‘실수투성이’였다. 한 학생이 여러 학교에 합격한 것을 중복 계산해 진학률이 100%가 넘는 학교가 생기는가 하면 진학률이 500%를 넘는 과학고도 있었다. 올해 2월 전국 학업성취도 성적 발표 때 학부모들을 놀라게 했던 ‘전북 임실의 기적’도 결국 엉터리로 일단락됐다.

시행착오라고 넘기기에는 문제가 너무 많았다. 여론에 뭇매를 맞고 나서야 초중고교는 물론이고 각 대학도 서둘러 잘못된 정보를 바로잡았다. 교육과학기술부도 뒤늦게 “시도 교육청별로 정보 오류 방지대책을 수립하고 현장 실사를 통해 강력하게 지도 감독하겠다”고 사후약방문을 썼다. 그러는 사이 정보공개 첫날에만 9만7000여 명이 잘못된 정보를 열람했다. 학부모들은 “정보 공개의 신뢰도가 떨어지니 결국 학원에서 들은 학교 평판을 믿을 수밖에 없다”는 냉소적인 반응을 보이기도 했다.

이번에도 상황은 크게 다르지 않은 듯하다. 천안북일고만의 문제가 아닐 수 있다. 교육성과를 부풀리려는 목적이었든, 단순한 입력 착오였든 부정확한 정보를 공개한 것은 교육 서비스 공급자가 소비자에게 거짓말을 한 것이나 마찬가지다.

더 큰 문제는 공개된 자료의 진위를 검증하기 어렵다는 점이다. 천안북일고처럼 정보의 부정확성이 확연히 드러나지 않는 한 손쉽게 자료의 진위를 파악하기 힘들다. 또 개별 학교가 알게 모르게 자료를 수정해도 일반인들은 그 사실을 인지하기 어렵다. 학교에 정보를 자율적으로 입력할 수 있는 권리를 준 만큼 문제가 생겼을 때는 책임을 물을 수 있어야 한다. 현재는 학교 측에서 단순 착오였다고 주장하면 누구도 책임질 필요가 없다.

자녀가 조금이라도 더 나은 교육을 받도록 하려는 학부모들의 마음이 ‘교육 관련기관 정보공개에 관한 특례법’까지 만들어 학교 정보가 공개되도록 했다. 교과부와 학교들이 이런 학부모들의 심정을 배려한다면 믿을 만한 정보를 제공하는 것이 기초적인 의무다.

황규인 교육생활부 kin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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