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둑]42회 아마국수전… 흑, 갈림길에 서다

  • 입력 2009년 5월 20일 02시 58분


백이 궁지에 몰렸다. 중앙에 좌우로 갈린 백말을 동시에 수습해야 하는 부담이 있다. 두 대마를 살리는 것이야 문제가 없겠지만 그 와중에 흑에게 야금야금 집을 빼앗길 것이다. 백이 선택할 수 있는 길은 하나다. 한쪽을 확실히 살려놓고 다른 한쪽은 극한의 상태에서 버티는 것이다. 둘 다 예쁘게 살리려고 하면 죽도 밥도 안 된다.

백은 74∼78로 오른쪽 대마부터 살렸다. 이 대마가 왼쪽 대마보다 살리기 쉽다.

자, 이젠 흑의 매운 공격을 맛볼 차례다. 79, 81로 들여다보고 83으로 씌우는 데까지 공격의 박자가 척척 들어맞는다. 얼핏 봐도 백이 밖으로 뚫고 나가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물론 백도 믿는 구석이 하나 있다. 백 94가 ‘가’로 끊는 단점을 노리는 백의 마지막 버팀목. 이 수마저 성립하지 않으면 백은 죽는다.

흑이 만약 참고도 흑 1로 백을 잡으러 가면 어떻게 될까. 수순이 복잡하지만 백 28까지 필연의 수순에 따라 흑이 장문에 걸려 죽는다. 따라서 흑 95는 정수.

백 96으로 때려낸 것이 시원하긴 한데 아직 흑의 포위망을 벗어나진 못했다. 흑은 갈림길에 놓였다. 잡으러 갈 것이냐, 아니면 우세를 확보한 채 살려줄 것이냐.

해설=김승준 9단·글=서정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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