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한나라당 쇄신 ‘모양 갖추기’ 넘어서야 성공한다

  • 입력 2009년 5월 7일 02시 56분


4·29 재·보궐선거 참패 이후 한나라당에서 쇄신이나 단합과 관련한 방안이 봇물 터지듯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 친이(친이명박), 친박(친박근혜)계의 화합을 위해 친박계 좌장 격인 4선의 김무성 의원을 원내대표로 발탁하자는 의견도 등장했다. 원내대표의 러닝메이트로 선출되는 정책위의장을 당 대표가 임명토록 함으로써 대표의 권한을 강화하자는 논의도 있다. 당 쇄신과 함께 청와대와 정부도 리모델링해야 한다거나, 심지어 지도부 개편을 위한 조기 전당대회 개최와 국정기조의 전환을 주장하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어제 이명박 대통령과 박희태 한나라당 대표의 회동도 쇄신과 단합이 핵심 내용이었다. 이 대통령은 “한나라당이 쇄신과 단합 두 가지를 박 대표 중심으로 잘해 가야 한다”며 박 대표에게 신임과 무게를 실어주었다. 당을 어떤 식으로 재정비하든 현 지도부 체제가 흔들려선 안 된다고 주문한 것이다.

한나라당이 안고 있는 가장 큰 문제는 친이 친박계로 갈린 ‘한 지붕 두 가족’ 살림이다. ‘김무성 원내대표 카드’는 상징성이나 모양새에서는 그럴듯하지만 약점도 수두룩하다. 원내대표를 노리는 몇몇 의원의 양보와 친이 친박계 다수 의원의 공감을 얻지 못한다면 오히려 당내 갈등만 부추길 수 있다. 친박계의 허태열 최고위원에 이어 김 의원이 원내대표까지 맡는다면 친박계로서는 당내에서 상당한 입지를 갖게 된다. 그러나 박근혜 전 대표가 과연 이 정도에 만족하고 당의 화합을 위해 적극 나설지 예측하기 어렵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이 대통령과 박 전 대표의 신뢰 회복이다. 이 대통령은 어제 “이제 우리 당에서 계파 소리가 나오지 않을 때가 되지 않았느냐”면서 “나도 열심히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이 박 전 대표를 진정한 ‘국정의 동반자’로 인정하고, 당내뿐 아니라 국정 운영 전반에서 계파를 초월한 인사를 통해 그런 의지를 보여줘야 실질적 화합을 이끌어 낼 수 있다.

한나라당이 진정한 쇄신을 도모하려면 지도부가 마음을 비우고 앞으로 구성될 당 쇄신위원회에 모든 것을 위임하는 것이 옳다. 쇄신위 위원장과 위원은 중립적이고 폭넓은 공감을 받는 인물을 앉혀야 한다. 사심(私心)을 관철하려는 의도로 당 쇄신을 이용하려는 사람이 많다 보면 모처럼의 기회는 물거품이 될 것이다.

한나라당의 쇄신은 결국 정권의 성공, 나아가 국정의 성공을 위한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여당은 말할 것도 없고 야당까지도 국정의 파트너로 끌어들이려는 이 대통령의 노력이 선행되어야 한다. ‘모양 갖추기’보다는 ‘감동의 정치’로 국민의 마음을 움직이는 쇄신이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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