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토공 주공 통합, 구조조정 없이는 의미 없다

  • 입력 2009년 5월 2일 02시 57분


대한주택공사와 한국토지공사를 합치는 한국토지주택공사법이 그제 국회를 통과했다. 둘이 현 상태에서 10월 1일 통합하면 자산 105조 원이 넘는 초대형 공기업이 탄생한다. 자산 규모에서 72조5192억 원인 삼성전자보다 더 큰 국내 최대의 단일 기업이 된다.

기업 집단과 비교해도 삼성보다는 작지만 현대자동차그룹보다 크다. 이런 매머드 공사가 효율적인 조직이 되려면 중복 기능의 조정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주공과 토공은 택지개발에서 혁신도시 조성, 임대주택 사업에 이르기까지 무려 34개 사업에서 중복된다. 중복 사업부서를 통합하고 정비해야 운영을 효율화할 수 있을 것이다. 1962년과 1979년 각각 설립된 주공과 토공은 그간 똑같은 사업 분야에서 과당경쟁을 벌이는 바람에 수도권과 대도시 지역에서 난개발과 비효율을 초래했다는 비판을 받았다.

역대 정부는 수차례 두 공사의 통폐합과 기능조정을 시도했으나 실패하고 오히려 조직 확대경쟁을 가열시켰다. 노무현 정부 출범 직전인 2002년 3049명이던 주공 직원 수는 현재 4385명으로 늘었고, 토공 직원 수도 1815명에서 2982명으로 불었다. 인력 감축이 없는 단순통합은 비능률을 초래하고 85조7525억 원에 달하는 부채를 더 늘려 분양가 인상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

통합을 주도한 한나라당 홍준표 의원은 택지 개발사업 등 중복 기능을 해소하고 경영효율성을 높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그동안 논란이 됐던 본사 소재지와 직원배치에 관한 사항은 법안에 반영되지 않아 통합작업이 시초부터 삐걱거리지 않을지 걱정이다.

두 공사의 통합으로 민간의 주택 건설사업이 위축돼서는 안 된다. 통합 공사가 택지사업의 시장 지배력을 활용해 민간 주택건설회사와의 경쟁에서 우위를 차지하려 들면 국민 경제에 오히려 부담이 될 수도 있다.

두 기관의 통합은 이명박 정부가 추진한 공공기관 선진화방안의 우선 과제였다. 1단계 공기업 개혁방안의 첫 단추인 주공 토공 통합이 잘못되면 전체 공기업 개혁이 차질을 빚을 우려가 있다. 주공 토공 통합법의 성립을 계기로 다른 공공기관의 선진화 작업에도 속도가 붙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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