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평일 ‘골프 病’ 장교들에 맡겨진 국토방위

  • 입력 2009년 4월 4일 02시 55분


국방부와 군검찰이 평일 근무시간에 골프를 한 군의관 21명을 무더기 구속했다. 군의관 2400여 명 중 무단 ‘평일 골프’ 의혹이 짙은 96명은 추가로 집중조사를 받고 있다. 국방부 감사관실은 평일에 근무지를 벗어나 골프를 한 군인들에 대한 조사를 전군(全軍)으로 확대해 창군 이래 최대의 군 간부 구속사태까지 우려된다. 국방부 감사관실은 지난달 중순부터 평일에 골프를 한 것으로 기록된 현역 장교 1만여 명에게 “왜 그날 골프를 했는지 해명하라”고 통보해 군 내부가 술렁이고 있다. 전군 간부가 10만여 명이니까 10명 중 1명은 ‘근무 중 골프’ 혐의를 받고 있는 셈이다.

장교들 사이에선 “3년 전 골프장 기록까지 들춰내 해명하라는 것은 지나치다”거나 “불온서적 명단에 반발해 헌법소원을 낸 법무관들에 이어 군의관들에 대한 표적사정 아니냐” 같은 불만의 소리가 나온다. 물론 장교도 비번인 휴일에는 골프를 할 수 있다. 그러나 법무관 군의관도 엄연히 군인이고, 국토방위를 책임진 군인의 근무시간 중 골프는 가볍게 볼 일이 아니다.

언제부터인가 수요일 ‘전투체육의 날’ 행사의 일환으로 장교들이 ‘군 체력단련장’으로 불리는 골프장을 이용했다. 공군이 비상대기 중에 부상 가능성이 적은 골프를 하고, 훈련이 끝난 평일 ‘전투휴일’ 시간에 골프를 하는 일이 관행이 되다시피 했다. 하지만 일반 공무원에게도 평일골프는 금기시된다. 하물며 장교가 휴가 외박이 아닌 날에 평일골프를 했다면 군형법상 ‘무단 이탈죄’에 해당한다.

더구나 지금 155마일 휴전선 너머에선 장거리 미사일 발사를 앞둔 북한군 총참모부가 ‘고도의 전투준비 태세’를 갖춘 상황이다. 그들은 요격 움직임에는 지체 없이 정의의 보복타격을 가할 것이라고 호언하고 있다. 북한군이 핏발 선 눈으로 남쪽을 노려보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북한군은 함경북도 청진시 인근 어랑 공군기지로 미그-23 비행대대를 이동 배치해놓고 있다. 한반도 전역이 일촉즉발의 긴장상태에 돌입한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5분 대기조’의 정신으로 만일의 사태에 대비해야 할 국군 장교들의 기강이 너무 풀렸다. 첨단무기가 있어도 장교들의 기강이 무너지고 나면 무용지물이다. 정신상태가 ‘외박’ 나간 장교들을 바라보는 사병들은 어떤 생각이 들 것인가. ‘평일 골프병’에 걸린 장교들에게 신성한 국토방위의 사명을 맡겨도 괜찮을지 국민은 불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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