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석기자의 퀵 어시스트]스포츠맨십 어디로…

  • 입력 2009년 4월 3일 03시 02분


험악한 ‘봄의 축제’

‘봄의 축제’라는 프로농구 포스트시즌이 과열로 얼룩지고 있다. 페어플레이나 매너는 사라진 지 오래다. 거친 플레이로 부상자가 쏟아지고 고성과 욕설이 오가는 볼썽사나운 장면의 연속이다.

1일 전자랜드와 KCC의 6강 플레이오프 3차전에서는 테크니컬파울이 6개가 나왔다. KCC 신명호는 코뼈가 부러졌다. 임재현은 전자랜드 도널드 리틀이 휘두른 팔꿈치에 오른쪽 눈이 시퍼렇게 멍들었다. KCC 하승진과 전자랜드 서장훈은 육탄전에 가까운 몸싸움을 펼치다 서로 “내가 피해자”라며 목소리를 높였다. 서장훈은 승리가 굳어진 종료 2초 전 KCC 벤치를 향해 삿대질을 하는 도발 행위로 원성을 샀다. 허재 KCC 감독은 경기 후 악수조차 하지 않고 코트를 떠났다.

삼성과 LG의 6강전 역시 지나친 라이벌 의식 속에 의도적인 파울이 속출해 감정 대립으로 치달았다. 삼성은 LG 브랜든 크럼프의 자유투가 약한 것을 노려 후보들을 번갈아 밀착 마크시키는 ‘사석 작전’으로 상대를 자극했다. LG 역시 다혈질인 삼성 주포 테렌스 레더에게 집요한 신경전을 펼쳤다.

이처럼 코트가 험악해진 것은 ‘단기전에서 일단 이기고 보자’는 비뚤어진 승리 지상주의 탓이다. 전력이 평준화되다 보니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상대 약점에만 집중하고 있다. 경기 흐름을 자주 끊어 재미를 반감시킨다는 한국농구연맹 수뇌부의 지적으로 심판진이 미온적으로 대처하는 것도 문제다. 심판의 휘슬이 침묵하니 파울의 강도는 더욱 심해지고 있다.

농구 코트는 격투기를 치르는 사각의 링이 아니다. 팬들의 외면을 받는다면 승자와 패자 모두에게 부끄러운 일이다.

김종석 기자 kjs0123@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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