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룸살롱·性접대 로비’와 축소 의혹, 모두 심각하다

  • 입력 2009년 4월 1일 02시 58분


대통령실 일각의 기강 해이와 비리 불감증이 위험 수위를 넘본다. 청와대 행정관 2명이 방송통신위원회 간부와 함께 유선방송사업자로부터 룸살롱 접대를 받고 이 중 행정관 1명이 2차로 성(性)접대까지 받은 사건은 결코 가볍지 않다. 행정관과 방통위 간부가 방통융합 및 합병 승인 심사 업무를 담당하는 핵심인물이었다니, 업자가 무슨 뜻으로 큰돈을 들여 퇴폐적인 접대를 했는지 짐작할 만하다. 마땅히 수사를 통해 진상을 밝혀내고 위법 행위에 대해서는 형사처벌이 따라야 한다.

그런데도 청와대와 경찰은 이 사건 관련자들의 비위를 축소 은폐하려 했다는 의심을 살 만하다. 경찰은 행정관을 성매매 혐의로 불구속 입건하고도 신원을 감추기에 급급했다. 성매매 적발 장소를 조작하고 사건 내용을 축소해 공개했다. 증거 확보에도 소홀했다. 청와대는 이 사건이 일부 언론에 보도된 뒤 해명하는 과정에서 오락가락하며 제 식구를 감싸고 들었다. 국민 앞에 정직하고, 이런 일이 다시는 일어나지 않도록 일벌백계(一罰百戒)를 해도 모자랄 텐데 적당히 덮고 넘어가려 했으니 더 큰 문제다.

청와대 행정관이 룸살롱 접대를 받고 여종업원과 함께 모텔까지 갔다가 적발된 것은 추부길 전 대통령홍보기획비서관(작년 2∼6월 재임)이 박연차 태광실업 회장에게서 2억 원을 받은 혐의로 구속된 바로 다음 날이었다. 옷깃을 여며도 시원찮을 시점에 그런 부적절한 처신을 했으니, 집권 1년에 청와대 근무자들의 기강과 윤리 의식이 풀렸다고 볼 수밖에 없다.

이명박 대통령은 지난달 27일 확대비서관회의에서 비서관들의 룸살롱 출입 금지령을 내렸다. 비서관들이 접대를 받는 경우가 아니라면 무슨 돈으로 하루 저녁 비용이 수십만∼수백만 원이나 한다는 룸살롱에 다닐 수 있겠는가. 룸살롱에 출입한 비서관이나 청와대 직원이 과연 이번에 적발된 행정관뿐인가.

노무현 정부 초기 대통령민정수석비서관실은 썬앤문그룹에서 1억500만 원을 받은 이광재 대통령국정상황실장과 나이트클럽 향응 파문을 일으킨 양길승 대통령제1부속실장에 대해 부실 조사와 감싸기로 일관했다. 최근 터져 나온 노무현 정권 실세들의 비리는 집권 초기에 기강을 다잡지 않은 탓도 있다. 행정관 추문 같은 일이 몇 차례 더 터지면, 그렇지 않아도 개혁 의지를 의심받고 있는 청와대에 대한 국민의 신뢰는 붕괴되고 말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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