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카페]롯데 - 신세계의 ‘토끼와 거북’식 경쟁

  • 입력 2009년 3월 31일 02시 53분


파주 아웃렛 터 놓고 양사 분쟁

부지매입 과정때 社風 드러나

토끼와 거북이가 있었습니다.

역량 많은 토끼는 달리기 경주에서 자신이 넘쳤습니다. 오랜 기간 ‘1등’이었기 때문이죠. 그래서 잠시 한눈을 팔기도 하고, 낮잠도 잤습니다. “누가 나를 이길 것이냐”는 식이었죠. 하지만 최종적으로 웃은 것은 거북이였습니다. 거북이는 곤히 잠든 토끼를 지나쳐 결승선에 먼저 도달했습니다.

최근 경기 파주 지역 아웃렛 터를 놓고 벌어진 롯데와 신세계 간 분쟁은 이솝우화 ‘토끼와 거북이’를 떠올리게 합니다. 여기서 토끼는 롯데, 거북이는 신세계입니다. 신세계가 30일 롯데의 포기선언으로 ‘기권승’을 거뒀거든요.

롯데는 이날 ‘파주 프리미엄 아웃렛 용지 관련 롯데쇼핑의 입장’이란 자료를 내고 “롯데쇼핑이 내년 상반기 오픈을 목표로 파주 통일동산 인근에 의욕적으로 추진 중이던 프리미엄 아웃렛 사업의 진행을 종결하게 됐습니다”라고 밝혔습니다.

롯데 측은 “그동안 적극적 의지를 갖고 추진했던 이 사업을 이처럼 중단하게 된 점을 매우 안타깝게 생각합니다”라고 했습니다. 롯데뿐 아니라 이 사안을 보는 사람들도 참 안타깝습니다. 당초 롯데가 아웃렛 사업 용지로 ‘찜’해 놓은 땅을 신세계가 사 아웃렛을 짓겠다고 하니 롯데로선 “신세계가 비즈니스 관행을 지키지 않았다”고 비난할 만합니다. 하지만 신세계 측에선 “롯데가 땅 주인으로부터 용지 매입을 요청받고도 응하지 않아 우리로선 정당하게 땅을 산 것”이라며 떳떳해합니다.

일부에서는 이번 사안을 두고 롯데와 신세계의 ‘사풍(社風)’을 보는 것 같다고 얘기합니다. 늘 철저하게 계산하고 신중하게 따지는 롯데와 전략적이면서도 때로는 민첩한 신세계의 기업 풍토가 여실히 드러났다는 거죠. 토끼와 거북이 우화는 ‘천천히 그리고 꾸준히 노력하는 자가 승리한다’는 교훈을 전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서양에서는 거북이가 자는 토끼를 깨우지 않고 못 본 척하고 뛰어가 ‘게임의 공정한 규칙’을 지키지 않았기 때문에 거북이가 더 나쁘다고 평가하기도 합니다.

독자 여러분께서는 토끼와 거북이 중 어느 쪽의 손을 들어주시겠습니까.

김선미 산업부 기자 kimsunm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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