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전병성]국제공조로 후손에 맑은 공기를

  • 입력 2009년 3월 24일 03시 04분


공기의 흐름에는 국경이 없다. 지구를 둘러싸고 있는 공기는 인간이 임의로 그어놓은 국경에 상관없이 흐른다. 최근 자국의 경제 불황을 남의 나라 탓으로 돌리기도 하고 세계 평화를 위해 만든 유엔(국제연합)의 활동에도 불구하고 핵 경제 테러 식량문제와 관련해 각국이 이해득실에 따라 첨예하게 대립하곤 한다. 하지만 기상 분야에서의 협력은 국가를 초월한다.

중국 북부 건조한 지역에서 발생해 바람을 타고 한국으로 날아온 황사를 중국 탓이라며 시비를 걸지 않는다. 다만 자연 현상의 움직임을 정확히 예측하여 피해와 불편을 줄이기 위해 한국은 중국에 협력의 손을 내밀고 중국은 황사 예측에 필요한 관측 자료와 현지 상황을 기꺼이 알려준다. 과거 소련과 중국은 한국과 외교적으로 단절된 국가였지만 기상정보는 계속 주고받았다. 기상 분야에서는 종교 사상 민족 간의 갈등으로 수많은 전쟁을 치렀던 역사적 사실과 달리 오래 전부터 이념이 다른 국가 간에도 기상정보나 기술을 조건 없이 나누어 왔다. 더우면 더운 대로, 추우면 추운 대로, 비나 눈이 많으면 많은 대로 188개 세계기상기구(WMO) 회원국은 자기 나라의 기상자료를 숨김없이 공개한다.

이러한 국가간 협력의 중심에는 WMO가 있다. 1950년 설립된 국제기구로 한국은 1956년에 가입했다. 한국이 세계 9위의 기상기술력 수준을 이룩한 저변에는 WMO를 비롯한 회원국의 지원과 협력에 힘입은 바 크다. 3월 23일은 유엔이 정한 세계 기상의 날이다. 이 날은 날씨가 우리 인간에 미치는 영향을 상기하고 변화무쌍한 날씨 변화를 예측하여 인류의 생명과 재산을 보호하는 국가의 책임을 강조하기 위해서 제정됐다.

WMO 회원국 간에는 많은 인력과 시간을 들여 개발한 예보 기술을 전해주고 기상위성관측 자료를 대가를 받지 않고 교환한다. 선진국과 후진국 사이에 기상 기술의 격차를 줄이면 줄일수록 최근 전 지구적으로 빈발하는 기상이변에 대한 예측의 정확도는 높아지고 그 대가는 모든 인류의 생명과 재산 피해가 줄어드는 것으로 나타난다. WMO는 올해 세계 기상의 날 주제를 ‘날씨, 기후 그리고 우리가 마시는 공기’로 정했다. 우리가 늘 관심을 기울인 집중호우 태풍 가뭄 한파 폭염과 같은 자연재해뿐만 아니라 공기의 질이 나빠지면서 피해가 늘기 때문이다. 세계보건기구에 따르면 공기가 오염되면서 매년 200만여 명의 유아가 사망하고 성인의 호흡기 또는 심장 질환이 늘어난다고 한다.

공기질의 변화가 인간의 건강뿐만 아니라 기후변화에도 큰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은 널리 알려져 있다. 최근 이슈가 된 지구온난화의 직접적인 원인은 온실가스의 증가이다. 때마침 ‘저탄소 녹색성장’이 중요한 국정과제로 추진되고 있다. 공기를 많이 오염시키지 않으면서 국가 경제를 발전시키자는 한국 정부의 이념과 올해 WMO가 세계 기상의 날을 맞아 공기질의 중요성을 강조한 것은 맥이 통한다고 본다.

기상청은 지난 100년간 우리나라 기온이 섭씨 1.5도 상승했고 앞으로 지속적으로 온실가스의 배출량이 증가한다면 2100년에는 4도 상승한다는 전망을 내놓은 바 있다. 국내 이산화탄소 배출량은 급격히 증가하여 1990년 이후 2배 이상 늘었다. 온실가스의 배출을 줄이기 위한 각별한 노력이 필요하다. 정부 기업 민간 모두가 힘을 합쳐 노력해야 해결할 수 있다.

전 지구의 온실가스 농도가 높아질수록 지구온난화는 더욱 가속화된다. 앞으로 기온이 2∼3도 상승하면, 생물 종의 20∼30%가 멸종한다고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 간 기후변화위원회(IPCC)는 경고한다. 지구온난화는 식량 에너지 기상재해 수자원에 막대한 영향을 미칠 것이다. 올해 세계 기상의 날 주제는 우리가 늘 숨 쉬는 공기의 질에 대한 관심을 촉구하고 있다. 우리의 삶은 유한한데 후손에게 물려줘야 할 대기는 무한하다. 오염된 물에서 물고기가 살 수 없듯 오염된 공기 속에서는 건강한 육체와 건전한 정신을 가진 정상적인 삶을 유지할 수 없다. 깨끗한 공기는 우리의 생명이다.

전병성 기상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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