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송영무]문무대왕함 후배들이여

  • 입력 2009년 3월 16일 02시 52분


한국 해군의 문무대왕함이 소말리아 해적을 소탕하기 위해 13일 낮 12시에 출항했습니다. 함장 장성우 대령과 함승조원은 국군 통수권자인 이명박 대통령에게 신고하고 첫걸음을 내디뎠습니다. 지금 이 시각에는 파도가 높은 동중국해∼남중국해를 항해하면서 고생할지 모릅니다. 장병의 가족은 온 정성을 다해 기도하고 있습니다. 대통령과 국방부 장관 예하 모든 지휘관과 해군의 모든 장병도 안전항해를 기원하고 성공적으로 작전을 수행하기를 기대합니다. 해군 예비역으로서 이 모든 간절한 기도와 기대를 모아 문무대왕함 장병과 현역 후배에게 격려와 당부의 말씀을 드리고 싶습니다.

우리 국민 보호 위한 첫 해외파병

문무대왕함 장병 여러분! 그대들은 국군과 해군역사에 자랑스럽고 명예로운 임무를 수행한 청해부대 일원으로 기록될 것입니다. 그대들의 고생과 노력으로 문무대왕함이 소말리아 해적 소탕작전에 참가하는 의미는 다음 몇 가지로 요약할 수 있습니다.

첫째, 대한민국이 세계평화에 기여하는 책임 있는 선진국가로 인정받을 계기를 마련했습니다. 세계 제1의 조선국이자 제5∼6위의 해운국인데 해적 소탕에 무임승차한다는 인상을 그대들의 출항으로 말끔하게 지울 수 있습니다.

둘째, 오대양을 항해하는 우리 국적 선박과 선원은 이제 외롭지 않습니다. 지금까지 소말리아 해역을 항해하면 왠지 두렵고, 소탕작전에 참가한 다른 나라의 선박과 선원을 보며 주눅이 들었을 텐데 이제는 우리도 국가의 보호를 받는다고 생각하면서 자신 있게 항해할 수 있습니다.

셋째, 해적 소탕작전에 참가하는 모든 국가와의 외교적 관계 증진 및 한미 동맹의 발전적 계기를 마련할 것입니다. 세계 주요 국가의 함정과 동일한 시간과 장소에서 동일한 임무를 수행하기 위해 같이 노력하면 전우애가 우러납니다. 자이툰부대의 철수를 대신하여 함정을 파견하면 한미 동맹도 더욱 긴밀한 관계로 발전되리라 기대됩니다.

넷째,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보호하기 위해서는 한반도 주변해역을 벗어나 세계 어디에든 국군이 갈 수 있다는 선례가 됩니다. 국군은 세계 평화를 위해 해외 파병된 경험이 여러 번 있는데 정작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보호하기 위해서 해외로 나가는 임무를 부여받기는 처음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이 역시 국군의 새로운 역사로 기록될 것입니다.

문무대왕함 장병 모두가 이런 의미를 알고 있으리라 믿습니다. 책임감을 느끼고 더욱 잘해야 한다는 부담감이 없지 않겠지만 작전해역과 인근 항구에서 해적 소탕 작전, 참가국 간 외교적 유대관계, 한국 교민의 사기진작, 장병의 건강 유지와 안전 등 다양한 임무를 차질 없이 수행하기 바랍니다. 특히 국제사회에서 한국이 세계평화에 기여하는 책임 있는 국가로 인식되도록 적극 홍보하기 바랍니다. 우리는 6·25전쟁 이후에 많은 나라의 도움을 받았습니다. 경제적으로는 선진국에 가깝게 접근했음에도 걸맞은 역할을 하지 않는다는 말이 있었지만 이를 모두 없애주길 당부합니다.

세계평화 기여 책임있는 국가로

우리 해군은 주어진 임무를 남이 알아주든, 알아주지 않든 바다에서 묵묵히 수행한 아름다운 전통을 가진 군대입니다. 선배들이 이룩한 전통을 여러분이 더욱 빛나게 하고 더욱 발전시키리라 믿습니다. 여러분이 열과 성을 다해 임무를 수행할 때 국민은 아낌없는 성원을 보냅니다. 대향해군을 향한 첫걸음은 국민의 성원이 있어야 가능합니다. 모든 국민과 부모형제가 여러분을 자랑스럽고 기특하게 생각하고 있다는 것을 잊지 마십시오. 여러분이 임무를 수행하고 안전하게 귀국하기를 기원하고 있다는 것도 잊지 마십시오. 문무대왕께서 여러분의 항로를 밝혀 주실 것입니다. 안전항해를 기원합니다!

송영무 전 해군참모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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