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나랏돈 빼먹기’ 근본적 監査개혁해야

  • 입력 2009년 3월 11일 03시 00분


전남 해남군 해남읍사무소에서 복지급여 지급 업무를 담당하는 7급 공무원이 2002년 6월부터 5년 3개월 동안 10억 원 이상을 빼돌린 사실이 감사원 특별감사에서 뒤늦게 밝혀졌다. 그는 기초생활수급대상자가 받아야 할 생계 및 주거급여를 횡령하거나, 가공인물에게 지급하는 수법으로 국민 혈세를 빼먹었다. 이 기간 해남읍에서 나간 복지급여 총액이 120억 원임을 감안하면 지방공무원 한 사람이 상습적으로 착복한 규모가 너무나 크다. 그런데도 쉽게 꼬리가 잡히지 않았다.

감사원과 서울시가 진행 중인 지방자치단체 특감에서 속속 드러나는 ‘나랏돈 빼먹기’ 사례는 이뿐이 아니다. 서울 용산구 기능직 8급 공무원은 2003년 6월부터 2년 5개월 동안 장애인 보조금 지급 대상자 등을 부풀리는 수법으로 1억1773만 원을 빼돌렸다. 충남 아산시 기능직 8급 직원도 지난해 3월 허위 지출명세서를 만들어 시설비 6200만 원을 횡령했다. 서울 양천구 8급 공무원이 2005년 5월부터 3년 넘게 장애인 보조금 액수를 부풀려 26억여 원을 빼먹은 사실은 올 2월에 밝혀졌다. 춘천, 진도에서도 공금횡령사건이 적발됐다. 공직사회의 도덕 불감증과 구멍 뚫린 복지예산 전달체계의 문제점을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용산구 횡령사건은 2005년 11월 적발됐는데도 상사(上司)가 관리책임을 추궁당할까 봐 은폐까지 했다고 한다. 감사원, 행정안전부, 각 시도는 이제라도 복지전달 시스템 등에 대한 전면적 재감사를 통해 감독 사각지대에서 사욕(私慾)을 채워온 일부 공무원의 불법, 탈법 행위를 샅샅이 파헤쳐 처벌해야 한다.

중앙정부나 지자체 자체 감사기구의 매우 낮은 전문성과 독립성을 높이기 위해 공공기관의 감사에 관한 법률 제정도 앞당길 필요가 있다. 부처나 지자체별로 감사관실이 있지만 ‘제 식구 감싸기 식’으로 감사하는 탓에 비리가 은폐, 축소되는 악폐가 심각하다. 감사 담당자들도 기관장의 인사권 앞에는 꼼짝 못한다. 지자체의 경우 지연 학연 등으로 얽힌 지역사회 특성 때문에 자체감사는 더욱 부실하다.

감사원도 노무현 정부 때 ‘시스템감사’니 ‘정책감사’니 하며 기본 책무인 회계감사를 소홀히 한 점을 반성해야 한다. 혈세가 줄줄 새나가 부패한 공무원들의 축재 수단이 되도록 방치하는 정부가 국민을 섬기는 정부일 수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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