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김희균]졸업생 십시일반, 따뜻한 ‘동문 장학금’

  • 입력 2009년 1월 22일 02시 55분


“경제도 어려운데 생면부지의 선배들이 주는 장학금이라니 그 어떤 장학금보다 기분이 좋죠.”

중앙대 불문과 3학년인 전재경(23) 씨는 이번 학기에 특별한 장학금을 받게 됐다. 학교 예산도 아니고, 외부 기관의 후원금도 아니다. 순수한 기부금으로 구성된 ‘송정장학금’이다.

22일 이 장학금을 받게 된 중앙대생 50명은 한결같이 “나도 사회에 나가면 후배들에게 내가 받은 도움을 돌려줄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송정장학금은 이 학교 홍원표(건설환경공학과) 교수가 등록금을 마련하지 못해 힘들어하는 제자들을 보다 못해 2년 전부터 동문과 지인들을 찾아다니며 살뜰히 모은 기금(현재 10억 원)으로 만들어졌다. 학기당 1억 원을 50명에게 나눠준다.

이 장학금엔 선배들의 따뜻한 격려가 스며 있다. 기금의 상당액이 선배 졸업생 400여 명이 낸 소액 기부금이기 때문이다. 다달이 몇만 원씩 꾸준히 보내주는 돈이다.

학교 관계자는 “경기 침체가 본격화된 지난해 말부터 고액 기부는 꽤 줄었지만 소액 기부는 흔들림이 없다”면서 “다들 어렵다는 최근에도 기부를 하겠다고 문의하는 동문들이 적지 않다”고 말했다.

후배들이라고 요즘 상황을 모를 리 없다. 이 때문에 기부에 대한 생각도 달라졌다.

이 장학금으로 마지막 학기를 마칠 수 있게 된 대학원생 강석규(26) 씨는 “올해는 외부 장학금도 확 줄어서 입학하자마자 휴학을 하는 대학원생들도 있다”면서 “선배들도 어려울 텐데 도와주신다니 기부의 소중함에 대한 공감대가 형성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연세대가 지난달 시작한 ‘위기 극복 장학금 캠페인’ 역시 동문들의 따듯한 힘을 보여주고 있다.

교직원과 동문들을 대상으로 10만 원씩의 장학금을 모은 지 한 달 만에 10억 원이 넘게 모였다. 요란하게 알린 것도 아닌데 알음알음으로 미국에서까지 기부금이 답지했다.

김동훈 연세대 대외협력처장은 “2월 말까지 10억 원 정도 모일 거라 예상했는데 성원이 훨씬 뜨겁다”면서 “덕분에 올 한 해 동안 200명이 넘는 학생들이 등록금 걱정 없이 공부할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동문들의 소액 기부가 대학 등록금 문제에 대한 근본적인 해법은 아닐지 모른다. 그러나 그 어떤 지원보다 든든하고 큰 힘이다. 그 뿐만이 아니다.

어려울수록 빛을 발하는 선배들의 정성이 대학가에 기부 문화를 뿌리내리게 하는 원동력이 되고 있다.

김희균 교육생활부 foryou@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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