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BR]“한국 기업인, 한국식 사고하며 행동만 글로벌”

  • 입력 2008년 9월 6일 02시 58분


이스라엘 버먼 대표가 글로벌 마인드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최훈석 기자
이스라엘 버먼 대표가 글로벌 마인드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최훈석 기자
이스라엘 버먼 헤이그룹 亞太총괄대표

“한국 경제의 성장에도 불구하고 한국 기업의 글로벌 마인드는 아직 부족합니다. 특히 다른 나라의 문화나 그 나라 사람들의 생활 습관에 대한 배려가 아쉽습니다.”

컨설팅회사 헤이그룹의 이스라엘 버먼 아시아태평양 총괄 대표가 동아비즈니스리뷰(DBR)와 가진 인터뷰에서 한국 기업에 던진 충고다. 이스라엘 텔아비브대에서 경영학석사(MBA) 학위를 받은 그는 23년간 아시아와 중동 지역의 인수합병(M&A) 전문가로 활동해 왔다.

헤이그룹이 포천지와 공동으로 실시하는 ‘세계에서 존경받는 기업(World's Most Admired Companies)’ 조사에서 올해 한국 기업은 50위 안에 한 곳도 뽑히지 못했다. 버먼 대표는 이를 한국 기업의 부족한 글로벌 마인드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글로벌 마인드는 생각과 행동을 모두 글로벌하게 하는 것을 뜻합니다. 하지만 제가 만나본 많은 한국 기업 관계자들은 한국식 사고를 하면서 행동만 글로벌하게 하려는 경향이 있습니다. 예를 들어 일본 기업과 일할 때는 꼭 도쿄에 가지 않아도 되는데 한국 기업과 일하려면 반드시 서울에 와야 합니다. 타 문화에 대한 이해와 관용 또한 부족합니다. 유대인인 제가 세계를 돌아다니면서 ‘코셔(유대인 율법에 따라 만들어진 음식)를 원하느냐’는 질문을 한 번도 받아본 적이 없는 곳이 바로 한국이었습니다.

한국에는 세계적인 글로벌 기업들이 존재하지만 이 기업의 해외 지사는 주로 한국인 관리자가 운영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한국인만이 거대 조직을 이끌어 간다면 글로벌 기업으로서의 한계는 엄연히 존재할 수밖에 없습니다. 한국인으로서의 DNA를 유지하는 것은 분명 필요하지만 한국의 DNA가 세계 어디에서나 가장 뛰어난 것으로 통할 수는 없다는 사실도 인정해야 합니다.”

다만 버먼 대표는 한국 경제의 샌드위치 위기론에 대해서는 지나친 우려라고 밝혔다. 한국의 인재 경쟁력은 아직 세계 최고 수준이며, 특히 중국은 심각한 빈부격차 때문에 성장의 한계에 직면할 수 있다고 평가했다.

“중국은 아직 한국에 한참 뒤처져 있습니다. 중국 경제의 빠른 성장세와 엄청난 인구가 전 세계에 위협으로 비치고 있지만 심각한 빈부격차와 같은 문제를 극복하지 못한다면 위기를 맞을 것입니다. 브라질 상파울루와 마찬가지로 중국 대도시들도 도시 주위를 슬럼이 겹겹이 둘러싸고 있는 ‘상파울루 신드롬’에 시달리고 있습니다.

일본도 성장의 한계를 보이고 있습니다. 물론 일본에는 도요타라는 혁신적 기업이 세계 최고의 자리를 지키고 있지만 과거 제너럴모터스(GM)의 위용도 현재의 도요타 못지않았습니다. 비즈니스의 세계에는 영원한 승자도 패자도 없습니다. 훌륭한 인재라는 한국의 자산은 여전히 성장 기회를 제공하고 있습니다. 리더십과 매니지먼트 기술의 글로벌화만 더해진다면 샌드위치 위기를 걱정할 이유가 없습니다.”

하정민 기자 dew@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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