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윤상호]“간첩 잡았더니 공안정국 조성이라니”

  • 동아일보
  • 입력 2008년 9월 2일 02시 5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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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이 어떤 시대인데 ‘공안정국 조성’이라니…, 국가안보와 직결된 간첩 사건의 본질을 흐리려는 저의가 궁금합니다.”
탈북위장 여간첩 파문과 군내 간첩용의자가 50여 명에 이른다는 본보 보도 이후 우리 사회 일각에서 매카시즘과 공안정국 조장이라는 비판이 이는 것에 군 보안당국은 한마디로 어이없다는 반응이다. 특히 이번에 검거된 여간첩 원정화의 혐의가 의문스럽다는 일부의 주장에 대해선 씁쓸함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기무사령부의 한 관계자는 “수년간 밀착 감시와 내사를 통해 원정화가 간첩 활동을 한 명백한 증거를 다수 확보해 공개했다”며 “대공 수사요원들이 오랫동안 공들여 이뤄 낸 개가를 폄훼하거나 곡해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밝혔다.
군 정보소식통은 “원정화 사건과 동아일보 보도에 대한 군 안팎의 반응을 통해 우리 사회의 대북 경각심이 얼마나 무뎌졌는지를 확인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이상희 국방부 장관이 지난달 28일 군 수뇌부 긴급대책회의에서 “군 간부 누구라도 북의 포섭 대상”이라고 강조한 것은 해이해진 대공 방첩의식에 경종을 울린 것이다.
실제로 ‘우리 민족끼리’를 지고지순한 가치로 강조했던 좌파 정권 10년 동안 국가안위와 직결된 방첩 기능은 바람 빠진 풍선처럼 쪼그라들었다.
2006년 11월 한나라당 송영선 의원이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김대중 정부가 햇볕정책을 추진한 이후 국가정보원과 기무사, 경찰 등의 대공수사 역량이 과거 정권보다 36∼51% 감소했고, 간첩 검거건수도 3분의 1 수준으로 준 것으로 나타났다.
군 보안당국 관계자는 “‘좌파’ ‘좌익’이라는 용어도 금기시됐던 당시 분위기에서 간첩 용의자 내사나 검거 활동이 제대로 이뤄질 리가 있었겠느냐”고 말했다.
북한은 이런 틈을 타 간첩을 보내 군 기밀을 수집하는 등 대남적화 전략을 결코 포기한 적이 없다.
나라를 지키려는 노력을 매카시즘이라고 호도하는 일부 세력은 이런 현실을 냉정히 직시해야 한다. 우리 사회의 안보불감증과 좌파 진영의 뒤틀린 안보관을 차제에 바로잡을 필요가 있다.
군의 한 관계자는 “과거 간첩사건 발표 때마다 ‘악랄한 음모’ ‘비열한 날조’ 등 원색적인 비난을 퍼붓던 북한이 이번 사건에 대해선 침묵을 지키는 이유가 무엇이겠느냐”고 반문했다.
윤상호 정치부 ysh1005@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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