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야당 대표가 수배자들한테 ‘登院 양해’ 구하다니

  • 입력 2008년 8월 23일 03시 02분


정세균 대표를 비롯한 민주당 지도부가 그제 서울 조계사를 찾아가 불법 시위를 주도한 혐의로 경찰이 수배 중인 ‘광우병대책회의’ 간부들과 일부 시민단체 대표들을 만났다. 정 대표는 이들에게 “국회에 촛불민심을 반영하기 위해서는 밖에만 머물러서는 안 된다는 강한 압력을 받으며 많은 갈등을 했다”고 토로한 뒤 “여러분과 인식을 같이한다. 격려해 주시고 동질감을 가져 주시길 부탁드린다”고 말했다. 마치 수배자들에게 국회 등원(登院)에 대해 보고하고 양해를 구하는 듯한 태도였다.

국회에 출석해 국민의 뜻을 대변하는 일은 국회의원의 기본 책무다. 제1야당 대표가 책무를 방기(放棄)하며 불법 시위에 동조나 하다가 임기 개시 80여 일 만에 겨우 원(院) 구성에 합의했다. 그러고는 불법 폭력시위 주동 혐의자들을 찾아가 국회에 들어간 게 미안한 듯 말하고 있다. 이것이 국민으로부터 대의(代議)정치를 수임한 야당 지도자의 진면목이라면 이 나라 민주주의와 법치주의가 암담하다는 생각이 든다.

수배자들은 석 달 가까이 서울의 도심에서 경찰관을 폭행하고 국가 기물을 파괴하며 언론자유를 위협한 불법 폭력시위의 주동자들이다. 우리 사회가 선진국으로 가자면 법과 질서의 확립이 선결 과제다. 야당 대표가 수배자들을 우군(友軍) 대하듯 하는 모습을 보며 우리는 할 말을 잃는다.

조계사에서 한 달 넘게 농성 중인 대책회의 간부 8명은 일부 인터넷 매체와 수시로 인터뷰를 하고 포털사이트 ‘다음’에 블로그까지 만들어 놓고 법을 조롱하고 있다. 야당 대표와 국회의원들은 이런 사람들을 찾아가 “인식을 같이한다”고 했다. 정 대표는 지난달에도 보수 성향의 신문에 광고를 내는 기업들을 상습적으로 협박한 ‘다음’의 ‘아고라’ 회원 20여 명을 만나 “여러분을 보니 정말 눈물이 나려고 한다”며 공감을 표시한 적이 있다. 정 대표가 소수 극렬세력에 거듭 맞장구를 쳐주는 것을 목도하면서, 과연 민주당을 수권(受權) 정당으로 키울 생각이 있는 것인지 의문이 든다.

수배자들도 대한불교 조계종을 대표하는 수행(修行)도량을 더는 어지럽히지 말고, 수도자의 공간에서 퇴거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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