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신치영]LG전자가 성공한 ‘프리미엄 브랜드 전략’

  • 입력 2008년 8월 4일 03시 02분


지난달 31일 저녁 미국 뉴욕 맨해튼 중심가에 자리 잡은 ‘모건 라이브러리 앤드 뮤지엄’.

미켈란젤로와 피카소의 그림, 초기 성경 인쇄본 등이 전시돼 관광 명소로 꼽히는 이곳에서 뜻 깊은 행사가 열렸다.

LG전자가 미국 언론매체를 대상으로 올해 하반기에 나올 신제품을 공개하고 브랜드 전략을 발표하는 행사였다. ‘기술과 예술의 만남’이라는 행사 주제를 부각하기 위해 뉴욕의 대표적인 박물관 중 한 곳을 대관한 것.

이날 행사에는 기자 200여 명이 참석해 LG전자 제품들을 꼼꼼히 살피고 시연해보는 등 큰 관심을 보였다. 한국 기업으로는 드물게 세계 경제의 심장부라는 맨해튼 한복판에서 대규모 마케팅 행사를 개최하는 것을 보고 기자도 묘한 쾌감을 느꼈다.

안명규 LG전자 북미지역총괄 사장은 이 같은 언론의 관심에 만족해하며 그동안 LG전자가 미국시장에서 펼친 ‘프리미엄 브랜드 전략’이 효과를 보는 것 같다고 자평했다.

LG전자는 미국시장에서 고가 브랜드로 자리 잡기 위해 최근 2, 3년간 일본 기업들도 하지 않는 일을 해왔다. 싸구려 제품이라는 인식을 주지 않기 위해 월마트, K마트, 베스트바이 등 중저가 매장에는 납품하지 않았다.

작년부터는 20개 대도시에서 경쟁업체들과는 달리 출장 애프터서비스를 아웃소싱하지 않고 전담기술자를 두고 처리했다. 애프터서비스를 신청하면 기술자가 오는 데 보통 10일 정도가 걸리지만 이를 5일 정도로 줄인 것이다. 내년엔 인력을 늘려 2, 3일로 줄일 계획이다.

또 경쟁업체들이 인도, 동남아시아 등지에 콜센터를 두는 데 비해 미국에서 가깝고 시차가 적은 파나마에 콜센터를 두어 고객 불만을 처리하는 데 걸리는 시간을 줄였다.

안 사장은 “당장 매출을 늘리기보다 오랫동안 소비자들로부터 선택받는 브랜드를 만들자는 생각이었다”고 말했다. 이 같은 노력 덕분인지 올해 상반기 LG전자의 매출은 20%나 늘었다.

한국은 경제규모에 비해 국제시장에서 브랜드 가치를 제대로 인정받지 못하는 고질적인 문제를 안고 있다. 한국의 브랜드 가치는 국내총생산(GDP) 대비 29%에 불과해 일본(224%), 미국(143%)보다 턱없이 낮다는 조사 결과도 있다.

해외에서 많은 한국 기업이 고급 브랜드로 인식된다면 한국의 국가브랜드 가치 제고로 연결될 것이다. LG전자의 미국 내 프리미엄 브랜드 전략이 성공하기를 기대하는 마음도 바로 이 때문이다.

신치영 뉴욕 특파원 higgled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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