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時流에 휘둘리지 않고 相生에 땀 흘리는 勞使

  • 입력 2008년 6월 3일 23시 22분


고(高)유가와 원자재 가격 급등, 세계 경제 침체로 기업 환경이 악화되는 상황에서 임금협상 및 단체협상을 분규 없이 타결짓는 노조가 늘어나고 있다. 어려움을 겪는 회사를 생각해 노조가 무리한 투쟁을 삼가는 것이야말로 노(勞)와 사(使)가 함께 사는 상생의 길이다.

2004년 64일간 파업을 했던 코오롱 구미 공장 노조는 최근 자진해서 올해 임금을 동결했다. 임금 인상을 요구하기엔 회사 사정이 어렵다는 사실을 잘 아는 노조 집행부가 “참은 김에 몇 년 더 참아보자”고 조합원을 설득해 97.5%의 찬성률로 임금 동결안을 통과시켰다. LS산전 장항공장 노조는 지난달 27일 임단협 첫 교섭에서 협상을 회사 측에 위임해 사측 대표를 놀라게 했다. ‘회사가 잘돼야 조합원들도 이익’이라는 공감대를 형성한 결과였다.

서울 대구에 이어 대전 시내버스 노사도 지난달 30일 올해 임금을 시급 기준 2% 인상하기로 합의하고 무(無)파업 공동선언문을 만들었다. 금호석유화학 대우조선해양건설 동국제강그룹 노조도 임금협상을 사측에 맡겼고, LG전자는 올해 임금을 동결했다. 하이닉스반도체는 21년 연속 무분규 타결 기록을 세웠다.

국내 노사분규는 2002년 322건에서 작년 212건으로 감소 추세다. 근로손실일수(파업일수×파업참여 근로자수)도 2002년 158만 일에서 작년 63만 일로 역시 줄었다.

이와는 달리 투쟁 일변도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노동운동 조직도 여전히 남아 있다. 민주노총은 “16일경 총파업이나 총력투쟁에 돌입하는 방안을 논의 중”이라고 어제 밝혔다. 이석행 위원장은 “민심과 역행하는 정책을 바꾸고 정부의 무능을 규탄하기 위해 총파업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정부가 무능하다면 자기네라도 유능하게 일을 해야지 왜 파업을 하나. 그가 언급한 쇠고기 협상과 공교육 자율화가 노동운동과 무슨 관련이 있나.

정치투쟁을 위해 물류를 막고 공장을 세운다면 결국 그 회사 근로자에게 손해가 돌아간다. 기업이 어려운 환경을 이겨내지 못하고 쓰러지면 근로자는 어디서 일을 하고 임금을 받을 것인가. 사용자를 투쟁의 대상으로만 바라보는 낡은 노동운동은 이제 접자.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