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미국이 ‘30개월 이상 쇠고기’ 양보해야

  • 입력 2008년 6월 3일 23시 22분


정부가 쇠고기 사태를 해결하기 위해 미국에 생후 30개월 이상 쇠고기의 수출 중단을 요청하고 고시의 관보 게재와 검역도 유보했다. 정부는 미국 수출업자들이 자율규제 방식으로 30개월이 넘는 쇠고기를 수출하지 않도록 요구하고, 수입위생조건에 대해 사실상 재협상에 해당하는 추가 협의를 추진한다는 것이다. 민심 수습을 위한 고육책이지만 미국이 선뜻 받아들일지는 불확실하다.

미국이 출범 100일 만에 정치 위기에 직면한 현 정부의 요구를 받아들이더라도 한국은 협상력 약화를 비롯해 적지 않은 대가를 부담해야 한다. ‘외교적으로 불이익을 당해도 재협상해야 한다’는 야당과 시민은 한국이 대미관계와 국제협상에서 처할 어려움에 대해서도 생각해봐야 할 것이다. 그렇지 않아도 자동차 부문 재협상론이 나오는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에 대해 미 의회에서 재협상 요구가 거세질 것이다. 주한미군 관련 각종 협상에서도 ‘못 믿을 나라’ 신세가 될 수 있다.

알렉산더 버시바우 주한 미 대사는 어제 “재협상할 필요성을 못 느낀다”면서 실망감을 나타냈다. 그러나 미국 정부가 양보를 하지 않으면 풀기 어려울 정도로 사태가 악화일로로 치닫고 있다. 자칫하면 ‘30개월 미만 쇠고기’에까지 영향을 미칠 수도 있는 국면이다. 미국은 전체 수출량의 5% 정도에 불과한 30개월 이상 쇠고기를 지키려다 나머지 95%도 잃을 수 있음을 알아야 한다.

이명박 대통령과 조지 W 부시 대통령은 지난달 19일 첫 정상회담에서 한미관계를 전략적 동맹관계로 격상하기로 합의했다. 미국은 공동 이익의 확대를 모색하기로 한 동맹국이 처한 현실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할 필요가 있다. 미국 쇠고기 수입 결정으로 촉발된 한국민의 불만은 6년 전 미군 장갑차에 치여 숨진 효순 미선 양 사건처럼 반미감정을 확산시키고 있다.

미국은 국제수역사무국(OIE)의 새 규정에 따라 ‘30개월 이상 쇠고기’ 수출을 한국에 처음 적용함으로써 우리 정부에 너무 큰 부담을 주었다. 한국 정부는 한미동맹을 고려해 일본 대만과의 협상에 앞서 쇠고기 문제를 매듭지으려다 곤경에 빠졌다. 미국이 한국의 쇠고기 사태를 정확하게 이해하고 해결을 위해 협조하는 것이 양국 모두에 도움이 된다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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