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BR]‘기업가 정신’의 대가 아툴 네르카 교수

  • 입력 2008년 5월 10일 02시 58분


동아일보는 서울대 경영전문대학원(MBA스쿨)과 함께 3월부터 세계 최고의 경영 석학 21명과 릴레이 인터뷰 및 대담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이번에는 기업가 정신 및 혁신 분야의 최고 권위자인 아툴 네르카 노스캐롤라이나대(UNC-채플힐) 교수를 만났습니다. 서울대는 글로벌 MBA 과정을 육성하기 위해 경영학 분야별로 최고의 연구 성과를 낸 외국인 교수 21명을 7월 초까지 순차적으로 초청합니다. 동아일보는 인터뷰나 대담을 통해 서울대에서 강의하는 석학들의 첨단 경영기법과 이론, 통찰 등을 소개합니다. 또 동아일보가 발행하는 한국 최초의 고품격 경영매거진 동아비즈니스리뷰(DBR)를 통해 석학들의 서울대 강연 내용을 요약해서 전해 드립니다. 서울대 MBA스쿨 및 동아일보와 함께 천재 경영이론가들이 펼치는 지식의 향연을 즐기시기 바랍니다.

“삼성-LG 입사에 매달리는 시간에

직접 삼성-LG를 만들 생각을 하라”

《“학생들에게 항상 말합니다. 왜 삼성, LG에 입사하는 것에만 매달리느냐고요. 그 시간에 직접 삼성, LG를 만들 생각을 하라고 강조합니다.

미국에서도 구글에 들어가지 말고 제2의 구글을 만들라고 귀가 아프게 얘기해요.

대기업 임원이 되겠다는 목표로 경영대학원에 다녀서는 안 되죠.”

불굴의 도전 정신, 위험을 기꺼이 감수하는 패기, 어려움에 굴하지 않는 자부심과 당당함…. 기업가 정신(entrepreneurship)을 떠올릴 때 흔히 등장하는 단어들이다.

기업가 정신 분야의 세계적 석학인 네르카 교수의 첫 마디 역시 남달랐다.

펜실베이니아대 와튼스쿨에서 전략 경영으로 박사 학위를 받은 네르카 교수는 기업가 정신, 혁신, 조직행동 분야의 권위자로 지난해에 이어 2년 연속 서울대 MBA에서 강의하기 위해 내한했다. 》

○ 초기 투자 자금을 적게 가져가라

기업가 정신의 진정한 의미와 중요성에 관한 질문부터 던졌다. 네르카 교수는 기업가에는 스타트업(start-up)이라 칭하는 개인 기업가(individual entrepreneur)와 사내 벤처 형태의 기업 내 기업가(corporate entrepreneur) 두 종류가 있다고 구분했다. 미국에서는 이 둘이 잘 조화를 이루고 있지만 한국과 일본에서는 개인 기업가가 많이 부족해 경제 전체의 역동성을 떨어뜨리고 있다고 평가했다.

“많이들 오해하는데 진정한 기업가는 위험을 떠안는(risk taking) 사람이 아니라 위험을 관리(risk managing)하는 사람입니다. 둘은 매우 달라요. 전자는 도박자지만 후자는 자기가 하는 어떤 일도 실패할 수 있다는 것을 알고 그에 대한 대비책(back-up plan)을 세우는 사람입니다. 위험 관리의 본질은 불확실성에 대한 대비입니다.”

불확실성에 대비하기 위해서는 초기 투자 자금을 적게 가져가야 한다고 네르카 교수는 조언했다. 환율이나 기후 변화 등 기업이 맞닥뜨리는 대부분의 불확실성은 예측 불가능하기 때문에 돈을 조금만 투자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100달러를 투자하려는 어떤 기업이 100개의 사내 벤처에 1달러씩을 나눠준다고 가정해봅시다. 100개 중 99개는 실패할 확률이 높지만 단 한 개만이 살아남아 구글과 같은 기업이 될 수 있어요. 이것이 바로 성공적인 사내 벤처 캐피털의 모델이죠. 투자 금액이 회사 재정 상황에 큰 무리를 줄 정도가 아니면 100개 기업이 모두 실패해도 아무런 상관이 없습니다. 하나라도 성공하면 물론 대박이고요. 사내 벤처의 가장 큰 성공 요건은 실패해도 이를 꾸짖지 않아야 한다는 겁니다. 투자 금액이 많으면 실패했을 때 이를 추궁하게 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하지만 적은 돈을 투자하면 실패했을 때 야단칠 이유가 없습니다. 대부분의 기업은 사내 벤처를 설립할 때 투자 금액은 얼마나 필요한지, 성공 확률은 얼마나 되는지, 회사의 현금 흐름이 어떻게 바뀔지에만 지나치게 신경 쓰는 경향이 있습니다. 사내 벤처 모델을 가진 기업이 많으면서도 성공 확률이 낮은 것은 이 때문입니다. 금액은 적게 투자하되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 개발과 사업 아이템으로 회사를 완전히 흔드는 수준의 변화를 이끌어내야 합니다. 시스템에 의해 움직이는 회사보다는 작고, 빠르고, 민첩하고, 관료주의가 없는 회사를 만드십시오.”

○ 한국, 정보기술(IT) 말고 다른 분야에서 기업가 정신 발휘해야

기업가 정신의 발현과 관련해 한국 기업에 해주고 싶은 조언이 무엇인지 묻자 네르카 교수는 IT 이외의 분야에서 창의성을 적극 발휘하라고 답했다.

“기업가 정신은 IT 기업에만 중요한 것이 아닙니다. 생활의 모든 부분에서 발현될 수 있어요. 피자헛, 맥도널드, 스타벅스도 모두 한때는 조그만 벤처 기업이었습니다. 한국 음식을 굉장히 좋아하는데 우수한 한국 음식을 소재로 한 프랜차이즈 기업이 없다는 점에서 큰 아쉬움을 느낍니다. 뉴욕에서 보는 피자헛, 맥도널드, 스타벅스를 서울 거리에서 똑같이 볼 수 있지만 왜 뉴욕에서는 한국 음식 프랜차이즈를 볼 수 없을까요? 건강에 좋고 휴대도 간편한 비빔밥은 세계무대에서도 상당한 경쟁력을 가질 수 있습니다. 필리핀은 음식으로 유명한 나라가 아니지만 필리핀 패스트푸드 기업 ‘졸리비’는 미국과 중동 등에 성공적으로 진출했습니다. 이런 기업을 연구할 필요가 있습니다.”

그는 한국 경제의 샌드위치 위기와 관련해서도 색다른 답변을 내놨다.

“중국과 일본 사이에 끼어 있다는 사실만을 고민하지 말고 중국의 투자를 적극 유치해 보세요. 중국은 넘쳐나는 현금 때문에 고민하고 있고, 최근 글로벌 기업을 잇달아 인수하고 있습니다. 한국이 그 넘쳐나는 자금의 수혜자가 돼야죠.”

네르카 교수는 한국 기업과 정부 모두 창의적 아이디어에 관한 적극적인 장려책을 내놓아야 한다고 권고했다.

“제품 측면에서는 이미 삼성, 현대 등 많은 한국 기업이 충분한 기업가 정신을 발현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신선한 아이디어를 도출하거나 이를 보상하는 면에서는 아직 미흡한 것 같아요. 기업들은 자사 근로자들이 아이디어를 내면 반드시 그에 합당한 보상을 해줘야 합니다. 벤처 설립 시 세제 혜택과 같은 정부의 인센티브도 지금보다 늘어나야 합니다. 미국의 경우 벤처기업 중 정부에서 종자돈을 얻는 경우가 많습니다.”

세계 최고 경영전문지 하버드비즈니스리뷰(HBR)는 3월호에 실린 ‘창업자의 딜레마(The founder's dilemma)’라는 글에서 창업자는 돈과 권력 중 하나만 확실히 선택해야 한다고 밝힌 바 있다. 이에 관한 의견을 묻자 동의한다고 밝혔다. 그는 “훌륭한 기업가 정신을 가진 사람이라 해도 기업의 덩치를 키운 후에도 운영을 잘한다고는 장담할 수 없다”며 “기업가 정신을 가진 사람들이 흔히 겪는 어려움은 기업을 성공적으로 정착시킨 후 자신의 권력을 어떻게 사용해야 할지를 잘 모른다는 점”이라고 평가했다.

교수로서 기업가 정신을 가르치는 것 말고 직접 창업해 볼 생각이 없느냐는 질문에 네르카 교수는 “나에게는 가르치고, 공부하고, 연구하는 것이 기업가 정신을 가장 잘 발휘할 수 있는 분야”라고 말했다.

아툴 네르카 교수는…

아툴 네르카(Atul Nerkar) 교수는 인도 뭄바이대에서 생산공학을 전공했다. 펜실베이니아대 와튼스쿨에서 경영과학으로 석사 학위를, 전략 경영으로 박사 학위를 받았다. 컬럼비아대 와튼스쿨을 거쳐 2005년부터 노스캐롤라이나대(UNC-채플힐) 교수로 재직하고 있다. 기업가 정신, 혁신, 지적재산권, 조직행동 및 전략 등이 주 연구 분야다

하정민 기자 dew@donga.com

국내 최초의 고품격 경영매거진 ‘동아비즈니스리뷰(DBR)’ 7호(4월 15일자)의 주요 기사를 소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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