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北의 핵 확산 덮고 넘어가선 안 돼

  • 입력 2008년 4월 25일 22시 54분


미국이 북한의 핵 확산 의혹을 ‘실체가 있는 진실’로 규정해 북핵 문제가 새로운 국면으로 접어들었다. 미 백악관은 그제 “북한이 시리아의 비밀스러운 핵 활동에 협력한 것으로 확신한다”고 발표했다. 그 증거로 북한의 핵 전문가가 시리아 핵 전문가와 함께 있는 사진과 지난해 9월 이스라엘의 공습으로 파괴된 시리아 원자로가 북한 영변 원자로의 판박이임을 입증하는 자료까지 공개했다. 북한이 핵무기 개발에 그치지 않고 세계의 화약고인 중동에까지 핵 확산을 시도했다고 의심하기에 충분한 정보들이다.

백악관은 6자회담 틀 속에서 이 문제를 다루겠다고 했지만 그렇게 여유를 부릴 사안이 아니다. 북한은 지난해 10·3 합의에서 ‘핵 물질, 기술 및 노하우를 이전하지 않는다’고 약속했다. 이스라엘의 공습이 없었다면 북-시리아 협력은 계속됐을 것이다. 미국은 북한에 약속 위반을 추궁하고 해명을 요구해야 옳다. 6자회담에서 검증 메커니즘을 구축하는 것은 그 다음의 일이다.

미 행정부가 이처럼 중대한 정보를 뒤늦게 의회에 공개한 배경도 석연치 않다. 일각에선 북한의 핵 활동에 관한 의혹을 모두 해소하기 위한 정면 돌파 전략으로 보기도 한다. 반면에 핵 확산 의혹을 북한의 간접시인 방식으로 처리한 싱가포르 합의에 대한 강경파의 불신을 잠재우기 위해서라는 분석도 있다. 미 정부의 의도가 무엇이든 덮고 갈 수는 없다.

북한부터 부인하기 힘든 정보들이 공개된 만큼 시리아와의 핵 협력 전모를 밝히고 재발 방지를 약속해야 한다. 북한이 다른 나라의 핵 개발까지 지원했다면 자체 보유한 핵무기를 폐기할 것이라고 믿기도 어렵게 됐다. 북한이 침묵하면 신뢰만 잃는다.

정부도 사안의 심각성을 알아야 한다. 백악관 발표에 대해 정부 고위 당국자는 “차를 몰고 가다 돌부리에 걸렸다고 차가 전복될 일은 아니다”라고 했다는데 안이한 상황인식이다. 이번 일이 북-미 간에 진행 중인 북핵 프로그램 신고 논의에 영향을 주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나온 말이겠지만 그럴수록 면밀히 대처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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