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남경희]학부모 상담 늘려 교사폭행 막자

  • 입력 2008년 4월 14일 02시 59분


학부모 및 학생에게서 교사가 폭행이나 협박을 당하는 사례가 급증해 교권이 크게 흔들리고 있다.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에서 8일 발표한 ‘학생·학부모에 의한 교사 폭행이나 협박 사례 접수 현황’에 따르면 이 같은 폭행 협박 사례는 2007년에 총 168건으로 2002년의 78건에 비해 배 이상이 늘었다.

교사의 폭행·협박 사례는 자녀가 학교에서 친구와 다퉜을 때, 교사에게 꾸지람을 들었을 때나 자녀가 불이익을 당했다고 생각했을 때, 성적이나 학급 임원 등과 관련해 불만이 있을 때에 자녀의 말만 믿어 발생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학부모의 비상식적인 행동이나 무리한 요구로 교사가 정신적 충격을 입어 휴직을 하거나 사망하는 경우도 생긴다는 점에서 결코 가볍게 보아 넘길 통계가 아니다.

2007년도 일본 교육계의 유행어인 ‘몬스터(monster) 부모’나 ‘헬리콥터 부모’라는 말은 이런 폭행·협박이 우리만의 문제가 아니라는 점을 보여준다. 몬스터 부모는 자녀와 학교에 관한 이해 부족으로 담임교사나 학교에 무리한 요구를 하는 부모를, 헬리콥터 부모는 자녀의 주변을 늘 맴돌면서 지나칠 정도로 과보호를 하는 부모를 말한다.

몬스터 부모가 늘어나는 원인으로 자녀의 과보호나 학교와의 커뮤니케이션 부족 등이 지적된다. 자녀가 많고 생활이 어려웠던 과거에는 크게 문제가 되지 않았다. 하지만 자녀가 적고 학부모의 학력이 높아지면서 학교와 자녀에 대한 기대나 요구가 높아지는 반면 교사의 권위는 점차 추락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교사 폭행에 대한 대책으로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첫째, 학교에 대한 불신의 벽을 헐고 신뢰를 높여가는 일이다. 학교가 학부모의 기대와 요구를 일종의 간섭이라고 인식하면 문제는 원만히 해결될 수 없다. 학교가 가정과 지역사회에 더 개방적인 자세로 학력, 생활, 적성 등 학생의 활동 전반에 걸쳐 정보를 수시로 제공하고 상담에 적극 나설 때 가능하다.

둘째, 학교 역할을 슬림화하는 것이다. 학교에 대한 지나치게 높은 기대는 오히려 학교가 그 역할을 제대로 해낼 수 없게 만든다. 가정과 지역사회는 학교가 학생들의 학습지도에 전념할 수 있도록 협력해야 하지만 유감스럽게도 현실은 거꾸로 가고 있다.

특히 학교와 가정이 쌍방향의 관계에서 상호 신뢰를 높여가기 위해서는 두 가지 점에 유의해야 한다. 하나는, 아동의 사회성을 육성하는 문제이고 또 하나는, 학교 운영에 대한 학부모의 협력 문제이다. 아동의 기본 생활습관 형성은 가정이, 집단 생활습관인 사회성의 형성은 학교가 책임지는 것을 기본으로 역할 분담을 해야 한다. 또 학교 운영에 학부모가 적극 참가할 수 있도록 제도를 정비해야 한다.

1980년대 후반 이후 자폐적·권위적 학교교육에 대한 적신호가 울리는데도 교육당국과 학교가 시대의 변화를 제대로 읽지 못해 교육의 혼란을 불러왔다. 학교가 학생을 여전히 강압과 규제의 대상으로 생각하고, 학부모나 지역사회와의 소통을 소홀히 하면 학교와 교사에 대한 폭행·협박의 문제는 해결되기 어렵다.

교사에 대한 폭행·협박 사례는 근본적으로는 학부모의 잘못된 교육관과 교권의 추락 때문이지만 교육 권력의 자성도 필요하다. 가정과 지역과 학교가 일방통행이 아니라 쌍방 통행으로 교류와 협력을 할 때 교권이 확립되고 교육도 정상화될 수 있다.

남경희 서울교대 교수·사회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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