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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8년 4월 2일 03시 0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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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실 화해를 위한 과거사정리위원회(진실화해위)’가 1980년 11월 신군부가 주도한 ‘동아방송 강제 통폐합 사건’에 대해 진상 규명에 들어갔다. 이는 진실화해위가 지난해 11월 직권조사에 착수한 ‘80년 언론 통폐합 사건’의 일환이다. 당시 신군부는 동아방송을 비롯해 44개 언론사 강제 통폐합을 주도했다. 진실화해위는 지난달 동아일보사에 공문을 보내 동아방송 통폐합과 관련해 ‘80년 상황’에 대한 질의서를 보냈다.》
진실화해위는 공문에서 동아방송이 KBS에 흡수된 경위와 통폐합 당시 국가기관의 구체적 강압 행위, 동아방송 등록 취소 및 재산 매각 당시 주주총회의 의결이 있었는지 여부, 동아방송의 통폐합으로 인한 동아일보사의 피해 규모 등을 물었다. 동아일보사는 이에 대한 답변을 15일경 제출할 예정이다.
동아방송은 1963년 4월 25일 개국했으며 언론 통폐합 조치로 1980년 11월 30일 마지막 방송을 내보낸 뒤 KBS에 흡수됐다.
○동아방송이 어떻게 통폐합됐나
1980년 11월 12일 국군보안사령부는 당시 김상만 동아일보 회장과 이동욱 사장을 서울 용산구 서빙고동 사령부 지하실로 소환해 동아방송 포기 각서를 강요했다.
김 회장은 동아방송 포기는 “혼자 결정할 사안이 아니다”며 거부했다. 비상계엄하에 국회가 해산되고 정관계 및 언론계 인사들이 체포되는 초법적 상황에서 동아방송은 물론 동아일보의 통폐합설까지 나오던 상황이었다. 보안사 요원들은 동양방송 등 다른 방송사들도 이미 각서를 썼다며 각서를 거부하면 나갈 수 없다고 하는 등 강압과 회유를 거듭했다.
김상만 회장과 이동욱 사장은 두 시간여 동안 각서 작성을 불응했으나 각서를 작성하지 않으면 동아일보사에 어떠한 위해가 닥칠지도 모른다는 강박감에 휩싸여 ‘동아방송 허가와 관련한 일체의 권한과 기자재를 포기하고 이를 KBS에 양도한다’는 각서에 서명할 수밖에 없었다. 당시 강압이 있었다는 사실은 이후 동아방송 양도 무효 확인 청구소송 과정에서 법원도 인정했다.
동아방송은 결국 모든 권리와 재산을 KBS에 41억여 원에 넘겨주었으며 사원 239명이 KBS로 옮겼다. 이 매각은 동아일보사의 주주총회 결정을 거치지 않았다. 동아방송의 주파수 792kHz는 ‘KBS 라디오서울’로 넘겨졌다가 1991년 서울방송(SBS)이 개국하면서 SBS AM 라디오로 변경됐다.
하형주 진실화해위 조사관은 “당시 전체 64개 언론사 가운데 44개사가 통폐합 대상이었다”며 “보안사 문서 등 관련 자료를 검토하고 구체적 증거를 찾는 데 시간이 필요하기 때문에 연말쯤 돼야 결과를 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동아방송을 되찾기 위한 노력
1990년 11월 동아일보사는 대한민국 정부와 KBS를 상대로 동아방송 양도 무효 확인 청구소송을 서울지방법원 남부지원에 내고 “억압적인 사회 분위기 아래 정부의 강박에 의해서 작성된 양도 각서는 무효이며 취소돼야 마땅하다”고 밝혔다.
1심 재판부는 포기각서 작성 당시 강박이 있었음은 인정하면서도 비상계엄이 해제돼 헌정질서가 회복된 1981년 이후 동아일보사가 강박 상태에서 벗어났고 이로부터 3년 이내 소송을 제기하지 않았기 때문에 시효가 끝났다고 판단했다.
그러나 동아방송 건과 유사한 다른 소송 1심에선 언론 통폐합을 주도한 세력이 정권을 잡고 있는 상황에서 소송을 제기할 수 없었던 현실을 감안할 때 소송 제기 시효는 1987년 언론청문회나 6공의 출범 이후부터 계산해야 한다는 판단이 나왔다. 이후 동아일보의 고등법원 항소(1994년 8월)와 대법원 상고(1998년 8월)도 기각됐다.
동아일보사 변호인단은 대법원 상고에서 언론사의 운영은 표현의 자유를 구체적으로 실천한 것이므로 언론 통폐합과 그 과정에서 이루어진 강박행위는 헌법상 권리를 침해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 1997년 4월 17일 내려진 12·12 및 5·18사건에 대한 대법원 판결에 따르면 신군부의 내란 행위를 헌정질서 파괴행위로 규정했기 때문에 그 행위의 일부인 언론 통폐합 조치는 민법 법리를 따질 필요도 없이 무효라는 논거도 제시했다.
하지만 대법원은 이를 ‘독자적 견해’라는 이유로 채택하지 않았다. 동아일보측 변호인단은 “대법원 판결이 독자적 견해라는 지적만 했을 뿐 무엇이 잘못됐는지, 왜 배척돼야 하는지에 대해 전혀 설명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동아일보사는 2001년 2월 헌법재판소에 헌법소원 심판도 청구했으나 헌재는 2003년 3월 대부분의 청구를 각하하며 합헌 결정을 내렸다.
하지만 당시 윤영철 권성 재판관은 “군부세력이 공권력의 위력으로 개인을 강압해 방송국을 폐업시킨 것은 명백한 언론 자유 침해로 ‘언론 통폐합’ 자체에 대해 위헌 결정을 내려야 한다”는 소수 의견을 냈다.
진실화해위는 이번 조사 과정에서 통폐합으로 인한 재산상 피해 조사를 강화하며 법원 판결의 근거가 된 양도 행위 취소권의 3년 시효를 연장 적용할 수 있는지에 대해서도 검토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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