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서울대 ‘폴리페서 제동’ 박수 받을 일이다

  • 입력 2008년 4월 2일 03시 03분


서울대 사범대 인사위원회는 이번 총선에서 한나라당 지역구 후보로 출마한 체육교육과 김연수 교수에게 권고사직을 결의했다. 선거 때마다 등장하는 이른바 ‘폴리페서’(대학과 정치권을 오가는 교수)들에게 정치와 대학 중 한쪽을 택할 것을 요구하는 자성적(自省的) 선언으로 의미가 있다. 이와 별도로 서울대 일부 교수들은 선거 출마와 관련한 윤리규정을 만들자고 학교 측에 제안하고 나섰다.

김 교수는 새 학기를 맞아 학생들의 수강신청을 받으며 공천을 기다리다가 지난달 20일에야 휴직계를 제출했다. 공천에 떨어지거나 낙선하면 다시 대학에 돌아오려는 ‘양다리 작전’이다. 학교 측은 그가 맡은 수업을 다른 강사로 급히 대체했지만 학생들의 수업권은 철저히 무시당했다.

이번 총선에 교수 신분을 유지하면서 지역구 후보로 나선 사람은 한나라당에 11명, 통합민주당에 5명이다. 몇몇 후보는 부끄러움을 모르는 처신으로 빈축을 사고 있다. 한 후보는 학기 초에 수업을 계속하다 총선을 10여일 앞둔 지난달 26일 다른 강사를 내세웠다. 만약 낙선하면 다시 대학에 돌아와 하던 강의를 계속할 계획이라니 강심장이 놀랍다.

통합민주당 김효석 원내대표는 중앙대 교수를 9년째 휴직 중이다. 탐라대 교수로 있다가 2004년 국회의원에 당선된 민주당 김재윤 의원은 휴직 중이던 2005년 소속 학과가 폐지됐지만 올해 2월에야 사표를 제출했다. 중앙대 교수로 재직하다 15, 16, 17대 총선에 연속 낙선하면서 10년 넘게 휴직과 출마를 반복해온 김왕석 씨는 학생들의 퇴진 요구에 2005년 마지못해 사직서를 썼다.

다른 대학들도 서울대처럼 폴리페서들에게 확실한 선을 그어주어야 한다. 교육공무원인 교수가 현직을 유지한 채 출마하는 것은 선거일 두 달 전에 사퇴해야 하는 다른 공무원과 형평에도 맞지 않는다. 교수직을 그만둔 뒤 선거에 출마하는 관행이 확립돼야 한다. 정치판을 기웃거리는 교수들이 늘어나면 가뜩이나 취약한 대학 경쟁력이 더 떨어질 판이다. 피해는 국가 전체에 돌아간다. 폴리페서들은 지식인답게 처신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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