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10년만의 정권교체, 그리고 권력투쟁

  • 입력 2008년 3월 24일 21시 59분


한나라당 공천 갈등이 친이명박-친박근혜 세력 간의 대결 차원을 넘어 권력투쟁 양상으로 치닫고 있다. 4·9 총선 후보등록을 앞두고 친이(親李) 세력 내에서조차 계파별로 물고 물리는 이전투구가 이어지고 있다. 어차피 정권교체에 성공했으니 가깝게는 7월 전당대회, 멀게는 차기 대권을 겨냥해 당권부터 잡겠다는 것인가. 한심하기 짝이 없다.

총선에서 한나라당이 과반의석을 얻지 못하면 이명박 정부의 성공은 장담하기 어렵다. 안정적으로 국정을 끌고 갈 동력을 잃게 되는데 경제 살리기인들 제대로 추진될 수 있겠는가. 그렇게 되면 정권 재창출도 힘들어진다. 그런 마당에 당권 대권이 무슨 소용이 있나.

대선에서 국민이 이명박 후보를 대통령으로 뽑은 것은 이 대통령과 한나라당이 정권을 맡아 경제를 살리고 국민 통합을 이뤄 달라는 염원 때문이었다. 한나라당이 한시도 잊지 말아야 할 대의(大義)이다. 그런데도 이를 망각한 채 오직 소리(小利)만을 좇아 몰려다니는 모습들이다. 대의를 이루려면 소리를 버리는 자기희생이 필요한데 모두가 제 허물은 보지 못한 채 상대방에게 삿대질만 해대고 있는 꼴이다.

이번 공천 파문은 한나라당을 ‘이명박당’으로 바꾸려는 과정에서 이상득 국회부의장, 이재오 의원, 이방호 사무총장이 각기 제 사람을 심었다는 인식에서 비롯됐다. 그렇다면 논란의 중심에 선 사람들이 책임지는 게 마땅한데도 이 총장은 아무 말이 없고 이 부의장과 이 의원은 출마 의사를 굽히지 않고 있다. 당이야 어떻게 되든 내 이익만 챙기면 된다는 식이다. 그래서는 국민이 그들과 한나라당을 표로써 심판할 뿐이다.

박근혜 전 대표도 대승적인 자세를 보여야 한다. 강재섭 대표가 책임을 지고 불출마 선언을 한 이상 이제는 한 계파의 지도자를 넘어 당의 리더로서 각오를 새롭게 해야 한다. 총선 승리에 일조를 마다하지 않아야 한다. 자신은 당에 남아있으면서 밖으로 뛰쳐나간 친박연대 사람들을 지원하고 그들이 살아 돌아오기만을 바라는 자세로는 당권 대권을 향한 꿈도 헛꿈이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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