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프랑스의 1차대전 참전 노병 國葬을 보며

  • 입력 2008년 3월 19일 23시 01분


프랑스는 17일 제1차 세계대전 참전용사 중 최후의 생존자였던 라자르 폰티첼리(110)의 국장(國葬)을 TV로 생중계하며 엄숙히 거행했다. 나폴레옹 황제가 묻힌 파리 앵발리드에서 진행된 장례식에는 니콜라 사르코지 대통령과 자크 시라크 전 대통령을 비롯한 전현직 정부 및 군(軍) 수뇌부가 대거 참석했다. 공공건물엔 조기(弔旗)가 걸렸고 공무원들은 1분간 묵념을 올렸다. 프랑스는 사병(士兵) 출신 노병에게 최대의 경의를 표시한 것이다.

장례식을 주관한 사르코지 대통령은 “우리는 결코 푸알뤼(참전용사, 용감한 사람이란 뜻)를 잊지 않을 것”이라며 “프랑스 젊은이들이여, 조국을 지켜낸 이들에게 빚지고 있음을 항상 기억하라”고 말했다. 이보다 앞서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도 6일 1차 대전 참전용사 중 유일한 생존자인 프랭크 버클스(107) 씨를 백악관으로 초청해 미국 국민의 고마움을 전했다. 국방부 청사엔 그의 초상화도 내걸었다.

감동적인 모습이 아닐 수 없다. 국민은 이런 국가와 정부를 위해 기꺼이 총을 들고 전선(戰線)으로 나간다. 2차 대전 후 반세기가 훨씬 넘는 긴 평화의 시기가 계속되고 있고, 국가 간에 경계가 허물어지는 추세지만 전쟁에 대비하지 않는 평화는 모래 위에 지은 집이다. 우리는 어떤가. 6·25전쟁을 겪었고, 지금 이 순간도 휴전선을 사이에 두고 동족끼리 총부리를 겨누고 있다. 조국을 위해 희생한 장병들이 아니었더라면 대한민국을 온전하게 지키지 못했을 것이다. 적지 않은 참전용사가 아직도 병상에서 신음하고 있음을 우리는 기억해야 한다.

어디 그뿐인가. 북한에 생존해 있는 580여 명의 국군포로만 해도 벌써 70대 이상의 노인이 됐지만 송환은 이뤄지지 않고 있다. 심지어 김대중 노무현 정부는 남북 화해 협력이란 미명 아래 송환 요구를 부담스러워 했다. 2002년 서해교전 때 희생된 장병 6명에 대한 추모행사도 북한의 눈치를 보느라 일선부대 단위 기념식으로 축소했다. 남의 나라 노병의 국장 앞에서 차마 얼굴을 들 수 없다.

참전용사들을 기억하지 않는 정부와 국민은 자유와 평화를 누릴 자격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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