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특집]“기름 나는 곳에 코리아가”세계유전 개발 다크호스

  • 입력 2008년 3월 3일 03시 04분


SK에너지는 전 세계 15개국 27개 광구에서 원유 개발 및 탐사에 나서고 있다.

원유 생산량은 하루 2만2000배럴로 올해 말 브라질 BMC-8 광구에서 본격 생산이 이뤄지면 3만1000배럴로 껑충 뛴다.

또 원유 정제능력에서 SK에너지는 아시아태평양 지역의 ‘빅3’를 넘보고 있다.

올해 2월 자회사인 SK인천정유를 흡수합병하면서 하루 정제능력이 84만 배럴에서 111만5000배럴로 훌쩍 뛰었다.

회사 측은 공장의 효율성만 높여도 아태지역 3위인 신일본석유(121만 배럴)를 따라잡을 수 있다고 자신하고 있다.

전 세계적으로 자원 민족주의가 강화되고 국제유가가 고공행진을 이어가는 가운데 국내 에너지기업들이 ‘글로벌 플레이어’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이들 회사는 원유 정제를 통해 석유제품을 공급하는 것뿐 아니라 해외자원 개발을 통한 원유 수출도 도맡는 회사로 도약하고 있다.

○ 지구 반대편까지 에너지 기업 영토 확장

SK에너지가 현재 확보한 원유는 5억 배럴로 국내 기업 중 가장 많다.

이를 배럴당 100달러인 국제유가를 감안한 금액으로 치면 50조 원이나 된다. SK에너지는 2010년까지 7억 배럴, 2013년까지 10억 배럴로 늘릴 계획이다.

SK에너지가 원유 확보에 자신감을 보이는 것은 경영진의 강력한 의지와 과감한 투자 계획 덕분이다.

1983년 국내 처음으로 석유 탐사에 뛰어든 뒤 SK에너지는 그동안 숱한 시행착오를 겪었지만 직원들에게 단 한 번도 책임 추궁을 하지 않았다. 또 올해 석유 개발에 책정한 투자비는 4539억 원으로 지난해 석유 개발로 올린 매출액인 3225억 원보다도 많을 정도다.

최태원 SK그룹 회장도 올 1월 스위스 다보스포럼에서 중국과 중동 석유회사 등 에너지 업체 대표들과 잇달아 면담하면서 해외업체와 협력하겠다는 뜻을 내비쳤다. SK에너지는 해외에서 석유와 관련된 사업을 벌이는 등 사업을 다각화하고 있다.

‘석유 허브’인 싱가포르 내 석유 물류기지 운영(지분 15% 보유), 아랍에미리트 국영석유회사 산하의 석유 터미널 전문회사인 호라이즌 터미널 투자(지분 52%), 쿠웨이트 석유 트레이딩 회사인 인디펜던트사 투자(지분 15%) 등이 대표적인 사례다.

○ 정유공장 노하우까지 수출

GS칼텍스는 2003년 대주주인 미국 셰브론사로부터 캄보디아 블록 A 해상광구 탐사권 중 15%의 지분을 인수해 유전 개발 사업에 뛰어들었다.

경쟁사인 SK에너지보다 다소 늦었지만 최근 러시아 서캄차카 해상 탐사광구, 태국 육상 L10/43·L11/43 탐사광구, 아제르바이잔의 이남 광구 등의 개발권을 확보하는 등 가시적인 성과가 잇달아 나오고 있다. 장기적으로는 유전 개발 사업을 통해 하루 정제능력인 72만2500배럴의 10%까지 자체 조달하는 게 목표다.

GS칼텍스는 정유공장 운영 노하우까지 수출한다.

GS칼텍스는 지난해 전 세계 경쟁회사 10여 곳과의 치열한 경쟁을 뚫고 오만 국영정유사인 소하르 공장 위탁운영 업체로 최종 선정됐다.

2010년까지 GS칼텍스의 정유공장 운전, 정비, 교육, 정보기술(IT) 및 경영혁신 기법을 포함한 정유공장 운영 전반에 걸친 노하우가 소하르 공장에 전달된다.

또 지난해 6월 중국 칭다오(靑島)에 현지법인 GS칼텍스능원유한공사를 설립해 2개 주유소를 운영하는 등 중국 현지사업도 강화하고 있다.

○ 대주주인 중동 국가와 협력하기도

산유국이 최대 주주인 에쓰오일과 현대오일뱅크는 자원 개발보다는 산유국과의 협력 강화를 통해 안정적인 원유 공급 기반을 다지고 있다.

대주주가 사우디아라비아의 국영석유회사 아람코인 에쓰오일은 1976년 설립된 뒤 해외시장 개척에 주력해 ‘정유산업=내수산업’이라는 등식을 일찌감치 깼다.

에쓰오일은 지난해 총매출 15조2187억 원 중 61%에 이르는 9조1442억 원을 수출했다. 에쓰오일의 수출 비중은 국내 정유회사 중 가장 높다.

아랍에미리트 국영석유회사인 IPIC가 대주주인 현대오일뱅크도 새로운 해외시장 개척과 안정적인 판로 확보를 위해 장기계약 비율을 늘리고 영업전문가 양성을 통해 내부 마케팅 역량을 키우는 데 힘쓰고 있다.

김유영 기자 abc@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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