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횡설수설/권순택]지역 안배

  • 입력 2008년 3월 1일 03시 01분


“(본인) 출생지가 전북 완주 어딥니까?” “잘 모르겠습니다.” 지난달 27일 유인촌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후보자에 대한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야당 의원과 유 후보자 사이에 오간 ‘개그’ 같은 질문과 답변이다. 청와대는 15명의 장관 후보자를 발표하면서 호남 출신을 유 후보자를 포함해 3명이라고 했다. 하지만 유 후보자는 청문회에서 스스로 ‘정서적으로 서울 사람’이라며 출생지가 완주 어딘지도 모른다고 답변했다. 장관 후보에 호남 출신이 적다는 비판을 피해 보려고 다소 억지스러운 발표를 해 호남 민심을 오히려 자극했다.

▷이명박 정부의 대통령수석과 장관 인사에 관한 신조어(新造語)가 속출하고 있다. ‘고려대-소망교회-영남-서울시청’을 줄인 ‘고소영 S라인’과 ‘강남 부동산 부자 내각’을 줄인 ‘강부자 내각’이 대표적인 것들이다. 법무장관 검찰총장 경찰청장 대통령민정수석과 함께 5대 정보·사정 기관장이라는 국가정보원장에도 영남 출신이 내정되자 ‘영남 향우회 사정라인’이라는 말도 나왔다.

▷역대 정권은 지역감정 완화와 국민 통합을 명분으로 국무총리나 일부 장관과 권력기관장에 지역 안배 인사를 했다. 그래도 ‘TK 정권’ ‘PK 정권’ ‘호남 정권’이라는 비판을 피하진 못했다. 고향이나 출신 지역을 따지지 않는 미국에서도 주지사 출신이 대통령이 됐을 때 ‘조지아 사단’ ‘아칸소 사단’ ‘캘리포니아 사단’이란 말이 나왔다. 주지사 시절 참모와 측근을 많이 기용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백악관 참모들이 대부분이었지 내각은 특정 사단 소리를 들을 정도는 아니었다.

▷물론 지역 안배 인사의 효과는 양면적일 수 있다. 인사 때마다 출신 지역별로 사람을 안배하는 것은 글로벌 시대에 맞지 않는다는 주장도 있다. 이명박 대통령은 당선인 시절 “저에게 학연 지연 혈연은 없습니다. 저는 그렇게 살아오지 않았습니다”라고 말했다. 그렇다면 현재의 지역 편중 인사는 능력 위주 인사에 따른 우연한 결과라는 말인가. 이 대통령은 적재적소 인사와 국민 통합이라는 양면성을 적절히 배려하는 인사를 해야 할 것이다.

권순택 논설위원 maypol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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